• 세월호 특별법 논란,
    수사권‧기소권 대한 5가지 오해
        2014년 08월 25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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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의 최대 쟁점인 수사권과 기소권에 관해 새누리당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다”며 마치 유족들이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것처럼 몰아갔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의 25일자 사설은 “여야와 유족 등이 추천하는 민간인이 수사권·기소권을 갖게 될 경우 피해자가 처벌 권한까지 갖게 돼 형법(刑法) 체계의 기둥을 흔들게 된다”며 “이번에 예외를 인정해주면 당장 군 내(軍內) 의문사 피해자들이 수사권·기소권을 내놓으라고 나설 것이고, 앞으로 대형 재난 사건 때마다 같은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야권을 비난했다.

    민주화운동 탄압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근거이다.

    결국 여권과 보수언론에서 반대하는 근거는 ‘선례가 없다’는 것과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반복되는 순환논리일 뿐이다. ‘선례’가 없어 안되고, 만들면 ‘선례’가 남겨져서 안된다는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이러한 여론 공세에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교통사고인데 왜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냐”고 조롱하거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달라며 단식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해 “뒤에서는 치킨 먹고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도 “사법체계를 뒤흔들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닉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반작용인지, 충실한 여권의 지지자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은 지금도 열심히 각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란에 몰려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왜곡 선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사진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1. 세월호 진상조사위는 민간조사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라고 호도했지만, 진상조사위는 민간조사위가 아니라 국가가 시행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이다.

    따라서 진상조사위원회을 유족들로만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유가족 대책위의 안은 피해자단체에서 추천한 위원들(8명)을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들(8명)과 동수로 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유족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단체 추천 진상조사위원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검과 같이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가능하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이다.

    2. 왜 세월호 참사에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

    왜 같은 ‘사고’인데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하냐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국가재난시스템의 부재와 여러 혼선과 실책으로 ‘살릴 수 있었던’ 수 백명의 목숨을 차가운 바다에서 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사고와 참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한 사고를 예방하고 감독할 의무를 지닌 것도 국가이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를 맡는 것도 국가이다. 이번 참사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 안전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미숙한 구조 대응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은 사고이다.

    그런데도 이 책임을 단지 유병언 일가를 구속하는 것으로 성급히 마무리 한다면 그야말로 용두사미에 그칠 뿐더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다.

    3. 국정조사도 진행했는데 왜 진상조사위가 왜 필요?

    현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별도의 진상조사위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만 하기 위해 진상조사위를 설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누차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진행했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증인 채택을 두고 한 달이나 시간을 보내다 유족들이 농성에 들어가서야 합의가 됐고, 청와대와 총리실은 국정조사 특위가 요구한 자료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역시 한계가 있다. 성역없는 조사를 위해서라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빠질 수 없지만, 검찰 수사에 맡긴다면 권력의 눈치보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4.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가 헌법 위반?

    사실상 한국은 형사법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해왔다. 유족들은 검찰만이 가질 수 있었던 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가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얼핏 보면 이는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한다. 그런데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사법체계의 ‘관례’를 이유로 수사권과 기소권 항목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익히 보았던 것처럼 미국은 기소배심제도와 대배심제도로 시민이 형사사건을 기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또한 이미 50개국 이상에서 특별조사위에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권을 조사관에에게 부여하고 있다.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할 것인가, 예외적으로 특별법으로 설치될 조사위에도 부여할 것인가, 또는 미국처럼 시민들이 대배심제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는 충분히 그 나라의 국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이미 국민 10명 중의 1명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서명에 참여했고, 지난 7월 29일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성인남녀 1000명 중 42.5%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23.5%, ‘모름/무응답’은 33.9% 였다.

    그런데도 입법권자인 국회의원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5.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3자 협의체는 입법권 침해?

    세월호 특별법이 난항을 겪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3자협의체 구성을 새누리당에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입법권 침해’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논리 아닌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당사자가 바로 논의 주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대의 민주주의나 의회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는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했던 논리와 똑같다. 사법권도 입법권도 피해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날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법을 만들거나 또는 대통령령을 만드는 시행령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 법률 적용 대상자들의 의견을 듣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시스템제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느슨하지만 입법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조차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물며 수백명의 목숨을 잃은 국가적 참사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입법권 침해’라는 주장은 이 역시 ‘일 안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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