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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노동은 밥이다』(이용득/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4년 08월 23일 1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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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득은 노동이 개인과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동력이라는 소신으로 예순 살 넘어서까지 노동과 함께 하고 있는 평생 현장노동운동가다. 이 책은 책상머리가 아니라 30여 년의 세월을 노동 현장의 최중심에서 활동했던 운동가가 몸으로 체득한 것을 이론에 접목시켜 현실감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너무나 값진 수확이다.

    노동계에서 ‘용팔이 위원장’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상업은행 노조위원장, 금융노련 위원장, 금융산별노조 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위원장을 세 차례나 역임했다. 또한 한국노총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전태일 노동자상’을 수상했다.

    대졸과 고졸 간 호봉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대의원이 되면서 노동운동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이용득은 상업은행 노조위원장이 된 뒤 국내 최초로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였고, 금융노조연맹(금융노련) 위원장 시절에는 기업별 노조 연합체인 금융노련을 단일한 금융산업노조로 재편하여 금융노동자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에 힘입어 외환위기 이후 IMF의 부당한 정책 개입에 항거하여 금융노동자들이 가장 치열한 투쟁을 벌일 수 있었고, 저자가 주도한 2000년 두 차례의 총파업은 한국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금융노조 위원장 시절, 이용득은 2000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던 주5일 근무제가 2년이 넘도록 타결이 이뤄지지 않자 금융산업의 독자적인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천명하고, 정부와 28개 은행장들과의 협상을 통해 2002년 7월 1일부터 금융산업에서 한국 최초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도록 하였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된 뒤에는 어용으로 낙인찍혔던 과거 대한노총과의 단절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노총의 사회적 연대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등 노총의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용득이 지향하는 노동운동의 방향은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다.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는 노동조합이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주체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개혁에 이바지한다는 이념이며, 그 수단은 대화와 타협이다.

    저자에게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는 상업은행 노동조합 대의원부터 시작하여 30여 년간의 노동현장 경험을 통해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신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진보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산물이다.

    노동은 밥이다

    ‘중앙 단위 노사관계 구축’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이용득은 2003년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3국의 노사관계를 직접 경험한 후 한국의 노사관계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중앙 단위 노사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중앙 노사 공동사업 기구로서 ‘노사발전재단’을 설립하는 데 매진했다.

    노사발전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은 했지만, 그가 주장했던 큰 규모의 중앙 노사간 공동사업 추진기구가 아니라 관료의 벽에 막혀 아주 작은 노동부 ‘관피아’의 파견지가 되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중앙 단위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노사가 동반자적 관계에서 사회적 대화와 일자리 창출, 직업 훈련 등 실질적 공동사업을 해나가는 선진 제도의 정착을 꿈으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핵심도 중앙 차원의 노사 공동 사업으로 미래 한국의 사회상을 한 차원 높이자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노동운동이 사회적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세력화를 모색했다. 2000년 민주노총이 주축이 되어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자 금융노련 위원장이었던 저자는 한국노총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노련이 민노당의 조직과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었으며,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창당을 주도한 녹색사민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계가 독자적인 정당을 만드는 두 차례의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저자가 노총위원장 직을 맡게 되면서부터는 기존 정당과의 정책적 연대를 시도하게 된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는 한국노총의 3단계 정치세력화 방안을 수립하고 1단계 실험으로서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해 정책연대의 구축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2011년에는 민주통합당과의 영구 정책연대를 시도하기도 했다.

    책 속으로

    이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I부 ‘노동운동은 어떻게 사회·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나’에서는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직접적인 이해만을 관철시키고자 다른 계층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기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성취하려는 것은 사회의 전반적인 요구 수준과 방향을 같이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 노동조합과 기업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세계 10위권으로 도약시켰고, 그 저력으로 노사관계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켜 사회의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나가야 한다.

    II부 ‘노조의 단결과 정치세력화’에서는 노조가 힘을 갖기 위한 수단인 정치세력화와 범노동계 통합에 대한 지난 20년간의 경험들을 분석하면서 노동계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노동이 자본과 대등한 협력관계 하에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조직 역량 강화와 정치세력화가 필수 조건이다. 또한 노조가 사회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의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 강화 방안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범 노동계 통합’과 ‘정치세력화’이다.

    Ⅲ부 ‘동반자적 노사관계에 노동운동의 미래가 달렸다’는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겼다. 우리나라에서 노사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간 노사관계는 전무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노사 업무를 도맡아하고 있다. 비효율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료주의 때문에 노사관계를 일부러 무력화시키고 있는데,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와 ‘실천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기업별 노조가 지배적이라 노사관계라고 하면 기업 단위의 노사관계를 떠올리기 십상이며, 중앙 단위 노사관계를 연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앙 단위의 노사관계란 노동조합총연맹과 같은 전체 노동자의 대표와 경영자총협회와 같은 사용자의 대표가 노사관계나 노동 문제와 관련하여 포괄적인 협상을 벌이고, 그 결정을 기업 단위까지 관철시키는 교섭 단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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