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NL에 대한 20대와의 대화 ②
    20대의 눈높이에서 보는 진보정치 진보정당의 속살
        2012년 06월 30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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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부에 이어 20대와의 대화 2부를 싣는다. 1부를 보려면 여기를

    장여진 : 통합진보당에서는 새로나기 특위 등을 통해 NL-PD로 대표되는 80년대 변혁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노동 중심성이 후퇴되는 측면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두나 : 왜 대중이랑 소통하지 못하나. 몇 십년 동안 끌어안고 투쟁했다면 일반인 눈높이에서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 실생활로 맞춰 정책으로 만들어야 유효한 것이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있고 젊은 친구들은 감도 없다. 대학에 프렌차이즈가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 없고 오히려 편하다는 이유로 더 끌어들이라고 하더라. 태생부터 뼈속까지 자본주의를 체화하고 있다.

    그런 거에 대한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화두를 던져줘야 한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젊은 친구들은 유연하게 대답한다. ‘우리 한민족이다.’ 이런 답변 나온다. 얼마든지 상식적인 입장에서 좌우 이념에 물들지 않아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념 논쟁이 지속되면 정치 혐오로 돌아서게 된다.

    최성용 : 80년대의 지속이라 본다. 예를 들면 NL-PD의 계보가 스탈린주의이다. 그러나 유로코뮤니즘은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소련 붕괴되고 한국 사회에 포스트모더니즘이 들어오고 나간 뒤 자기 실천에 대한 고민을 나눌 공론장이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였다. 또한 운동 한다는 사람이 모두 80년대에 매몰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한 게 해적당이다. 이제는 녹색당이 구좌파고 해적당이 신좌파 되고 있는데 우리는 멈춰있다.

    아이유의 이미지

    아이유 : 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망했다’라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이쪽이 희망이고 대안이라 생각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들에게 기성 정당과 똑같은 것으로 비춰지는 순간 망한 거다. 내가 이석기, 김재연과 어떻게 다른지, 내 진보는 다른 진보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들이 대중들에게는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두번째는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지점이, 진보정당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국민승리21부터 했던 사람이 저 안에 누가 있냐? 국민승리21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 어딨냐는 거다. 지금의 통합진보당 사람들 중 마치 국민승리21의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말하지만, 누가 남아있나 지금?

    국민승리21에 이어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내 인생 10년 바쳤는데 저들이 다 말아먹고, 이제 와서 ‘노동자 중심성은 없는 말’이네 하면서 또 말아먹는 것을 보고 본인들이 ‘역사의 죄인이다’ 라는 말을 하던데 나도 동의한다.

    중요한 건 노동자 계급화를 한 적 있느냐, 과연 계급정당 만들었던 거냐는 점이다. 없었다. 현실 사회주의랑 똑같다. 한다고 선언했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유럽 사회에서는 200여년 넘게 피땀 흘려가면서 이루었다. 우리는 해방 이후 50년 넘게 흘렀을 뿐이다. 그저 50년이 지났을 뿐인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냐는 말에 동의한다.

    현 상황이 암울하긴 하지만 우리가 아직 계급정당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 중심성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더구나 실제 자기들이(노동중심성 폐기하자는 주장하는 사람) 계급정당을 하자고 한 사람들도 아닌데 그들만 당에 남아있는 거다.

    중요한 건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젊은이 역할을 할 필요는 없는 거다. PD는 소비에트 스탈린주의 보고 PD가 된거고, NL은 주체사상의 한국사회 변혁론을 만들어놓고 ‘이대로 하면 돼’라고 한 거다. 예언처럼 적힌 혁명서를 두고 말이다. 한국사회변혁론의 예언은 다 깨졌다. 새로운 게 있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느낌이다. 옛날의 ‘예언서’를 두고 치고 박는 느낌이다. 마치 아이슈타인 이론 깨졌는데 여전히 아이슈타인, 뉴턴시대로 싸우는 느낌이다.

    최성용 : 실제로 맑스이론이든 좌파이론이든 우리가 말한 과학으로 논쟁 붙어보면 깨진 게 분명 많다. 자연과학이 워낙 발달해서 많이 깨지는데 노동자계급이라는 주체가 표명될 수 있는가 의미가 있는 것이냐, 충분히 논쟁할 필요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제기할 때 개량, 반동으로 몰아가는 건 문제다. 열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적유물론이 제기된 지 100년이 넘었다. 그게 역사의 정설인냥 이야기하는 건 문제다.

    김두나 : 한국이 후진 게, 학문의 중심지에서 폐기된 게 우리 안에서 회자되는 게 많다. 그건 공부 안 한다는 이야기다. 진짜 서글픈 게 뭐냐면 한국에서 계급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공감하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건 풀어서 이야기하든, 방법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가난한 자영업자가 많은데 노동자계급 이야기하면 동의가 안 되는 사람도 L다.

    최성용 : 2년 전에 최저임금 현실화 집회하는데 PC방 사장들이 최저임금 올리면 자기네가 못 산다고 시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계급론만 말하면 세상이 바꿔지겠나?

    장여진 : 만약 진보정당이 계급론도 폐기하고, 노동자 중심성도 폐기한다면 민주통합당과 무슨 차별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똑같아지는 거 아닌가?

    좌담회에 참석한 6인

    김두나 : 주체만 확실하면 된다. 해석하는 순간 놓치는 게 있다. 그것(이론이나 사상)이 일반 국민들한테까지 세세하게 들어갈 기회는 없다. 국민들은 공부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뜻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 계급 다 유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얼마나 잘 가공해서 대중적으로 이야기할 지가 관건이다. 본 뜻을 훼손시키자는 게 아니라 국민 눈눞이를 맞출 수 있느냐의 문제다. 용어를 바꾼다고 주체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복지를 시혜의 문제로 볼 것인지, 국민 존엄성 지키자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기성정당과 다른 부분이 있다. 계속 가다보면 그런 차이가 다 드러날 것이다.

    아이유 : ‘쉐보르스키의 딜레마라’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는 좌파정당이 대중을 만나기 위해 스펙트럼을 넓히다 보니 본연의 색이 옅어지는 딜레마다. 그러다 집권 하게 되면 내색을 못하게 된다. 한국사회도 비슷한데,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본인들을 진보당이라 부르지만 자유주의 정당보다 더 우경화됐다고 생각하는 거다. 본인들이 무엇이라 표방하는 것과 별개로 색깔을 잃었다고 본다.

    민주당에도 국민참여당 사람들이랑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민주당이랑 왜 못 합치냐? 그런데 민주노동당과 통합연대는 국민참여당이랑 합쳤다. 마찬가지로 국민참여당 사람들 중에 새누리당 같은 사람도 있다. 실제로 봤다. 그런데도 국민참여당은 되고 민주당은 안된다고 하는데 내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된다. 민주노동당이랑 민주당이랑 합친 거랑 똑같다는 거다. 우리가 사유해야 될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사유여야 한다. 20대도 그렇게 갈 것인가, 이런 고민들 같이 해야 한다.

    장여진 : 그렇다면 아직은 진보정당이라 할 수 있는, 이번 4.11 총선에서 저조한 득표율로 정당 등록이 취소된 진보신당, 녹색당 등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아이유 : 대중정당 또는 대의제 민주제로 들어가겠다는 건데. 국회에서 일할 때 느낀 게 별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대중정당 하려면 게임의 룰 안에서 싸워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도 안 한다. 이번에 새누리당의 승리는 민주당의 뻘 짓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대중 구미에 더 맞췄기 때문인 거다. 대중 욕할 것 없다. 어떻게 대중정당 할 것인가, 대의제 민주주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진보신당은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를 장악한다고 해도 살아남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테면 4.11 총선 때 선거공보물 오는데 딱 받아보고 내가 운동권 아니고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생각해봤다. 글쓰는 사람이니깐 이렇게 말하자면, 내가 <프라자호텔>이라는 소설을 봤는데 내용 중 주인공이 시청광장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글을 보자마자 바로 덮었다. 그런데 만약에 나도 내가 원하는 이야기, 쌍용차 사태 같은 것을 소설로 썼는데 독자가 내 글을 읽다가 그 부분 때문에 책을 덮었다면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사라지는 거다.

    마찬가지로 선거 공보물은 정책을 제시하고 날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인데 접근하는 방식이 대중들로 하여금 ‘아~빨갱이’이라는 거부감을 준다. 우리가 운동권 용어로 대화를 나누면 사람들은 우리 말을 못 알아듣는다. 후배가 사투리도 아니고 외국말로 느껴진다더라.

    김두나 : 세련되게 가공하는 문제. 진보정당의 소탈함이 자기 색깔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자기의 뚜렷한 색깔도 없이 이도저도 없이 까인다는 거다. 할 이야기는 하되 그 내용만 분명하면 주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중적 눈높이에 맞춰 가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유 : 지젝에 대한 농담 한마디 하자면. 지젝이 슬로베니아에서 91년도에 대통령을 출마했는데 5등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왜 떨어졌을까 농담 삼아 이야기한 건데. 지젝이 대중 연설하는데 책에 나오는데로 이야기했다는 거다. (지젝 글은 백 번 읽어도 이해 안 된다 – 장여진)그러니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해서 떨어졌다는 거다. 어떤 선의를 갖든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애할 때 이 사람이 좋으면 나를 좋아하게끔 작업질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돌직구로 들이대는 거랑 똑같다.

    강은하 : 나는 진보신당에 적을 두고 있는데. 생태, 평화, 연대, 평등, 이런 가치 많이 가져가고 현장에서 연대하고 있지만 정말 피 터지게 싸우는 거는 각 당사자들이다. 진보신당이 그 사람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공감하고 다양성을 끌어안으면서 연대를 통해 진보정당의 도덕성 같은 것을 어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두나 : 미시적인 부분의 큰 그림을 정책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헤겔식으로 말하자면 정반합인데 애국가 부르면 애국이고 안 부르면 애국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넘어 왜 애국가 불러야 하는 지의 문제설정으로 가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세부적인 사안으로 녹여내고 있지 못하다는 거다.

    최성용 : 아이유씨의 시각과 다른 시각인데,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뭐가 다르냐 라고 할 때 나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첫째 노동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비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한다고 했는데 학출이 다 해먹었지 현장의 노동자가 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통합진보당에 와서 더욱 더 극대화됐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하겠다는 주체가 없어져 버렸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 주체들이 노동계급 중심으로 정치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민주당과 다르지 않다는 단적인 예를 들면 임수경 의원의 경우 민주당보다 통진당에 가깝다. 그런데 민주당 비례를 받았다. 그것은 학벌, 인맥의 문제인 거다. 정치에 있든 의회에 있든 당직자와 실무자가 학벌과 인맥으로 이어져있다

    김모씨 :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 아니다. 지금은 녹색당 당원인데, 생각해보면 민노당 당원이었을 때랑 확실히 차이 나는 지점이 있다. 민노당 시절에는 이런저런 정치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지금 녹색당 모임 가면 굉장히 많은 정체성들이 있다. 그것도 내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이다. 역촌동에 사는 동네 아줌마이든 신사동 형이든. 이 안에서 재미난 이야기들 많이 한다. 동네 벼룩시장도 열고 재밌는 것도 이것저것 많이 해본다. 차이를 느꼈던 것은 내 피부에 와 닿는 그런 것들도 정치라는 것, 이런 정치를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정치라는 게 혐오스러운 일이나 머리 아픈 게 아니라는 것을 공감할 필요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김두나 : 4.11 총선에서 정당투표를 진보신당에 투표했는데 이유는 오직 하나, 비례1번 김순자씨 때문이다. 나는 엘리트주의 반대한다. 나 스스로 그렇기 때문이다. 내가 가방 끈 기니깐 엘리트 맞다. 그런데 그거야 말로 우물 안 개구리더라.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상대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때 상대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 객관화를 하게 된다. 김순자씨가 직접 말하는 방식이 바로 그 관점이다. 국회의원 엘리트가 비정규직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선거 기간 당시 점심시간에 공원에 나가 청소부 아줌마들한테 가서 내가 당원도 아닌데도 이런 사람이 나왔다, 뽑아달라고 했다.

    그 때 내가 엄청 쪽팔리고 민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 것은 그게 세상을 위해 옳고 진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청소부끼리는 서로 꺼린다. 당사자가 당사자를 대변하는데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윗 분들이 해주면 고맙지’라고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여기서 김순자 후보는 비록 청소노동자지만 유무식의 문제는 아니라 ‘그래 나 청소 노동자다. 이런 약자들을 대변할 수 있다.’로 이야기해야 했던 것이다.

    강은하 : 4.11총선 지나고 나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라는 꽉 막힌 나라에서 국회에 다수당의 인종 소수자로 들어간 것이다. 한민족이라는 정신 나간 이데올로기 지배했음에도 그런 것(순혈주의)을 뛰어넘어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분이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단기적이라도 그 의미와 파급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보신당 당원이지만 정당투표 때 녹색당이냐, 진보신당이냐 고민했는데 결국 진보신당에 표를 준 것은 김순자 후보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성은 보이는데, 어떻게 그것을 적극적으로 살릴 것인지에 대한 기획은 없고 캐릭터처럼 비춰지기만 했다. 정말 청소노동자가 어떻게 사는지 알면서도 정당투표가 너무 가볍게 회자됐다는 느낌이다. 편하게 다가가는 이미지로 구상을 했다 하더라도, 그게 끝이었다.

    김두나 : 청소노동자를 후보로 낸 것은 잘했지만 그걸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대로 포장하지 못했다.

    영의정 : 개별 주체는 시간을 내서 투표하는 건데. 나는 이 사람 편을 들기 위해 시간노력을 들였고 그래서 기대를 하는 거다. 예를 들면 부산 있는 애들이 새누리당 찍는 건 쿨한 거고 강남 얘들이 새누리당 찍는 것도 컨셉이다. 쿨한 트렌드처럼.

    그런데 이것을 대체할 만한 다른 매력 요소를 진보정당이 갖고 있는 것인가? ‘청소노동자 찍으면 나는 착한 사람이다’ 라는 이미지라도 주던가, 그런 어필이 필요했다고 본다.

    강은하 : 어떻게 보여질 것이고, 어떤 편견에 부딪힐 것인가 등을 생각하면서 전략 구상을 했어야 됐다. 도덕적 이미지만 팔아서 표 얻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없어 보였다.

    김모씨 : 나도 비슷한 느낌 받았다. 김순자씨를 1번으로 내세운 것이 어쩌면 구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엘리트 의식 때문에 오히려 그 분들을 지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구걸한다는 느낌이었다.

    최소한 진보신당 스스로는 이번 총선 때 낮은 지지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당이 없어질 정도인지는 몰랐겠지만. 아무튼 비례 한 석이라도 건지면서,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김순자씨를 내세우고, 그런 점을 부각시키면서 통합진보당과 녹색당 사이에서 차별화를 하면 지지표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 것 같다. 가소롭고 가당치 않은 느낌이다.

    최성용 : 그런 계산도 있었겠지만 운동권적인 진정성 느낌도 있었다. 약자를 위해 일한다는 진정성. 홍세화 공동대표가 김순자씨에게 1번을 양보했는데,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진정성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부적인 신념 논리인 것이고, 대중적 외부적으로는 그렇게 가면 안되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기획을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

    김두나 : 나는 굳이 청소노동자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처지인데, 많이 생각하고 또 배우면서 투표한 거다. 나한테 피부로 와닿는 것은 없다. 그만한 계층의 사람이 내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나 사는 집 딸이다.(웃음) 대부분 사람들이 투표는 자신의 계급적 한정권 내에서 투표한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김순자씨가 안타까운 건 오히려 한국 사람들은 착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에게 추석에 선물주고 잘해 줄 수 있다. 존중해 줄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을 정치인으로 지지한다는 점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성용 : 의견이 좀 다르다. 김순자씨가 제일 처음 제시한 정책이 화장실 문제였다. 본인 일하는 곳에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과 휴게실 만들겠다는 게 1번 정책이었다. 저는 그런 기획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두나 : 약했다. 미시적인 걸 넘어서 거시적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가야 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줬어야 한다. 더 확대해야 했다.

    장여진 : 청년들 모였으니 청년 문제 이야기 해보자. 이번 총선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청년 당사자를 국회의원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청년 당사자만이 청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두나 : 여러 가지 주제와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오랫동안 준비해서 청년 이야기를 직접 자주 듣는다면 당사자가 꼭 정책 입안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판이 워낙 기득권 위주로 가니깐 요식 행위라도 하지 않으면 청년 의제가 묻힐 것이고 그래서 그런 기획을 한 것 같다. 이준석도 새누리당의 보수정체성에 맞는 청년이어서가 아니라 흥행성을 보고 데려온거다. 오죽하면 변희재가 듣보잡이라고 비판했을까. 새누리당은 일 할 줄 아는 거다. 이게 필요하다면 요식 행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필요하다.

    최성용 : 내가 이해하기로 청년담론과 세대론은 현 정세에서 한국사회의 개혁 주체와 세력이 청년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비례선출은 그런 청년들의 참여 동력을 끌어내고 담보할 에너지가 없었기에 관심도 없었다. 청년세대들을 어떻게 보면 동정하는 거고 또는 기회를 열어주는 거다. 또 그걸 받아먹는 청년들은 취업이 안되는데 괜찮은 직장 다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도 있어서 도전하는 것일 게다. 민주당 보면 온갖 스펙과 잘난 것들이 나왔는데 하나의 경연장이었고 취업의 장이었다. 긍정적인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영의정씨

    영의정 : 외국에서 청년들에게 아예 할당을 주는 건 청년들이 직접 조직과 결사체를 구성해서 따낸 결실이다. 한국은 20대 표 얻을려고 쇼를 한 거고. 지들이 갑이 되고 청년들이 을이 되서 채용하는 것이지 청년들을 대변한 것은 아니다. 청년 문화를 대변한다는 홍대 클럽에서 행사했다던데, 거기 입장료 1만5천원이었다. 누가 그 엄청난 돈을 내고 가겠나.

    최성용 : 청년당에서 일하면서 민주당 비례대표 나갔다 떨어진 사람을 몇명 만났는데 내부적 문제가 엄청 많았다고 하더라, 절차적으로도. 민주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거기는 시다바리 이상 이하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후배를 키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순 실무자 취급 이상을 안했다고 한다. 그거 보면서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민주당 내 세대간의 엄청난 격차들을 느꼈다.

    김모씨 : 내가 겪었던 민주노동당의 청년 위상이 생각난다. 당시 당원이었을 때 학생위원회 당원들도 많이 봤는데 이 사람들은 당의 모든 잡무와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어르신들이 하지 못하는 돌격하는 거, 가령 단상 점거하는 것 같은 일을 맡아서 했다. 각 학교에 가면 동아리의 짱인데 당에서는 막내다.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학교 가서 그대로 후배들한테 이야기하고, 그런 식이다.

    2009년 부산에서 민주노동당 정책 당대회를 크게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학생위 사업의 하나가 대학생들 800명 모아서 백두산 대장정 하겠다는 거였다. 그때 중앙당에서 각 부문위원회 발언 시간 조정하라고 지침이 내려가서 발언 중에 ‘그 이야기 하는 자리 아니므로 발언 중단하라’고 해서 학생위원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내려온 적이 있다. 그런 식이다. 진보정당이라 하는 당도 그럴진데 다른 당이 청년들 데리고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 싶다.

    영의정 : 여담이지만 민주당에서 청년비례 떨어진 얘들 중 종편으로 많이 갔다.

    장여진 : 당내 학생위원회나 청소년위원회가 필요한 것일까?

    김두나 : 시다바리가 필요한 건지, 필요한 문제에 대해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모이는 것인 지 모르겠다. 당이라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하고 현장 내려가서 진짜 문제들을 보고 경험해야 하는데 청년위원회의 목적이 흐려지면 안된다.

    김모씨 : 진보정당의 학생위원회는 학생운동의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민노당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학생 당원들끼리 모여서 소박하게 학생들의 목소리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한총련과 한대련이 대거 들어가면서 각 대학의 민노당원을 조직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성격이 변화했다.

    당직선거 표를 위한 것이라든지, 새내기 당원 꼬시기 이런 거. 집회 나갈 때 청년들 데리고 나가고 행사 있을 때마다 율동하는 그런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학생운동 때 패거리 모으는 용도로 했던 거랑 닮았고 똑같다.

    최성용 : 민주당은 그런 취급도 안 해준다. 조직표로 동원할 생각조차 안 한다.

    장여진 : 그럼 모두 청년 당사자가 반드시 당사자로서의 국회의원이 될 필요가 없다는 건가?

    일동 : 그렇다.

    * 대부분 20대였던 참가자들과의 대화, 토론, 수다는 유쾌하고 재밌었다. 물론 그 속에는 청년들의 고민과 갈등들도 녹아있고, 청년들이 보는 기성 세대과 기성 운동권에 대한 삐딱하고 비판적인 시선도 녹아있다. 누군가 자신의 정직한 얼굴은 자신이 생각하는 얼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얼굴이라고 했다.
    운동, 진보,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나름의 논리, 나름의 신념, 나름의 고민들이 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 신념 생각들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설득되고 공감되는 과정이 없을 때, 그것은 아집이 되고 심할 경우에는 폭력이 된다. 지금 우리가 극복하거나 성찰해야 할 지점이 바로 그곳이 아닐까, 20대들과의 짧지 않은 대화에서 남는 여운 같은 것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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