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볼라 사태 해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절실하다
        2014년 08월 19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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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는 지난 2월 기니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8월 15일 현재까지 2,127명의 감염자(추정 혹은 확진)와 1,14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가장 긴 시간 동안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예방 백신은커녕 치료법도 없어 ‘죽음의 바이러스’로 통하는 이 바이러스에 세계는 속수무책인 상태이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출혈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8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번에 사상 유래가 없이 확산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한 사회기반시설의 부재와 만연한 빈곤 등 서부 아프리카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그 기저에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응 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사회 경제적 배경에도 주목하여, 제2의 에볼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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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 바이러스 희생자 처리 모습

    에볼라 바이러스는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감염자는 약 7~10일의 잠복기 후 발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부터 시작해 저혈압과 전신성 출혈로 진행하며 50-90%의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바이러스는 감염자 혹은 감염 숙주의 혈액이나 체액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가장 유력한 감염 숙주는 과일박쥐와 원숭이다. 1976년 수단과 자이르(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20회 이상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생이 확인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처음 발견된 장소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5개의 아종이 있다. 이번에 기니에서 발견된 것은 가장 치명적인 자이르형 바이러스로, 이전에는 중앙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됐고 서아프리카에는 처음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이 두 지역 사이에서는 숙주인 박쥐가 바이러스 이동의 매개체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왜 지금, 이 지역에서 발생해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박쥐가 이동하는 곳이 기니뿐만이 아닌데, 왜 하필 기니일까. 단순히 시기적 우연일까. 감염 발생 국가들의 배경을 살펴보자.

    내전과 쿠데타,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서부 아프리카의 역사

    기니는 1968-1984년 아메드 세쿠 투레의 일당 독재가 지속되면서 다른 국가로부터 고립되었고,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 1984년 쿠데타로 정권을 얻은 란사나 콩테의 정권 속에서도 국민들의 빈곤은 지속되며, 절반 이상의 국민이 국가 빈곤선 이하의 수준으로 살고 약 20%는 극심한 빈곤을 겪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8년 또 한 번의 쿠데타까지 겪으며 국가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라이베리아는 1980년 새뮤얼 도가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정치를 펼쳤고, 찰스 테일러가 그에 반기를 들며 1차 라이베리아 내전이 시작되었다. 정부군과 반군의 대결, 반군끼리의 내분은 9년 동안 지속되었다.

    테일러가 정권을 잡지만 1999년 정권의 폭압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봉기하여 다시 2차 내전이 시작되었고, 테일러가 나이지리아로 망명한 2003년에 이르러서야 오랜 내전이 종식되었다. 14년에 걸친 두 차례의 내전은 참혹한 상처만 남겼다. 두 번의 내전 동안 인구 400만 명 중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국가 기반시설과 경제는 초토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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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 확산되는 서아프리카 지역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 몬로비아 거주 인구의 0.58%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공급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전체 인구의 41%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60%가 하루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하다. 2006년 민주선거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오랜 독재와 부정부패, 내전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1).

    라이베리아의 혼란이 가중된 것은 이웃국가 시에라리온 내전(1991~2001년) 때문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은 한 해 시장에 나오는 다이아몬드의 20%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1961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무장 세력 간 내전으로 오랫동안 불안한 정치 상황을 겪었다.

    1991년 부패한 독재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시작된 혁명연합전선(RUF)의 활동은 다이아몬드 산지를 장악하기 위한 권력투쟁·이권전쟁으로 변질되면서 이웃 라이베리아에 거점을 둔 막강한 반군 세력으로 성장했다.

    라이베리아의 테일러는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 통일혁명전선(RUF)에 무기를 공급하며 시에라리온 내전에 큰 역할을 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용어로도 익숙한 이 내전은 다이아몬드 판매가 호조를 띠며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11년에 걸친 내전으로 12만 명이 목숨을 잃고, 인구의 3분의 1이 난민이 됐다. 시에라리온에서는 1,000명이 태어날 경우 남아는 162명이, 여아는 127명이 죽는다. 태어나는 순간 남성의 기대 수명은 40.2세, 여성의 기대 수명은 45.2세에 불과해,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이기도 하다(2).

    세 국가 모두 지속되는 내전과 쿠데타, 독재와 부패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삶의 질’을 평가한 인간개발지수(HDI)에서 전 세계 187개 국가 중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는 각각 174위, 177위, 17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의 사회경제적 취약성

    에볼라 바이러스는 무작위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거 발병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장기간의 내전이나 개발 실패로 경제와 공공의료가 심하게 훼손된 곳에서 발생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대니얼 바우슈 교수(3)는 생물학적·생태학적 요인으로 1~2건의 감염이 발생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대규모의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백히 사회정치적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니얼 바우슈는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을 서아프리카의 극심한 빈곤과 열악한 의료시스템에서 찾는다. 그는 “병원균을 옮기는 박쥐 등은 보통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적은 깊은 숲속에 서식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먹을 것과 자원을 구하러 깊은 숲까지 들어가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밝힌다.

    서아프리카 주민들은 오늘날에도 과일박쥐·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을 먹는 풍습이 있다. 자칫 과일박쥐를 즐겨 먹는 열대우림 지역 주민들 때문에 삽시간에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로 퍼진 것이라고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그들의 처지와 에볼라가 극히 드문 바이러스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탓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우리 역시 광우병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햄버거를 계속 먹지 않는가”라는 한 야생 유행병학자의 말도 생각해 볼 일이다(4).

    열악한 경제상황 속의 취약한 의료시스템 역시 감염의 전파에 기여한다. 대니얼 바우슈는 “시에라리온이나 라이베리아의 병원들에서는 의료진들이 장갑이나 마스크조차 끼지 못한 채 소독되지 않은 주사바늘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한 후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가장 먼저 2차 감염의 피해자가 됐다. 특히 이 세 나라의 문맹률은 무려 60~80%에 달할 정도로 교육을 못 받은 상황이다 보니 주민들은 에볼라 같은 신종 전염병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해 질병 관리에 주민들의 협조를 얻기가 힘들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열대 우림 지역의 야생동물에서 유행하던 질병이 인간에게 옮겨진 경우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무분별한 삼림벌채 방식과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 관계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2년 온더스테푸어트(Onderstepoort) 수의학 연구저널에 따르면 “방대한 규모의 삼림 벌채와 깊은 숲에서의 인간 활동이 인간과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5).

    서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수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의 삼림벌채와 파괴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더불어 이 지역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내전으로 갈 곳 없는 수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의 거주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 지역에 더 큰 생태적 부담을 지우는 한편, 가난한 이들이 질병에 접촉될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에볼라 치료제 없는 건 이익만 좇아 움직인 제약사 외면 탓

    아무런 치료제도 백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죽어가자, 제약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제약회사들이 가난한 서아프리카에 약을 팔아 얻을 기대수익이 적어 소극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주로 발병한 곳은 가난한 서아프리카였고, 감염자 대부분은 치료제를 구입할 만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 AP통신은 “치료제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제약회사들은 에볼라 치료제에 대한 본격적인 인체 임상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6).

    존 애슈턴 영국 공중보건전문가기구(FPH) 회장은 이와 관련해 에이즈가 1980년대 미국·유럽까지 전염된 뒤에야 치료제 개발이 본격 시작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힘없는 소수 집단과 관련된 질병에는 대처가 늦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는 자본주의의 도덕적 파탄”이라고 비판했다. 저개발국에서 주로 발병하는 말라리아 백신은 최근에야 상용화에 첫걸음을 뗐다.

    최근 미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실험용 치료제’인 지맵(ZMapp)을 임시치료제로 승인했다. WHO 전문가위원회는 “아직 효능과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은 미승인 치료제를, 에볼라 출혈열의 예방/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좀 더 민감한 윤리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험약 사용의 우선권 문제(즉, 보건의료 종사자가 먼저냐 아프리카 주민이 먼저냐)와 위원회가 제시한 “일정한 윤리기준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조항들이 그것이다.

    또한 재난이 당사자에게는 고통이지만 시장에게는 기회가 되는 역설인 ‘재난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본격 생산에 착수한다고 해도 서아프리카 의료진에 전달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유행을 빨리 끝내기 위한 국제적 협력 필요

    에볼라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비교적 낮지만 치사율은 높다. 병에 걸리면 대증요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마리 폴 키니 WHO 사무차장은 지맵(ZMapp)의 사용승인에 대해, “WHO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감염자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예방 및 감염통제 조치가 에볼라 전파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치료제의 공급전망도 난망한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대비는 전파를 막고 직접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의 유행을 빨리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이런 예방적 조치들과 대증요법도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든 에볼라가 발생하고 확산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원인들이 항상 기저에 존재하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취약한 구조를 방치하며 전염병 유행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이번 에볼라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호주·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운영하던 회사들 중 상당수가 인력을 철수시켰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조치로 음식과 물자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식량난까지 덮쳐 수백만의 비감염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7). 자국의 의료진은 도망치거나 감염되면서 취약했던 기존의 의료시스템마저 붕괴되었다.

    결국,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든 책임을 질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기간에 자체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면, 국제기구를 포함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전 세계적인 사안으로 여겨 해결에 힘써야 한다. 또한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회·정치·경제적 배경에도 적극적 관심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

    1) 빈곤으로 고통 받는 라이베리아에 도움을. 이서영(어린이재단 대외협력실 팀장). 경향신문.

    2)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서울신문.

    3) Daniel G. Bausch mail, Lara Schwarz. Outbreak of Ebola Virus Disease in Guinea: Where Ecology Meets Economy. PLoS Negl Trop Dis. Jul 2014; 8(7).

    4) Sarah Olson, a wildlife epidemiologist / Where Does Ebola Come From? :http://news.msn.com/science-technology/where-does-ebola-come-from-1.

    5) J.J. Muyembe-Tamfum, S. Mulangu, Justin Masumu, J.M. Kayembe, A. Kemp, Janusz T. Paweska. Ebola virus outbreaks in Africa: Past and present. ONDERSTEPOORT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Vol.79 No.2 2012.

    6) 가난한 자에게 더 가혹한 ‘에볼라’. 정유진 기자. 경향신문.

    7) 서아프리카, 에볼라보다 경제난이 더 문제. 남지원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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