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도발적 ‘논어’ 읽기
[책소개] 『위험한 논어』(야스토미 아유무/ 현암사)
    2014년 08월 17일 12:28 오후

Print Friendly

“옛날에 배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다. 지식은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배우는 사람은 세상 때문에, 남 때문에 배운다. 끔찍하게 타락했다.” – 본문 221쪽에서

도교대학교 교수인 야스토미 아유무가 ‘제멋대로’ 풀이한 <위험한 논어>가 출간되었다. 지은이는 논어 500여 절 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깨우침을 주는 225절을 가르고 골라 10개의 주제로 가지런하게 묶었다. 한 페이지에 한 구절씩 명문장을 통해 언제고 부담 없이 논어의 진수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자이자 동양문화 전문가가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으로 풀어낸, 새롭고도 탄탄한 논어 읽기의 사례이다. 속도와 효율을 따지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한번쯤 여유를 가지고 역으로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주는 구절들을 엄선했다. 인(仁), 지(知), 효(孝), 충(忠), 덕(德) 등 논어 사유의 본령에 대한 쉽고 유연한 해석은, 케케묵은 고전이 아닌 현대의 아포리즘을 읽는 듯하다.

특히, 시인이자 고전 연구자인 옮긴이 고운기 교수의 정갈하고 웅숭깊은 언어는 진정한 말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고전을 현재적 시선으로 다시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 삶의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반가울 삶의 지침서! 논어가 전하는 배움의 기쁨과 그 깊은 울림을 문득 깨닫게 하는 책, 그래서 이 책은 ‘위험한’ 논어다.

위험한 논어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 논어인가?

“<논어>의 사상은 현대 사회에서 대체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조리 부정하고, 전혀 다른 윤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논어>는 옛날 냄새 나는 보수적인 책이 아니라 충격적이고 전위적인 혁명의 책이다.” – ‘나가는 말’에서

논어가 범람하는 시대다. 논어 관련 서적이 매주 한두 권씩 출간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람들은 왜 논어를 찾는 것일까? 논어가 담고 있는 인간됨과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과거에도 그러했듯 현대에도 놀라운 설득력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경제학과 동아시아학, 동양문화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지은이의 시각은 그래서 근원적이면서도 혁신적이다.

지은이는 첫 장에서 <논어>의 유명한 첫 구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배우는 일은 위험한 행위다’라는 선언으로 옭긴 후 거침없는 해석과 이해를 선보인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는 첫머리 문장에 <논어>사상의 기초가 모두 들어있다고 본 것인데, 해당 구절은 아래와 같다. 지은이는 이 파격적인 해석 이후, 인(仁), 지(知), 화(和) 등 <논어>의 주요 개념을 ‘배움’을 중심으로 재해석한다.

“뭔가를 배우는 일은 위험한 짓이다. 자기 감각을 팔아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는 일을 자기 것으로 하려고 노력을 거듭하면 어느 때 문득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배우는 일을 자기 것으로 해서 감각을 되찾는다. 그것이 익힌다는 것이다.” – 본문 24쪽에서

이처럼 ‘배움’이야말로 사람을 바꾸는 근원적 위험이라고 해석한 지은이는, 뒤이어 ‘가족관계’, ‘커뮤니케이션’, ‘정치’, ‘성공’ 등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촌철살인’의 논어 읽기

“사독서(死讀書), 독사서(讀死書), 독서사(讀書死)

죽도록 책만 읽는다, 죽은 책을 읽는다, 책을 읽기만 하다 죽는다.

죽은 독서의 유형을 이렇듯 세 가지로 표현한 것이다.

껍데기를 안고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는 지식의 모습이 여기에서 멀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논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옮긴이의 말’에서

<논어>는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무턱대고 외워야 할 박제화된 고전이 되었다. 낡고 껍데기만 남은 많아 형해화된 고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해석은 어떻게 가능할까. <위험한 논어>의 차례를 읽다가 마음이 끌리는 구절을 찾아 펼쳐 읽어보라.

지은이만의 독특한 논어 해석이 담긴 본문은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공자의 말의 울림을 전한다. 지은이는 <논어>에서 어떻게 이 울림을 발견했을까. 먼저, 공자 시대의 문헌이나 고고학 자료에 기초에 추정해 <논어>를 읽는 객관적 방법을 취했다. 그렇게 해서도 알 수 없는 의미는 ‘말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완전히 납득할 수 있게 단단히 껴안아 자기 몸 안에 울리기를 기다리는’ 주관적 방법을 따랐다고 한다. 이렇게 오래된 말의 울림에 귀 기울인 시간의 기록이 <위험한 논어>에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전통적 논어 강독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해당 구절의 한자 원문을 상단에 소개하여 원문의 격을 살렸다. 또한, 1965년 출간되어 해방이후 첫 사서삼경 한글 완역판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논어>(표문태 역, 김범부 교열, 현암사) 번역문도 함께 소개해, 지은이의 과감한 번역과 비교하여 읽을 수 있게 했다. 강독하고 암송하는 그간의 고전 번역서와는 차별적인, 적극적인 해석의 21세기 논어의 모습이다.

경제학자의 젊은 시각이 담긴 새로운 해석

“부자에다 높은 지위에 있다면 누구라도 부러워한다. 그러나 스스로 나아가야 하는 ‘도’로 나아가지 않으면서 그런 것을 얻고 말면 위험하다. 스스로 나아가야만 하는 ‘도’로 돌아오려면 그 지위에서는 멈추고자 해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희생하지 않으면 ‘도’로 돌아올 수 없는 경우, 나아가야만 하는 ‘도’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가난하고 낮은 지위는 누구라도 싫어한다. – 본문 79쪽에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런던정경대에서 정치경제학을 연구한 저자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실사구시’의 시각이 담긴 구절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빈부, 명예, 지위의 고하 등 2500년 전 공자와 제자들이 고민했고, 현대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또한 ‘잘나가는 것’, ‘성공’, ‘신뢰관계’ 등 흔히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이 등장해, 젊은 논어 읽기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밖에도 “사람과 신뢰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지독한 꼴을 당하는 일은 드물다(본문 90쪽)”, “자신이 당사자라고 느껴지지 않는 일이라면 뭔가 하려고 하지 않는 쪽이 좋다(본문 145쪽)”, “먼저 신용을 얻어야 한다(본문 277쪽)” 등 현대인의 삶의 처세와 밀접한 구절들도 있다. 논어와 현대인들의 접점을 찾아온 저자는, 최근 일본에서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과 논어를 접목시킨 저작 <드러커와 논어ドラッカ?と論語>를 출간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