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 범국민대회 열려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3만여명 참여, 100여대 버스 타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
        2014년 08월 15일 10: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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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8·15 범국민대회가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 3만여 명의 각계 시민단체와 종교‧문화계, 일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이하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일반인대책위), 새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이하 국민대책위)가 공동주최한 8.15 범국민대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청와대를 향한 10만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8.15 범국민대회에는 경기‧전남‧전북‧광주‧부산‧경남‧울산‧대전‧충북‧충남‧대구‧경북‧제주 지역의 시민들이 100여 대의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광장에 집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던 범국민대회보다 훨씬 큰 규모다.

    국회 한쪽에선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정쟁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고, 청와대에선 이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향한 국민적 염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회2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 참여자들(이하 사진=유하라)

    이날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 등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고, 여야 재협상은 물론 지난 5월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도 촉구했다.

    8.15 범국민대회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20분 늦은 오후 3시 20분,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 아래 대회가 시작됐다. 절망과 눈물에 젖은 지난 달 범국민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나신구 대표 신부는 “유가족,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 가족, 생존자들 모두 122일 동안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픈 악몽의 나날을 지냈겠느냐”며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눈물을 나눌 수 있는 인간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아픔은 새로운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새살을 기다린다”는 발언으로 본 대회를 시작했다.

    나 대표 신부는 “4월 16일 우리는 모두 커다란 상처를 안았다. 범죄는 상처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의는 그 상처를 치유할 것”이라며 “그 상처를 치유하는 정의는 단 하나 특별법 제정이다. 유가족이 원하는 진실을 밝혀내는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화해를 전제로 한다. 화해를 하려면 누가 어떻게 아팠고 슬펐고 다쳤는지를 똑똑히 보아야 하기에 유가족은 그것들이 밝혀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참가들에게 끝까지 함께 해줄 것을 독려했다.

    국민대회3

    이어 각 지역대책위 5명이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청주에서 온 임성재 씨는 “광복절은 일제강점기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주권 되찾은 날이다. 그런데 오늘 광복절, 국민들의 주권이 제대로 있는지 궁금하다”며 ‘한국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 약한 자들,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나서야 하고 낮은 데로 나아가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언급하며 “국가의 역할도 교황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씨는 “국가가 무엇이냐.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를 하고 그들의 아픔을 보살펴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과연 우리에게 그런 국가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순신 장군은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임금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 같다. 이제 정말 백성의 목소리를 내야하고 백성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쟁취해야 한다”며 “정치 야합을 끊어내고 유가족과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특별법 제정이 돼야 한다. 그런 것을 위해서 모두가 나서서 싸우고 쟁취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노엄 촘스키 등 해외 유명 학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운 솔즈베리 대학교 남태현 정치학 교수도 이날 범국민 대회에 참가해 발언을 했다.

    남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민영화, 그리고 대규모 위기상황 대응 체계를 정책적으로 만들지 않은 정부, 이익 챙기기 급급한 이익집단이 근원적 원인”이라며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권력집단에 맞서 구조적 문제점을 밝혀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업 중심에서 사람의 생명, 안전, 삶의 질 중심으로 바꾸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함께 해외 학자들은 유족의 정의로운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세월호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는 그날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워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서 가족대책위 전명선 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 당국에게 격한 항의도 하고, 소리도 쳐 보았지만 그들은 구조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단숨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전 부위원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을 탈출하려고만 한다. 이제 세월호 얘기는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자고 한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크루즈산업 육성법안’에 반대 의사를 단호하게 밝혔다.

    크루즈산업 육성법안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2만t급 이상 크루즈 선박에 외국인 대상 선상 카지노를 허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단됐으나, 지난 1일 정부와 여당이 경제활성화 명목 하에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 부위원장은 이를 두고 “또 다른 세월호 참사의 시작”이라며 “이런 식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생명을 돈과 바꾸겠다는 것과 같다”며 다시 한 번 특별법 제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역과 일터, 학교에서 다양한 행동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그것이 사진전일수 있고, 거리 강연회일 수 있고, 촛불 문화제일 수 있고, 1인 시위일 수 있고, 국회의원에게 특별법을 호소하며 거는 한 통의 전화일 수 있고, 세월호 기사의 의견 댓글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전 부위원장은 회견문을 낭독하며 특별법 제정 촉구에 동참해 준 국민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가족들과 함께 11일 때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도 이날 대회에 참가해 축하 공연을 벌였다. 그는 열흘이 넘는 단식 농성 중임에도 울산 공연 마치고 아침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광복절 기념 행사를 한 후 범국민대회 행사에 참가해 참가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그냥 인간애”라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거리로 나왔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먼지만한 힘이라도 드리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라며 단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김장훈은 “가수가 노래나 하지 하는데, 가수라서 (단식농성)하는 것”이라며 “세상을 품고 무대에 올라가는 게 제 철학이다. 쓰러질 때까지 단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싸움은 6개월, 1년 내로 끝날 거 같지 않다. 다음 정부 때까지 싸울 수도 있다”며 “때문에 세월호는 긍정(의 마음)을 갖고 해야 한다. 오늘은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장훈은 단원고등학교 학생 희생자인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 씨와 동혁 군의 동생을 무대에 불러 ‘내 사랑 내 곁에’를 함께 부르고 보듬으며 위로했다.

    공연이 끝난 오후 4시 50분경, 33일째 단식 중인 단원고 희생자인 유민 아버지 김영오 씨가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올랐다. 오랜 단식으로 인해 기력이 바닥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청광장까지도 엠뷸런스를 타고 겨우 왔다고 사회자가 전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을 향해 감사의 큰 절을 한 후, 종이에 직접 적어온 말들을 읽기 시작했다.

    김 씨는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응원하러 왔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특별법을 왜 제정해야 하는지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아이들도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 당연한 요구를 왜 정부는 거부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 달 넘게 굶고 있지만 배가 고프지 않다. 국민들 때문에 희망을 가진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국민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황이 가실 때까지 특별법 제정되지 않는다 해도 저는 실망하지 않을 거다. 교황을 통해서 전 세계에 정부가 장악한 이 나라를 알리는 게 제 목적”이라며 “유민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미래를 위해 끝가지 광화문 광장에 있겠다. 저를 믿고 끝까지 함께 해달라”며 지속적 관심을 부탁했다.

    이승환 밴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후 5시 30분경 8‧15 범국민대회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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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100만 서명 받기, 광화문 광장에서 함께 하기, 특별법 제정을 위해 사회 곳곳에서 실천하는 행동하기’라는 3가지 약속을 한 후,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청계광장 방면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유가족 및 시민단체는 청계3가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 등을 강하게 외치며 청계3가까지 평화적 행진을 이어가다가 오후 6시 40분경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잠시 연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가자”며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단원고 희생자 예은이 엄마 박은희 씨는 “저 또한 청와대로 가서 갈기갈기 찢고 싶고 다 무너뜨리고 싶지만 우리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어렵다. 지금 밀고 들어가서 이길 수 없다는 거 알지 않느냐”고 일부 참가자들의 주장을 만류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수백 번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이라는 말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것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뒤에 깃발을 봐 달라. 저들도 우리와 같은 세월호 피해자들이다”라며 특별법 제정이 되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해줄 것을 부탁했다.

    박은희 씨의 발언을 끝으로 6시 53분경 유가족들을 포함한 일부 참가자들은 예정된 행진로인 청계광장 방면으로 행진해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한편 오후 7시 30분경 일부 참가자들과 노동조합은 종각에서 도로를 점거하며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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