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족들의 십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넨다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2014년 08월 13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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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이해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맞이하고 15일에는 대전 미사에 참석해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는 등 교황의 일정과 보폭을 맞춘다.

    단식에 돌입한 지 31일차인 13일 오후 유족들은 광화문 농성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 방문과 관련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을 향한 염원에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

    이날 유가족 대책위의 김병권 위원장은 “우리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하고자 하시는 교황님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 우리는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 우리는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가 충분히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심, 대통령과의 대화가 2,000미터 앞에서 가로막힌 광화문에서 교황님, 가톨릭 신자들, 국민들과 함께 하며 우리의 뜻을 나누고 싶다”며 “교황님께서 우리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전 세계 모든 분들과 나누어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기로 했던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세례명 체칠리아)씨는 이날 오전 청와대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 병력에 고립되어 참여하지 못했다. 고 박군의 누나 박보나씨가 어머니가 쓴 편지를 대신해 읽었다.

    박씨는 “우리 세월호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꿈 속에서라도 단 한 번 만이라도 그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 성호가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같이 성당에 가던 시간들이, 교황 성하의 방문을 같이 기다리던 그 시간들이 생생히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겪는건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러한 아픔과 슬픔을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중입니다. 한 달을 굶어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내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저희 가족 모두 천주교 신자이고 4명의 주님 자녀 모두 평소 교황님을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온 가족이 시복시성 미사에 참여하기로 약속했고 교황님을 뵙고 싶어 방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나, 지난 4월 16일, 이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 남쪽 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18살 아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들 박성호 임마누엘은 교황님처럼 사랑 많은 훌륭한 신부님이 되고 싶어 했던 착하고 꿈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오는 14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 각계각층 30여명과 함께 교황을 직접 맞이하고, 15일에는 대전에서 미사를 함께 한 뒤 10여명의 유족들과함께 교황과의 비공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16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유족과 교황이 함께 미사를 보고, 17일 대전에서는 세월호 생존자 학생들을 만난다.

    가족대책위는 15일 비공개 면담에서 교황에게 직접 세월호 참사를 설명하고, 30일 넘게 단식을 하는 이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전세계 시민들이 많은 관심과 성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5kg 무게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2천리 도보순례’ 중인 고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 등 가족 3명이 이날 교황에게 십자가를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방한

    교황 방한에 즈음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과 호소문(사진=박석운님 페이스북)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전문

    그리스도의 평화

    한국 방한을 앞두고 계신 교황 성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멀리 한국 땅에서 교황 성하의 방한을 기다리고 있는 저는 “정혜숙 체칠리아”라고 합니다. 가족 모두 천주교 신자이고 4명의 주님 자녀 모두 평소 교황님을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온 가족이 시복시성 미사에 참여하기로 약속했고 교황님을 뵙고 싶어 방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16일, 이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 남쪽 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18살 아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들 박성호 임마누엘은 교황님처럼 사랑 많은 훌륭한 신부님이 되고 싶어 했던 착하고 꿈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물에 잠겨 죽어가는 모습을 우리 부모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속수무책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 가슴을 찢고 통곡해야 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사고와 구조 실패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모두가 목격자가 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슬픔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후 우리 가족들은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었습니다. 구하지 못한 것인지 구하지 않은 것인지, 장비가 없었기 때문인지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사라져간 304명의 소중한 생명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하시며 가장 상처입은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교황 성하,

    안타깝게도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가족들은 왜 우리 아이가 죽어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이 호소하는데도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정부와 국회는 전례가 없다며 안된다고만 합니다.

    저는 수사권이니 기소권이니 그런 말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는 알아야겠고 왜 꼭 책임자를 벌해야 하는지는 알겠습니다.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 일수록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잘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게 지도자가 해야하는 일 아닌가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정부와 국민들께 호소하며 우리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42키로에 달하는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아이들의 교복을 입고, 아이들의 명찰도 달고, 아이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습니다. 3명의 유가족들은 5kg짜리 십자가를 짊어지고 21일간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하며 단식도 했습니다. 저 또한 7일 동안 단식한 후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16일 시복미사를 거행하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유민이 아빠는 시복미사 날이면 3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계시겠네요. 지치고 힘들고 억울하다가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모든 것을 잃었기에 지칠 수가 없습니다.

    교황 성하,

    우리 세월호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꿈 속에서라도 단 한 번 만이라도 그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 성호가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같이 성당에 가던 시간들이, 교황 성하의 방문을 같이 기다리던 그 시간들이 생생히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겪는건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러한 아픔과 슬픔을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소중한 생명들이 탐욕의 제물이 되어 죽어가지 말아야겠기에, 우리 나라를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싶기에 슬픔을 딛고 눈물을 참으며 단식을 하고 노숙을 하고 생명문화를 수호하는 외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낮은 곳으로 한없이 내려오시는 교황님

    낮은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교황님과 세계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전문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 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한다는 부담을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 그러나 저는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독립된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인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중입니다. 한 달을 굶어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내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관심 가져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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