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풍백화점 붕괴
    건설비리와 재벌 탐욕이 낳은 참사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1>1995년 삼풍백화점
        2014년 08월 12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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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사고가 유난히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시장과 이윤이 인간의 생명과 존엄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기준이 되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 또다른 대형사고를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특별법과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다. 이번에 세월호 참사 이전 벌어졌던 한국과 해외 대형 재난사고의 발생 원인과 사회적 배경을 몇 개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글을 게재한다. 사회진보연대에서 펴낸 소책자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에 담긴 내용이다. 사회진보연대의 양해를 얻어 그 중 한국과 해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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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참으로 붕괴사고가 많은 나라다. 즉, 부실공사가 일반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에서부터 신행주대교 붕괴(1992년),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2000년), 이천 물류창고 붕괴(2005년) 그리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2014년) 등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부실공사는 끝을 모르고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502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낳은 대형참사로, 천여 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고(2013년) 전까지 세계 건물 붕괴사고 사상 최다사망 사고였다.

    당시 외신에서조차 북한의 폭파테러를 의심했다고 한다. 지진이나 폭발 같은 외부충격 없이 건물이 이렇게 무너진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탐욕으로 지어지고, 탐욕으로 무너진 삼풍백화점

    1995년 6월 29일, 서울 강남의 최고급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최고층 5층에서 시작되어 지하 4층까지의 전 건물이 20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고, 1,445명의 백화점 종업원과 고객들이 죽거나 다쳤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에 6명은 끝내 실종 처리되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규모 3천억 원, 관련 업체들의 피해 규모도 8백억 원에 달했다. 구사일생한 생존자, 부상자들의 후유증, 졸지에 가족을 잃어버린 유가족의 고통까지 헤아린다면 사고의 피해는 셀 수 없다.

    그러나 삼풍백화점은 ‘예고없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사고 당일만 해도 심각한 균열현상이 경영진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수사 결과 균열현상은 5년 전부터 진행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야기한 건설비리와 백화점 측의 탐욕은 건물이 세워질 당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삼풍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모습 자료사진

    ① 건물 건설부터 붕괴는 예상됐다

    삼풍백화점은 첫 삽을 뜨기 이전부터 각종 의혹이 무성했다. 백화점이 들어선 부지는 원래 강남의 노른자위 아파트지구로서 대형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각종 의혹 속에 상업용지로 지구지정 변경과 건축승인이 이루어지고, 백화점도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지상 4층 일반상가로 허가받은 건물을 건축주인 이준 회장이 5층 백화점으로 바꾸려 할 때, 서초구청과 서울시청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뇌물이 건네졌다. 또 삼풍백화점은 설계도면부터가 잘못된 건물이었다. 관계기관에 제출한 허가도면과 실제 공사 때 쓰인 시공도면이 달랐다. 설계와 감리를 맡은 우원건축은 확정되지도 않은 시공도면을 공사 도중 틈틈이 채워 넣기도 했다.

    설계도면도 없이 추측공사를 한 우성건설은 골조공사 즉,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공정을 맡았다. 그런데 우성건설이 지은 초기 4층짜리 건물은 시멘트 함량이 부족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일체화되어야 할 철근과 콘크리트도 따로 놀아 기둥과 벽이 지탱할 힘이 없었다. 천장(슬래브)과 벽도 연결상태가 불량했다.

    이후 5층으로 증개축을 할 때 우성건설이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자, 이준 회장은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삼풍건설산업으로 시공사를 변경했다. 부실시공은 계속 이어졌다. 5층 천장은 가벼운 유리와 철골로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콘크리트로 바뀌었고, 애초에 계산되지 않았던 냉각탑을 옥상에 설치하여 건물은 초과하중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하중을 버티는 역할을 하는 내력벽 일부를 절단했다. 이러한 부실시공을 감독해야 할 감리 과정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감리비용 미지급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공사현장에 상주해야 할 감리사는 공사 끝까지 남아있지 않았고, 무자격자가 그 역할을 하기도 했다.

    ② 영업손실, 자산손실 걱정만 한 회장님

    삼풍백화점 붕괴를 사전에 경고한 이들이 있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5층 식당 관계자들, 인근 주민들은 균열과 이상 징후를 느끼고 제보하거나 문제제기했다. 백화점 시설부 회의에서도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1995년을 삼풍백화점의 ‘확장원년’으로 결정한 경영진의 방침에 가로막혀 그 주장은 묵살되었다.

    6월 29일, 사고 당일 옥상은 내려앉았고 기둥엔 금이 가고 물이 샜다. 사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경영진은 심각한 균열현상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그 누구도 매장 폐쇄를 주장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결국 “보수공사를 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 영업을 계속하라”고 결론 내렸다.

    최후의 순간까지 경영진은 ‘대담’했다. 사이렌은 울렸지만 안내방송은 하지 않았고, 붕괴직전에 자신들만 대피했다.

    게다가 사고 직후 이준 회장은 “백화점이 무너진다는 것은 손님들에게 피해도 되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진 것”이라는 망언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부실공사의 결과는 참담했다. 삼풍백화점은 명품백화점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인명피해를 낳은 사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삼풍백화점의 참사가 일어난 지 19년째 되던 날인 올해 6월 29일, 현대백화점 천호점 천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장 안에 설치된 환기구가 분리되면서 천장이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백화점 측은 대피 방송도 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린 뒤 영업을 강행했다. 이윤을 우선시한 대처는 19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부실공사가 일반화된 이유 – 건설현장에 강요된 부실

    부실공사는 부도덕한 일부 건설업체들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한국의 건설업계와 건설행정 전반에 퍼져있는 관행이다. 실제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부터 1996년 6월 말까지 약 1년 반 동안 부실공사로 처벌받은 건설업체만 해도 모두 106개사에 116건이었다.

    여기에는 현대, 대우, 롯데, 한보, 대림, 한일 등 대기업들이 모두 포함되었고, 특히 삼성의 경우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부실공사 관행은 건설의 모든 단계에 퍼져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를 밝히기 쉽지 않다. 설계, 시공, 감리, 관리 등 각각의 과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하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의 사례는 감리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부실자재를 사용하도록 방치하고, 무리한 증개축을 계속한 자가 바로 공사의 발주자라는 걸 보여준다. 부실공사의 책임소재를 찾고 이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빨리빨리ㆍ날림공사를 누가, 어떻게 강요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① 수익 극대화를 보장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다단계 하도급’이다. 건설공사는 대개 발주자(건축주)가 전체 공사를 종합건설업체에 발주한다. 그러면 종합건설사는 다시 토공사와 철근 콘크리트, 마감, 설비공사 등 공정별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와 계약을 맺어 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원도급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사들에게 불공정 관행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적은 하도급대금을 요구하거나, 하도급대금, 건설기계대여대금 등을 미지급 또는 체불하여 하도급사들을 파산에 내몰기도 한다. 설계변경이나 추가 작업으로 발생한 부담을 하도급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금지된 ‘재하도급’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합법적 도급은 전문건설업체까지 허용되는데, 실제 현장은 적은 경우 4단계 심한 경우는 7단계 이상 하도급을 준다.

    2010년 기준으로 불법하도급 비율이 70%를 차지할 정도이다. 최저가 낙찰로 인한 적은 공사비와 관리비용 등을 이유로 재하도급 해버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실제 공사에 투여해야 할 자재와 인력에 대한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② ‘날림공사’를 조장하는 최저가 낙찰제ㆍ공기 단축

    ‘최저가 낙찰제’란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예산절감을 위해 시공능력, 기술력, 재무구조 등의 요건보다 입찰가격을 먼저 판단해 최저가격을 제시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1994년 붕괴된 성수대교도 동아건설이 발주처로부터 예정가격 116억 원의 절반을 조금 넘긴 77억 2천만 원(66.5%)에 공사를 낙찰 받아 지었다. (그리고 지은 지 15년도 안 돼 무너졌다)

    제대로 된 공사를 기대한다면 비상식적 제도일 수 있지만, 최저가 낙찰은 건설업계에서 상식이다. 업체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최저가 낙찰제의 평균 낙찰가격은 예정가격의 70%를 밑돈다. 그리고 실제 공사비는 애초 총 공사비의 45% 수준에서 시공하게 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타고 4, 5차까지 내려가면서 중간에서 이윤을 챙기다보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부실한 소재를 쓰는‘날 림공사’가 이뤄진다.

    건설업계 특성상 공기(공사기간) 단축은 수익과 직결된다. 하루에 투입되는 공사의 요소들이 모두 비용으로 연결되므로 가능한 한 공기를 단축하려고 한다. 공사를 서두르도록 압박하고,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그만큼의 공기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하루 작업량을 높이기 위해서 건설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거나, 다단계 하도급에 의해 저가로 내려온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적정 인원보다 적게 투입한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정해진 물량작업을 소화하기 위해 휴일도 없이 휴식시간 및 점심시간마저도 쫓겨가며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2군, 3군 영세업체나 소규모 공사현장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하다.

    건설노동자들은 당연히 정해진 물량을 완수하기 위해 앞 다투어 서둘러야 한다. 현장 건설사들이 원하는 것은 주어진 물량을 빨리 완수하는 작업자이지 안전한 건물을 짓는 작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들은 다음날 고용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빨리빨리’ 과정에서 매년 6~7백 명의 건설노동자가 죽는다. 이는 영국의 14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설계도서 등에 따라 산정된 공사기간 단축을 하지 않는다’는 산업안전법의 규정을 어긴 사업주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된다. 이익에 비해 처벌 수준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사업주는 안전을 지키기보다는 이윤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건설비리와 재벌의 탐욕을 제어해야 한다

    삼풍백화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붕괴의 조짐이 있었으나 삼풍백화점 경영진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붕괴 직전까지도 고객과 종업원들의 안전보다는 영업손실만을 걱정하다 자신들만 대피했다.

    그러나 이들 경영진에 대한 처벌은 너무 미약했다. 애초에 이준 회장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붕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이를 의도했다는 증거 없이는 법적 처벌이 어려웠다.

    이준 회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구속되었으며 뒤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추가되어 징역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준 회장은 이후 만기출소했다.

    붕괴 사고 직후 발표된 재발방지대책도 부실공사를 낳는 건설업계의 관행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정부의 입장은 안전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부실방지 대책은 곧 건설업체의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이준 회장과 같은 이들에게 안전 문제에 대한 자율적 판단과 책임을 맡길 수 있는 것인가? 오로지 수익 극대화에만 혈안이 된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서 부실공사의 대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제어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2014년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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