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접근
    교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재판관 아닌 중재자의 역할
        2014년 08월 12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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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준호(중2)는 오늘도 지각이다. 적절한 벌이 필요하다. “준호! 너 지각한 대가로 방과 후에 남아서 교실청소 전부 다해라. 그리고 선생님한테 검사받으러 와!” 담임의 선언에 대해 그날 교실청소 담당 학생들이 좋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방과 후, 청소를 다 마칠 시간이 되었는데도 준호는 교무실에 나타나지 않는다. 궁금해서 교실로 가보니 창문은 그대로 열려있고 바닥에는 쓰레기와 빗자루가 나뒹굴고, 책상과 의자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그리고 청소하고 있어야 하는 준호도 없다.

    너무 화가 나서 준호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당장 학교로 와!” 하지만, 그날 준호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준호 앞에서는 모든 규칙이 멈추어 선 듯 했다. 준호의 일탈적 행위는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선도위원회 두 차례 열렸지만, 준호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매는 더욱 날카로워지고 행동은 공격적으로 변했다.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교사들의 일반적인 대처법이 강압과 벌이다. 하지만 강압과 벌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저항과 관계의 악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 최근 학교의 현실이다. 더 이상 강압과 벌은 통하지 않으며, 보상 역시 통하지 않는다. 강압과 벌, 보상은 이제껏 행동수정이나 행동변화를 위해 흔하게 사용되었던 기제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힘을 잃었다. 왜 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현대 사회는 권위에 저항하는 시대의 변화 속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권위에 의존하는 생활지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처벌 중심의 권위적 생활지도 방식을 유지하고 있고, 그로 인해 관계의 갈등 골만 깊어지고 있다.

    상과 벌의 한계는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것과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외적 평가와 힘에 의한 순응으로 인해 자발적인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며 오히려 힘의 지배 논리를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강압과 벌로 학생들이 행동이 변화되었다면, 그 심리적 동기가 대부분 두려움이나 죄책감, 수치심에 기인한다.

    정신의학자인 제임스 길리건(1966년부터 2000년까지 34년간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현재 뉴욕대 정신과 교수로 있다. 수십 년간 폭력적 행동의 심리적 매커니즘과 폭력예방책을 연구해온 폭력 문제의 권위자이다)은 오랫동안 폭력적 행동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오고 있는데, “폭력적인 행동의 근본적인 심리적 동기나 이유는 수치심과 모욕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강압과 벌에 의존한 처벌 중심의 생활지도 방식은 수치심을 자극하며, 수치심은 폭력적 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금 학교 문제는 단절의 고통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조차 우호적이지 않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조차도 자기 자신에 대해 수용적이거나 자비롭지 못하다. 속으로는 고통 속에 있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센 척, 아는 척, 멋진 척… 등등 자신과 단절된 거짓 자아의 모습으로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리적으로 수치심은 관계의 단절을 가져온다. 수치심은 부모의 양육과정에서, 교육과 정치, 사회, 문화와 종교에 의해 내면화되고 강화되고 있어서 우리는 수치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수치심을 넘어 단절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류의 학문 발달로 인해 지금의 단절을 연결로 변화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공감’임을 밝혀내고 있다.

    관계의 단절이 아닌, 관계의 연결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공감’이다.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 ‘공감’하고, 공동체가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폭력없는 학교

    폭력없는 학교와 관련한 EBS 프로그램 화면 캡처

    관계와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회복적 생활교육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는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본래적인 것이다. 지금 학교의 문제는 단절에서 오는 고통이다. 관계가 훼손되고 공동체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떻게 관계를 강화하고, 사라진 공동체성을 세울 것인가? 이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이처럼, 피해회복과 관계와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의 교육적 접근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모든 존재는 존재론적 존엄성을 지니며,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내면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주요 원칙은, 1) 관계중심 지향하기, 2) 배움을 위한 안전한 공간 만들기, 3) 공동체의 참여 이끌기, 4) 내면의 힘을 부여하기, 5) 상호존중하기, 6)힘을 나누고 공유하기, 7) 갈등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전환하기, 8)합의에 의한 의사결정하기 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적용 모델은 ‘관계성 강화 단계’→‘관계성 회복 단계’→‘관계성 재건 단계’별로 적절한 실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생활교육의 적용 모델. Brenda Morison, 2005

    우선 ‘관계성 강화 단계’는 평화적 문화의 토양을 다지는 단계로 다양한 학급 이벤트, 학급 서클, 공감적 의사소통 교육 프로그램, 갈등해결능력 훈련 프로그램, 체크인 ‧ 체크아웃 서클 등의 실천 모델을 적용해볼 수 있다.

    ‘관계성 회복 단계’는 공동체 안에 발생하는 갈등 중에 비교적 어렵지 않는 경우에 공동체 내부에서 평화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천 모델들을 적용해볼 수 있다. 문제해결 서클, 회복적 대화모임, 또래 중재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관계성 재건 단계’는 공동체에 위협이 되는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인데, 이때는 외부의 전문가의 도움으로 ‘가해자-피해자 대화모임’, ‘가족 회합’, ‘회복적 서클’등의 중재모델을 적용해 볼 수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 사례

    초등학교 5학년 쉬는 시간, 복도와 교실은 뛰어다닌 아이들과 떠드는 소리로 요란하다. 좁은 책상 사이로 잡기 놀이를 하다가 책상과 의자가 쓰러지고, 칠판 앞에는 학습 준비물로 놓아두었던 스티로폼이 장난감으로 변신해서 부러지고 사방으로 부스러기가 날아다닌다.

    정신없는 사이에 갑자기 한 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두 남학생이 서로 멱살을 잡고 있었고 주먹도 날릴 기세다.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들었지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종이 치면서 싸우는 아이들을 발견한 선생님이 소리친다. “야~ 거기 뭐야! 당장 손 놔!” 아이들을 말렸지만, 서로 쏘아보고 욕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무슨 일이니?” “얘가 때려 놓고 미안하다고 하지도 안잖아요!” “내가 언제 때렸어. 건드린 건데. 너도 지난번에 나 때려놓고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잖아!”

    아이들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음 시간에 있을 수업을 위해 부탁을 했다. “얘들아, 많이 화가 났구나.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네. 샘은 다음 시간에 있을 평화수업을 잘하고 싶어서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너희들 얘기는 수업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이번 시간에는 수업에 집중해줄 수 있겠니?” “네.” 아이들이 내 부탁을 들어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자리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수업 중에도 서로 째려보고 입모양과 손짓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그리고 두 학생들의 격한 역동은 주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더니 결국 학급의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리 없는 두 학생들의 싸움에 가세하거나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앞에서 앵무새처럼 혼자서 의미없는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결국 포기하고 학급 서클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얘들아, 수업에 집중이 잘 안되니? 두 친구의 싸움에 신경이 쓰이니? 오늘 이일과 관련하여 학급 전체가 함께 얘기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너희들은 어때?”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학급 서클을 시작하게 되었고 회복적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회복적 질문 (Restorative Inqury)
    1. 무슨 일이 있었나요?
    2. 그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3. 그 이후로 무슨 생각을 했나요?
    4. 당신이 한 일로 누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5.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6.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기를 원하나요?

    모두 동그랗게 앉았고, 토킹 피스(말하기 도구)를 사용해서 돌아가면서 동등하게 말할 기회를 가졌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해주기를 부탁했다.

    진행자인 교사가 먼저 시작을 했다. “선생님은 두 친구가 쉬는 시간에 복도 끝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았어.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소리 없는 싸움이 계속되었지. 이 일과 관련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는지 얘기해보자.

    “선생님은 학급친구들의 시선이 싸운 두 친구에게 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앵무새가 된 듯해서 외롭고 실망스러워.”… “신경 쓰여요, 짜증나요, 무서워요, 답답해요, 걱정되요, 재미있어요, 화나요….” “모두 얘기해주어서 고마워. 이 일로 누가 영향을 받았을까?” “선생님이요, 제 자신이요, 친구들이요, 엄마와 아빠요, 교장 선생님요…”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해 여러분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사과해요, 복도에서 놀아요, 뛰지 말아요, 싸우면 말려요, 나가서 놀아요 ….” “학급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선생님이나 학교는 어떤 도움을 주기를 원하니?” “싸우면 말리기 해요, 실내에서 뛰지 않기로 약속을 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제안한 것들 중에 최소한의 약속들을 합의한 뒤에 학급 서클을 마쳤다. 두 학생들의 얼굴의 긴장감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학급 안에 평안이 찾아왔다.

    회복적 실천가로서의 교사

    회복적 생활교육은 방법적인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철학의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생활지도의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사의 패러다임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회복적 실천가로서의 교사에게 필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1) 학생의 필요를 묻기, 2) 배움을 위한 안전한 공간 만들기, 3) 진실을 말하고 깊이 있게 듣기, 4) 힘을 나누고 공유하기, 5) 갈등을 평화적으로 중재하기 이다.

    이제껏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의 말을 잘 따르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는 무엇인가? 학생들의 요구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실현할 것인가?” 질문하고 고민하기를 요청한다.

    권위적인 리더십에서 협력적 리더십 ․ 파트너십의 전환이 요구된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약화시켰다는 목소리가 있다.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권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권강화가 교사의 강제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 교권강화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을 존재론적 존엄성을 지닌 인간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권위와 위계에 의한 질서가 아닌 존중과 협력에 의한 질서가 세워지도록 해야 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하게 하는’에서 ‘함께 하는’리더십이다. 갈등에 대해서도 교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재판관으로써가 아닌 갈등을 평화롭게 전환하는 중재자로써의 역할이 요구된다.

    현재 일부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시도하는 도전들이 있다. 하지만 응보적이고 권위적인 시스템에 머물고 있는 현재 학교구조와 충돌하면서 쉽지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공동체가 이해하고, 공동체 내에 정착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변혁의 과도기에는 과거의 것도 잘 작동되지 않지만 새로운 대안도 잘 작동이 되지 않는다.

    현재 교사는 변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고, 과도기에 포기하지 않고 잘 견디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위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에 대한 진정성과 성실성이다. 교사의 이러한 작은 노력이 모순된 한국 교육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본래의 교육적 가치를 회복하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좋은교사운동 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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