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과 당진 그리고 에너지 주권
    [에정칼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지역에너지가 우선
        2014년 08월 08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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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절이 하수상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진다. 시대유감이다. 제대로 예방하거나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당의 책임이 크다. 국가유감이다.

    에너지 분야로 시선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정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갈등이 일단락되어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밀양의 눈물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당진과 충청남도가 눈길을 끈다 . 765kV와 345kV 송전선로의 신규 건설과 보강 계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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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화력 9~10호기 건설 모습

    주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으로 공사 중인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의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9․10호기(각 100만kW)의 송전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15년 12월과 2016년 6월에 각각 완공된 뒤 최소 5년이 지나 2021년에나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한다. 마땅한 송전선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됐을까?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2006년에 수립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당진화력 9․10호기가 반영되어, 2011년에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다. 감사원이 기존 765kV 송전망의 고장에 대비해 예비 송전망을 구축하라고 한국전력에 통보한 것이다.

    결국 2012년, 산업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추가로 765kV 송전망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산업자원부는 송전망 고장에 대비해 전력계통의 안정성 유지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고시(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를 변경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들어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갈등 상황과 당진 지역의 주민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당초 765kV 송전망을 345kV 송전망으로 수정하고, 제6차 장기송․배전설비계획으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진화력-북당진변전소를 잇는 30km 구간의 송전선로의 건설 비용 수천억 원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쟁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관련 규정(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을 보면, 여러 발전소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용선로의 건설비는 한전이, 공용선로에 접속하기 위한 접속선로는 해당 발전소가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이를 두고 한국동서발전은 전력계통의 안전성을 보강하는 이유로 송전망이 신설되기 때문에 공용선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한국전력은 예비 송전망은 접속선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송전을 책임져야 하는 한국전력은 올해 초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무리해서 2014년에 착공에 들어간다고 해도, 설계 기간과 주민 보상 등 절차를 밟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서도 정작 돌리지 못하는 촌극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은 발전소 준공 계획이 세워진 당시에는 기존 765kV 송전망 이용에 문제가 없었다며 일단 기존 선로를 이용해 전력을 송출하고 예비 송전망을 건설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그럴 경우 기존 송전망의 과부하로 인한 전력계통의 지장을 초래해 자칫 블랙아웃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얼핏 보면 두 조직이 내세우는 명분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발전시설의 확보냐 전력계통의 안정이냐. 이제 공은 전기위원회로 넘어갔다. 한국동서발전이 송전망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존 765kV를 이용할 수 있는지, 전기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낸 상태다.

    밀양 갈등을 초래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력당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밀양의 경우에는 정부부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누구 할 것 없이 죽기 살기로 밀어붙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번 당진 사례가 정부의 늑장대응이 불러온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당진과 충청남도는 전력시스템의 모순을 안고 살아오고 있다. 태안, 보령을 포함해 충청남도는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곳이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대형 화력발전소 벨트를 통해 전력 생산에서 자유로운 특정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 네트워크를 낳았고, 전력 생산의 비용과 편익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극단적인 불균형을 초래했다.

    2011년 기준으로 충청남도는 전국 전력생산량의 23.8%를 공급하지만, 전국 전력소비량의 9.4%를 소비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의 36.1%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 특히 서울과 경기도로 보내는 ‘전력생산기지’이자 ‘전력공급기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지역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송전시스템이 초래하는 사회적, 환경적 피해도 다른 곳 이상으로 심각하다. 물론 충청남도가 중화학공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보다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 스스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명확하다.

    하지만 국가의 전력계획과 정책이 바뀌지 않고서는 ‘진상규명’과 ‘일벌백계’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당진화력 9․10호기 송전망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쟁점은 밀양과 닮아 있다.

    사회적 갈등까지 닮지 않으려면 사건․사고를 수습하는 위원회를 꾸릴 생각하지 말고, 사전에 예방하는 똑똑한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토와 산업 분야의 ‘대개조’ 없이는 생명과 안전과 신뢰,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발전설비가 우선이냐, 송배전설비가 우선이냐 하는 질문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선택지만 제공한다. 지역에너지, 그것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지역에너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인민주권과 생명권과 환경권을 보장한다. 그 누구도 헌법 위에 군림하거나 그 위에서 지배할 수 없다. 이제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에너지 주권’을 갖는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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