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사랑이 인류에 준 선물
[그림책 이야기]<초대받지 않은 손님>(파리데 파잠/ 보림)
    2014년 08월 07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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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어느 작은 마을에 마음씨 곱고 친절한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저녁 무렵 할머니는 대문 밖을 나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부슬비가 내립니다. 할머니는 서둘러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자신도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비가 점점 더 거세게 내립니다. 천둥번개도 칩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립니다…….

대문을 열어보니 참새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비 맞은 참새를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뒤이어 닭, 까마귀, 고양이, 개, 당나귀, 그리고 소까지 비를 피해 할머니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모든 동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다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이 이야기는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하룻밤 비를 피하러 왔던 동물들이 아침이 되어도 가질 않는 것입니다. 동물들은 모두 마음씨 곱고 친절한 할머니와 헤어지고 싶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할머니에게는 여러 동물들을 먹여 살릴 양식도 없고 넓은 집도 없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비를 피하러 온 동물들이 떠나질 않으려고 하니 할머니 마음은 참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이제 할머니와 동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녕 동물들은 가난한 할머니를 위해 각자 제 갈 길을 떠나야만 할까요?

가축과 애완동물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

그림책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참새, 닭, 까마귀, 고양이, 개, 당나귀 그리고 소가 어떻게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축이나 애완동물이 어떻게 언제부터 사람과 어울려 살게 되었는지 그 유래와 역사가 궁금합니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정확히 언제부터 인간이 가축을 키우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 부여국에는 각 부족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관직을 주었는데 그 관직의 이름이 마가, 우가, 저가, 구가였습니다. 부여 때 이미 말(마馬)과 소(우牛)와 돼지(저猪)와 개(구狗)를 가축으로 키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축의 규모와 관리가 재산과 권력을 뜻했던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가축과 애완동물에 관한 정확한 유래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문자가 없던 시절의 역사를 알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문자가 없던 덕분에 우리는 구전 문학이라는 놀랍고 아름다운 유산을 갖게 되었습니다. 신화와 전설 그리고 민담의 매력은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환상적인 문학작품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 우리에겐 조금 낯선 문화권인 이슬람의 나라, 이란의 그림책이 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서 들려주는 가축과 애완동물의 유래는 참 소박하고 따뜻하며 지혜롭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동물들은 왜 할머니를 찾아왔을까?

무엇보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동물들이 먼저 할머니의 집을 찾아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누구를 찾아왔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놀랍게도 동물들은 할머니가 마음이 곱고 친절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에 할머니 집의 문을 두드립니다. 도대체 동물들은 할머니가 마음이 곱고 친절한 사람이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할머니의 등장을 알리는 첫 장면에서 할머니는 집을 나와 동네 아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곧 비가 오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이때 동물들이 어딘가에 숨어 이 장면을 목격한 걸까요? 그리고 이 모습을 보지 못한 동물들은 할머니의 집 앞에서 할머니의 선한 기운을 느낀 걸까요?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그 많은 동물들이 할머니를 찾아오다니 말입니다. 마치 온 우주와 동물들과 할머니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할머니의 사랑이 인류에게 준 선물

그런데 할머니의 착한 마음은 동물들을 집으로 맞아주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어린이를 대하듯이 동물들의 젖은 몸을 닦아주고 덮을 것을 줍니다. 그리고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다음 다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동물들 모두 할머니의 사랑을 느낍니다.

동물들은 할머니의 환대와 보호에 뭔가 보답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보답을 넘어 아무 조건 없이 자신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고 보호해 주는 할머니 곁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을 겁니다.

동물들과 어른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를. 동물들과 어른들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 조건 없이 나를 반겨주고 도와주는 이가 얼마나 드문가를. 어린 손자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나를 맞아주는 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입니다.

여기 이란에서 전해오는 옛이야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차별 없는 사랑은 동물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어느 할머니의 사랑이 인류에게 가축과 애완동물의 영원한 우정을 선물했다고 말입니다.

그림책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게도 자선과 사랑을 베풀라고 합니다. 어느 할머니의 자선과 사랑 덕분에 인류는 우리 몸의 양식과 영혼의 친구를 동시에 얻었습니다. 동물들이야말로 인류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자 가족입니다.

필자소개
이루리
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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