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 위의 응급실,
    나는 119 구급대원이다
    [타인의삶] 열두 번째, 세 아이 엄마이자 소방관 이응급씨
        2014년 08월 04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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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7일, 강원도 119 특수구조단 항공구조대 소속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순직한 고 이은교 소방사는 사고 1시간 전 페이스북에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주장하는 글을 링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대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예산 부족으로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한다던가, 장비가 없어 목장갑을 끼고 불을 껐다고 하는 딴나라 이야기 같았던 기사는 잊을 만하면 쏟아졌다.

    그러다 최근 세월호 참사 직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선 소방관들 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났다. 경기도의 한 119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이응급(가명)씨. 응급씨는 소방관 세계에서도 흔치 않는 여성 소방관이다. 170명 중의 동료 중 여성은 15명뿐이란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그는 오늘도 거리를 누비며 출동한다.<장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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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응급: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10년차 근무하고 있는 이응급이다. 막내가 태어난 지 21개월이 됐으니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는 21개월, 한 남자와 같이 산 지는 8년이 됐다.

    장여진: 직급 체계가 굉장히 낮설어 직함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이응급: 아마 그럴 것이다. 경찰하고도 다르고 일반 공무원 직급 체계와도 다르다보니 우리도 직책을 말로 부르는 걸 낮설어 한다. (웃음) 가장 낮은 계급이 소방사이고 다음이 소방교, 소방장, 소방위, 소방경, 소방령, 소방정, 소방전정 소방준감, 소방감, 소방정감, 소방총감 이런 식이다. 소방서장이 소방정이고, 현재 나는 소방교이다.

    장여진: 이 소방교님, 이렇게 불러야 하나? (난감)

    이응급: 통상 그냥 소방관이라고 하면 된다. (웃음)

    화재와 소방관

    화재 현장의 소방관(자료사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 되고자 결심
    응급구조학과 입학 때 어머니는 의용소방대원 지원하면서 응원해줘

    장여진: 소방관이 되고자 했던 계기는 무엇인가?

    이응급: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었다. 당시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고 보도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아 그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소방관이 되려면 어떤 공부와 경험들이 필요할까 찾다가 간호학과를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3년 내내 간호학과를 목표로 공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간호사가 아니라 응급구조사가 되야 소방관이 될 때 더 효과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서 재수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놀라운 건, 내가 응급구조학과를 나와서 소방관이 되겠다고 하니 엄마가 의용소방대원에 지원하셨다. 자신의 딸이 앞으로 일할지도 모르는 직장을 직접 체험해보겠다고 하신 거다. 의용소방대원이라는 건 민간인을 위촉해 주기적으로 훈련과 교육을 받게 해서 각 지역에서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걸 엄마가 내가 대학 입학할 때 들어가셨다가 올해 이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신다. 덕분에 엄마가 자신의 딸이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설득도 하셔서 부모님의 큰 반대보다는 오히려 응원을 받았다.

    장여진: 의용소방대원이 하는 일들은 대체로 어떤 것인가?

    이응급: 큰 불이 발생하면 그 분들도 현장으로 오셔서 차량을 통제한다거나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주는 일을 해주신다. 심폐소생술 교육도 받아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시켜주신다. 평소에는 한 달에 한두번 정해진 시간에 가서 교육도 받고 훈련도 받으시고, 평시에 긴급하게 연락하면 현장으로 와서 일을 도와주신다.

    거리위의 응급실, 구급대원 되려면 현장 경력 2년 쌓아야
    “응급구조사 인식 낮아 한의원까지 찾아가기도”

    장여진: 간호학과와 응급구조학의 차이는?

    이응급: 간호사는 의사의 어시스턴트로 환자를 돌보는 일이 주된 업무지만, 응급구조사는 의료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에 이송될 때까지 2차 손상이 덜 되도록 환자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크게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고 병원 내에서 일하지만, 응급구조사는 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내의 처치를 시행한다. 그래서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며 약물 주입 등 몇 가지 중요한 처치는 의사의 직간접적인 의료지도 하에 시행한다.

    장여진: 도로 위의 응급실인 것 같다.

    이응급: 맞다.

    장여진: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소방관이 된 것인가?

    이응급: 아니다. 응급구조사로 소방관이 되려면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갖춘 상태에서 현업에서 경력 2년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해당 자격증은 대학을 졸업해야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나도 졸업 직후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경력 2년을 쌓기 위해 취업 원서를 많이 내고 다녔다.

    장여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인데 경험은 사설 병원에서 쌓아야 한다는 건 이 일을 지원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시간과 책임이 너무 큰 것 같다. 취업할 때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이응급: 맞다. 그리고 2년의 경력을 쌓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이 경력이 있어야 구급대원 지원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험을 합격해야 소방관이 되는 것이다.

    장여진: 응급구조사로 소방관이 되는 과정 자체도 험난하다. 그런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응급: 내가 처음 2년의 경험을 쌓기 위해 이력서 내고 다닐 때만 하더라도 병원이나 의사들조차 응급구조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은 분들도 알고 계시고 병원에서도 인정해주는데, 내가 이력서 낼 때에는 ‘응급구조사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래서 찾다 찾다가 결국 한의원까지 간 적이 있다. (웃음) 그런데 거기 한의원 원장님이 하는 말이, ‘자네가 정말 마음이 드는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뭔지 몰라서 채용하긴 어렵다’면서 나보고 간호조무사 학원에 등록해 6개월 동안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 (웃음)

    장여진: 꼭 그렇게 외부 기관, 사설 병원에서의 경험을 쌓아야 하나? 자체적으로 교육이 안 되는 건가?

    이응급: 워낙 특수한 일이다 보니깐 그렇다. 특히 현장 경험 없이는 바로 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깐. 그래도 요새는 소방서 안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으로 결원이 생기는 곳에 대체인력제도가 도입되면서 구급대원의 보조 역할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겼다. 그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해준다. 물론 여전히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매우 제한적이긴 하다.

    인력이 부족해 화재진압 때 급수지원 업무도 담당

    장여진: 화재 진압 때에도 함께 출동하나?

    이응급: 당연하다. 화재 발생 시에도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간다. 구조대원이나 진압대원들이 인명 검색하고 환자가 없는 걸 확인하면 소방서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급수지원을 도와준다.

    장여진: 구급대원이 화재 진압에 투입되기도 한다던데 사실이었다니.

    이응급: 구급대원이 화재 진압 요원이 되서 직접 진압을 하는 곳은 일부 인력이 매우 모자란 곳에서 발생하는데, 급수지원 같은 일이니깐 어렵지는 않다. 길거리 소화전에서 물을 빼서 화재 진압에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만 하는 거니깐. 물론 인력이 많으면 안 해도 될 일이지만 아직은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 (웃음)

    응급처지 모습

    응급구조처지 모습

    장여진: 이제 여름이라 화재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좀 한가한가?

    이응급: 화재가 없는 계절이긴 하지만 요즘은 벌집 제거 때문에 좀 힘들다. 예전에는 벌집 제거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새는 그런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겨울만큼 출동이 잦다.

    장여진: 출동은 하루에 몇 번 정도 하나?

    이응급: 우리 센터에서 하루에 12~13번 정도 나가고, 구급대원인 내 기준으로는 7건 정도이다.

    장여진: 어떤 요청이 제일 많나?

    이응급: 만성질환자들의 신고가 가장 많다. 질환이 악화됐거나 합병증이 생겼거나, 그 분들이 일상적으로 움직이다가 사고 부상이 일어났거나. 요새는 교통사고도 많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 출동했다가 죽을 뻔…외상후스트레스 심각
    최근 급격히 증가한 자살사고, 자살방법 상세히 보도하는 언론이 문제

    장여진: 소방관들 중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명이 시들어가는 광경을 그대로 봐야 하니 말이다. 사고 현장을 다닐 때마다 두려운 생각은 없나.

    이응급: 사실 지금도 두렵다. 이제는 많이 보니깐 익숙해지면서 점점 무뎌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점점 예민해진다. 그래서 옛날에 봤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만 느껴져도 바로 그 옛 기억이 순식간에 생각난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어 저렇게 놀다 떨어진 애 구조하러 간 적 있는데’ 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면서 ‘저기서 놀지 마’ 이런 말도 하게 되고. 그래서 최대한 그런 생각과 기억들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장여진: 말 그대로 응급상황, 긴급상황이다보니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도 많을 것 같다.

    이응급: 정말 많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나는 경우이다. 게다가 밤중이거나 눈길, 빗길이라면 더욱.

    빗길에 구급차만 먼저 도착했는데, 차안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리고 그 차량 옆으로는 차들이 쌩하고 달리는데 인력은 2명밖에 안되니 차량통제는 안되고 하다 보니 우리도 목숨 걸고 환자를 구조해야 한다.

    어떤 날은 차안에서 환자를 꺼낸 뒤 돌아서는 그 순간 정말 거짓말 안하고 1mm 사이로 차가 쌩 하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만약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도로 쪽으로 몸을 돌렸더라면…

    또 어떤 날은 정신장애가 있으신 분이 사고를 냈다고 해서 출동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그 분이 칼로 찌르려고 했던 적도 있다. 순간 잘 피했지만, ‘아 이렇게 간발의 차로 큰 사고가 나겠구나’는 생각이 매번 든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무섭다는 생각도 점점 커진다.

    장여진: 각종 사고 현장에 출동하면 그 참담한 광경을 직접 목도해야 하니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이응급: 제일 힘든 건 자살 현장이다. 최근 5~6년 사이에 자살 사건이 정말 많이 늘었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는 한 달에 1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2~3건은 자살 사건이다.

    자살 현장에 가면 너무 힘들고 괴롭다. 어떨 때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그 사람들의 생각이 날 정도이다.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고 죽은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로 다들 너무 안 좋다. 절대 그렇게 죽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상 이야기 한다. 자살한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 모습으로 죽는 줄 아느냐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 선택은 아니라고.

    그리고 제발 언론에서 자살 사건을 상세히 보도를 안 했으면 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자살률이 너무 높아 대책을 세운 게 자살 사건을 보도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 3개월만에 자살률이 3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라는 지금까지도 자살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안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자살 시도를 해도 지극히 위험한 방법의 자살 시도가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살 사건은 가보면 정말로 단박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만 골라서 죽고 있다.

    모 연예인은 이런 방법으로, 다른 연예인은 또 다른 방법으로 연이어 자살한 뒤에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자살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한국에서는 언론이 자세하게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렇게 죽으면 된다’고 알려주는 꼴이다.

    교통사고가 더 끔찍한 사고 현장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이고, 자살은 본인의 의지로 만든 현장이지 않나. 그래서 그 차이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요새 연세 드신 분들의 자살도 많아지면서 이 세상이 정말 행복하게 살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라는 점도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하다.

    남편 “사고 현장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너가 아니길 바라”
    21주기 3교대, 아이들은 엄마가 쉬는 날을 예측조차 못해

    장여진: 잊을 만하면 나오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기사가 나온다. 가족들의 걱정도 점점 커질 것 같은데.

    이응급: 남편이 늘 이런 말을 한다. ‘사고 현장에 먼저 들어가지 마라,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너가 아니길 바란다’고. 하지만 내가 아닌 먼저 들어간 둉료들이 다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남편에게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누가 먼저 들어가는가를 생각해보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장여진: 자녀들은 어떤가?

    이응급: 큰 애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첫째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한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우리 엄마 직업이 뭔 줄 아세요?’다. (웃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근무 일정 때문에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미안할 때도 많다. 그런데 우리 첫째는 ‘엄마가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니깐 괜찮아. 나는 안 아프니깐 괜찮아’라고 해준다.

    장여진: 3교대를 시행한 지 5년이 됐나? 그런데 그 3교대가 좀 복잡하던데. 21주기 3교대라는 말도 생소하다.

    이응급: 주간 근무를 5일을 한 후 이틀을 쉰 다음에 2주 동안 야간과 비번을 하루씩 돌아가면서 한다. 이 사이클이 3주다. 그러니깐 3주에 한 번씩 주간 근무를 하는 거다. 워낙 근무 일정이 열악했었기에 이정도면 견딜 만하다. 다만 아이들이나 시댁 부모님들도 이러한 사이클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신다. (웃음)

    얼마 전 시어머니는 내가 쉬는 날인데도 일하러 나가는 날인 줄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하시더라.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거다.

    아이들은 엄마가 언제 집에 있고 없는 지를 아예 예측조차 하지 못한다. 그냥 엄마가 있으면 마냥 좋은 거고, 없으면 당연히 일하는 날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육체적 피로는 과거와 비교해 굉장히 나아지긴 했지만, 육아를 할 때에는 생활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다.

    소방헬기 추락 ytn

    강원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장면(방송화면)

    소방서비스, 지역별 차이 나는 건 문제…국가직 전환 필요
    재난시스템은 일원화로 효율적으로 가동해야

    장여진: 소방관들의 처우가 굉장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 생명수당도 너무 적은데다가 예산 부족으로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이 안 된다거나.

    이응급: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방관들의 임금이 다른 일반 직장과 비교해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적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적절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복지 문제 역시 10년 전과 비교해서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장비나 차량의 노후화는 일부 지역만 그런 것이지 수도권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지역 불균등인 것 같다. 지역별로 근무 형식이나 복지, 장비의 차이가 있는 건 문제가 있다. 수도권만 화재가 많이 나고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최근 소방관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 많은데, 그 핵심 역시 전 지역의 평준화인 것 같다. 국민들이 평준화된 소방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수도권 국민과 지방의 어느 도시의 국민과 다른 서비스를 받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혹자는 우리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엄청난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가직 전환을 원한다고 생각하는데, 국가직으로의 전환으로 소방관이 얻게 되는 혜택은 일부이나 국민에게는 평등한 소방서비스라는 큰 혜택으로 돌아올 꺼라고 생각한다.

    장여진: 한국의 재난구조 시스템의 평가와 개선점은 무엇일까?

    이응급: 어려운 문제이다. 뭐든지 하나의 꼭지점에서 아래로 무언가를 내리는 형식이 효율측면에서 가장 좋듯이 재난시스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국은 반대로 재난구조 시스템이 2원화, 3원화 되어 있고 비전문가로 구성된 너무 많은 조직들로 흩어져 있다 보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해경 하나만 제대로 지휘체계를 갖추어서 진두지휘했으면 잘 했을 수도 있는데, 온갖 비전문적 조직이 제대로 된 체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우왕좌왕 하다 보니 안타까운 결론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장여진: 미국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그 지역의 소방서장이 권한을 갖고 지휘한다고 하더라. 특히 한국처럼 ‘선보고 후조치’가 아니라 ‘선조치 후보고’ 체계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수습된다고 하던데.

    이응급: 미국 전역이 다 그런 건 아니고 버지니아 주 등 일부에서 그렇게 한다. 미국이 워낙 면적이 넓다보니깐 각 주마다 그 체계가 조금씩 다른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면적도 적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며칠씩 걸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일원화로 수습이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바다가 됐건 육지가 됐건 일원화된 조직을 만들어 재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까지 해상은 해경, 육지는 소방(대부분이 지방직)이 담당하는데 현재 정부가 국가안전처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안전처에 소방조직은 전체 소방조직의 몇 %도 안 되는 소수인원만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일원화 구조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애가 피를 흘러요!’ 출동했더니 강아지…구급차에 안 태웠다고 난동

    장여진: 이른바 ‘진상’ 민원인도 많을 것 같다. 만취 난동부터 황당한 신고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사건은?

    이응급: 발령 4~5개월차 때 일이다. 어떤 분이 ‘자기 애기가 다쳤다. 피를 흘리고 있다. 빨리 와달라’고 해서 새벽 2시에 긴급 출동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아지였다. 만취한 상태에서 부인과 싸움을 하다 자기가 던진 병의 깨진 유리에 강아지가 다친 거였다. 물론 본인에게는 자식 같은 강아지이겠지만, 우리는 사람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에 모셔 드리는 일을 하지 않나. 그래서 24시간 동물병원 연락처를 알려 주겠다고 하니 욕을 퍼부으면서 우리에게 ‘생명을 경시한다’고 고함을 치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돈다발을 내 손에 올려놓으면서 ‘야, XX병원 의사한테 이 돈 주고 내 새끼 다리 꼬매 달라고 해!’라고 했다. 그런데도 분이 안 풀렸는지 구급차를 발로 차고, 119 상황실에 전화해서 화풀이도 하고.

    장여진: 동물구조 자체가 119로 접수가 가능했던 건가?

    이응급: 출동 요구가 전화로 들어오니 일단 나간다. 우리가 눈으로 본 게 아닌 이상 ‘우리 애기’라고 하면 일단 가야지 않나. 물론 허탈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나 고양이라 할지라도 안타까운 생명이다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신고한 거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없다. 신고한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도 잘 아니깐.

    문제는 그런 고양이나 개를 구조하다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한테 충분한 보상이 없다는 게 아쉽다. 화재나 인명 구조현장에 돌아가신 게 아니더라도 우리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태반인데도 그 분들에게 보상을 거절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강원도 속초시에서 건물 3층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조하다 로프가 끊어져 소방관이 사망한 사건이 있지만, 인명구조 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 – 장여진)

    119 장난전화, ‘허위’신고보다 ‘오인’신고가 더 힘들어
    김치 꺼내달라는 할머니, 자전거를 구급차에 옮겨달라는 비응급 민원인

    장여진: 119 장난전화는 여전히 심각한가?

    이응급: 밥 먹어야 하니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달라는 할머니가 계셨다. 어깨 수술을 했는데 통증 때문에 도저히 팔을 못 쓰겠다면서. 그래서 출동해서 김치를 꺼내 밥상에 올려드렸다. (웃음) 그 분 말로는 평상시에는 사회복지사분들이 오셔서 챙겨주셨는데, 그날은 휴일이라고 안 오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사실 할머니가 약간 상습적이다. (웃음) 이 분이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못 일어나겠다고 119에 전화해서 우리는 마비 증세가 있는 건가, 하면서 출동했는데 그냥 변 보다가 너무 힘을 많이 주어서 힘이 풀린 거였다. 할머니께서는 변 좀 닦아주고 침대에 눕혀 달라는 것이 최종 요청이었다.

    사실 다른 장난전화보다는 언제나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를 심부름꾼이나 개인 비서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제일 곤란하다. 어떤 분은 계단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부축 좀 해달라고 와서 가봤더니, 알고 보니 병원에 입원하려고 스스로 짐도 다 싸놓고 병실도 예약했지만 사설 구급차 타는데 돈이 드니깐 우리를 부른 거였다. 물론 응급환자도 아니었다.

    또 어떤 분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다쳤는데 가보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더라. 그래서 응급처치만 해주고 정밀검사 등은 가까운 병원에 가면 된다고 말해줬는데, 자기가 집이 머니깐 직접 데려달라고 하는 거다. (경기도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거리 – 장여진) 심지어 자전거도 같이 태워가라고.(웃음) 자전거를 두고 가면 누가 훔쳐갈까봐 걱정 되서 자전거는 꼭 들고가야 하는데 거리도 멀고 하니 구급차를 타고 가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구급차에 태워서 나는 차가 흔들릴 때마다 자전거 잡아주면서 갔다. (웃음)

    장여진: 이야기 듣다보면 너무 답답한데,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꼭 그렇게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인가? 그냥 거절하면 안 되나?

    이응급: 우리 조직은 민원이 들어오면 이걸 방어해줄 곳이 아무 데도 없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우리 조직에 일정한 권한이나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국민 인식 자체는 ‘119는 뭐든지 다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동물농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도 별거 아닌 일에 119 부르는 장면도 너무 많고.

    장여진: 다산콜센터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면서 악성 민원인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고소까지 진행하는 등 상담원들을 보호하고 있다. 119도 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응급: 허위신고와 오인신고를 구별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119가 해주는 건 줄 알고’ 신고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업무가 아니라하면 100명 99명은 ‘그러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냐’고 물어본다. 정말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철썩 같이 믿기 때문이다.(웃음) 물론 장난전화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몰라서 그런 분들에게까지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장여진: 대대적으로 119 업무 범위에 대한 홍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응급: 그것도 만약 소방관이 국가직이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강하게 홍보가 될 텐데, 각 지자체에 묶여 있다 보니깐 그런 게 될 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방재청에서 구급대원 폭행 문제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고 법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응급구조활동2

    산행 중 응급 구조 모습

    13살 소아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줬던 그 말 “너 참 이뻐”

    장여진: 구조활동을 하면서 ‘아 내가 이 일을 잘 선택했구나’ 할 때도 있었나?

    이응급: 이 일도 초임 때였다. 부부만 2명이 사는 집에 환자가 있다고 해서 출동했더니, 안방에 50대 남성분이 굉장히 말끔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물론 기력은 없어 보였는데, 간암 말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이 식사도 안 하고, 아무리 설득해도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안 가서 어떻게든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119를 불렀다고 하더라.

    부인 되시는 분 얼굴을 보니 힘든 기색도 역력했고, 너무 속상해 하고 안타까워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환자한테 막 야단을 쳤다. ‘사모님이 저렇게 수척한 모습으로 마음 고생하는데, 환자분이 이러시면 어떻게 하냐. 환자가 힘을 내야 가족도 힘을 내는 거 아니겠냐’며 일으켜 세워 구급차에 태웠다. 그런데 이 남성분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당시 내 나이만한 딸이 유학 중인데 자신이 간암인 걸 모른다고, 그런데 만약 딸이 알았다면 내가 했듯이 막 야단을 쳤을 것 같다고.

    그 이후로도 가끔 악을 안 먹거나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면 부인께서 전화하시고 그러면 또 내가 가서 야단쳐서 병원에 데려가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또 전화가 와서 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다 다를까,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에 가는 길에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부인께서 이제 그만하라고 내 손을 잡고 말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그게 아니니깐 나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리고 다음 날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더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인연이 있으니 장례식장에 가봤더니 부인께서 나를 보고 하염없이 우시다가도 고맙다고 그러시더라. 내가 야단치고 한 덕분에 그래도 밥도 잘 먹고 비교적 행복하게 가셨다고. 그 뒤로도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미국에 있는 딸한테 간다는 연락이 마지막이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소아암에 걸린 13살의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정말 이쁘게 생겼다. 특히 속눈썹이 기가 막히게 이뻤다. 그래도 일부로 친한 척을 못했었다. 환자와 너무 깊이 정을 나누면 나도 많이 힘들어지니깐. 그래서 평소에는 구급차 안에서도 ‘진료 잘 받고 와~’ 이정도의 말만 했는데, 어느 날은 열이 난다고해서 출동했는데 왠지 그날은 꼭 ‘너 이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 가는 길에 ‘너 오늘따라 정말 이쁘다. 언니 하는 말 들려? 너 속눈썹이 정말 최고야. 네가 얼마나 이쁜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을 만큼 정말 이뻐’라고 말해주고 병원에 내려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의 어머님이 찾아왔다. 그날 이후로 며칠 뒤 죽었다고. 그런데 그 아이가 내가 ‘이쁘다’고 해준 말을 다 들었다고, 그래서 자기 딸이 죽기 전에 이쁘다는 말을 듣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이응급씨는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 장여진)

    장여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소방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은 뭐가 있을까?

    이응급: 구급차 안에서 내가 긴급 처치를 하려고 하면 ‘손대지 마세요’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네가 뭘 알겠냐’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오고 있는 후배들은 정말 공부 많이 한 친구들이다. 4년제 나와서 병원 임상 기간도 길 뿐더러도 병원 경력도 응급실뿐만 아니라 수술실이나 심퍠소생술팀에 소속에서 일하는 등, ‘스펙’이 화려하다. 그러니 구조대원에게 믿고 맡기셨으면 한다.

    또한 우리는 모든 일을 다 해주는 해결사는 아니다. 긴급한 인명구조가 우선이니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구급차는 불을 못 끈다. 화재 현장에 구급차가 먼저 도착하면 왜 불을 안 끄냐고 닥달하시고,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먼저 도착하면 왜 구조를 안 하냐고 하시는데, 구급차에는 화재 진압이나 구조장비가 없다는 점, 꼭 알아 달라.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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