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제권력은 누구인가
    [책소개] 『한국 자본주의 모델』(이병천/ 책세상)
        2014년 08월 02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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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초기 재정 건전성을 중시했던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정책은 결국 ‘경기 부양’으로 전환했다.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혼란과 편법 부양으로 인한 경제 불안정성 심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지만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줄푸세’ 정책 등으로 모순을 노정했던 행보를 돌아보면, 이러한 변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경제민주화’를 시대의 화두로 세웠던 한국 경제의 진로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한국 자본주의 모델―이승만에서 박근혜까지, 자학과 자만을 넘어>는 진보적 한국 경제론의 이론적 모색과 참여적 실천을 주도해온 이병천 교수(강원대)가 8·/15 광복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70여 년 동안의 대한민국 경제·자본주의 모델을 분석한 책이다.

    이승만 정부의 대미 의존 경제, 박정희 개발주의의 명암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 민주화 이후의 한국 자본주의와 외환위기를 거쳐 경제민주화와 한국 경제의 전망을 탐색한다.

    자본주의 모델

    성장과 분배, 혁신 경제와 사회 통합의 선순환을 위해

    1950년대 이승만 정권 시기 한국 자본주의는 제헌헌법 정신이 변질된 가운데 자유당 독재 정권과 소수 특권 재벌이 미국의 원조에 기생하여 퇴행적 유착과 야합을 도모한, 냉전 반공형 정실자본주의에 빠짐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 근대화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

    박정희 정부의 개발독재는 압축적 근대화에 성공했으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극도의 경제력 집중과 불균형 같은 그늘을 낳았으며, 결국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다.

    이후 산업화에 이어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탈냉전 정상국가와 민주적 공고화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갔으나, 87년 민주화 체제의 최대 과실은 소수 재벌에게 돌아갔다.

    민주화 시대를 이끈 개혁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추종하며 결국 97년 외환위기의 비극을 맞는다. 위기 이후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노선이 한국 경제를 이끌면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결국 재벌 권력과 시장화의 위세에 압도되었다.

    국가-재벌 동맹에 이어 재벌과 글로벌 금융자본의 연합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권력이 된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이러한 분석은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시민권이 보장되고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건강한 사회 경제를 일구어야 한다는 과제, 정치적· 사회적 의식을 지닌 시민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국가 -재벌 동맹이 지배하는 무책임자본주의를 넘어 혁신 경제와 사회 통합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책임 자본주의 모델을 수립하기, 이것이 이 책을 세월호 영령들에게 바치는 저자의 바람이자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청이다.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위하여

    이 책은 한국 모델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나라 안으로는 국가와 재벌의 동맹 그리고 밖으로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는 방식, 이 두 축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다. 광복 이후 지금가지 이어진 한국 경제의 궤적에서 이 두 축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한국 모델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53년 체제, 61년 체제, 87년 체제, 97년 체제 등 한국 모델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국가와 재벌이 폐쇄적 지배 동맹을 구축하고, 노동기본권과 복지기본권을 통제하며, 정경 유착으로 부패 비리를 일삼아온 어두운 속성이다.

    한국 모델은 공공성이 취약한 무책임 자본주의 길, 국민 대중을 불안과 고통에 빠트리는 ‘두 국민’ 분열의 길을 걸어왔으며, 민주적 재벌 개혁도 복지국가도 건너뛴 채 시장만능주의로 나아갔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무책임과 분열의 모델을 지속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이 시대 흐름을 보수 여당도 거스를 수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 우선론, ‘줄푸세’ 정책 등에 밀려 실종되었고, 정부 여당은 경제민주화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부터는 경기 활성화에 몰입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로, 경제민주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볼 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어려우며, 저성장 시대일수록 공유· 견제와 균형의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라도 그렇다. 그래서 저자는 “같이 가야 길게 갈 수 있”으며, “을의, 을에 의한, 을을 위한 경제민주화와 이익 공유 경제야말로 진정한 경제 살리기의 정도”라고 말한다. 규제 완화와 부채 주도 성장에서 경제민주화, 창조성의 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절박한 때이다.

    “우리 국민들은 사회 경제적 기본권이 튼튼히 보장되는 삶을 원한다. 숨 가쁜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이 먼저인 경제, 양질의 일자리와 충분한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경제, 삶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원한다.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며 일과 삶,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이 균형 잡힌 풍요로운 삶을 희망한다.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의 정상국가는 경제 대국-생활 빈국이 아니라 생활 부국-적정 성장의 국가이다. 광복의 봄날, 강한 부자 나라가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었던 김구의 소원이 오늘 우리의 희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1~4부, 역사에서 전망까지

    1부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 한국 경제를 살펴본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미국 원조 의존 경제-개발독재 체제를 연속된 진화선상에서 파악하는 견해와 달리 1948년의 민주공화국을 기점으로 하여 연속과 단절의 두 측면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비판에 많은 논의를 할애하며,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 체제를 ‘한국 자본주의 1.0’ 모델로 보고 빛과 그림자를 고찰한다.

    2부에서는 박정희 시대 이후 한국 모델이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압축 시장화와 불안 사회의 길로 나아갔다고 파악하면서, 97년 외환위기 후 민주 개혁 정부(김대중· 노무현) 시기 한국 경제의 성격과 구조적 모순을 고찰한다. 민주 개혁 세력의 불편한 진실을 반성적으로 살펴본다.

    3부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 시기 한국 경제를 논의한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김대중· 노무현 시기와 이명박· 박근혜 시기 한국 경제를 별개의 발전 모델로까지 구분하지는 않지만, 양자의 큰 차이에도 주목한다. 이명박 시기의 역주행과 정글자본주의가 초래한 양극화 심화, 그리고 대선 시기의 약속과 세월호 참사 시기의 약속을 뒤엎은 박근혜 시기의 ‘줄푸세’ 회귀를 단호히 비판하고 있다.

    4부에서는 경제민주화의 과제, 이를 통해 혁신 경제와 사회 통합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민주적 책임자본주의 모델을 모색한다. 지난 시기 경제민주화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미국식 반독점 시장 생태계와 유럽식 참여경제 및 복지 체제를 창조적으로 혼합하는 한국형 민주적 조정 시장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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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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