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 춤추게 하는 칭찬 따로 있다
    [메모리딩의 힘-3] 관심과 관찰 바탕으로 한 '발견의 칭찬'
        2012년 06월 29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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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의 힘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니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해요 뿌듯하고 기쁨니다.ㅎㅎ
    – 메모리딩 참여부모

    메모리딩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모님들이 가장 만족감을 표시한 부분은 바로 매 단계의 말미에 있는 ‘칭찬하기’ 란이다.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어떤 칭찬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형식적인 칭찬을 했지만, 칭찬 거리가 없나 하고 아이들을 관찰하는 동안 칭찬력이 쑥쑥 자라났다.

    부모님들이 제출한 활동지를 첨삭하면서 칭찬을 하고, 부모님의 칭찬에 대해서 또 칭찬한다. 칭찬을 들은 부모님들은 행복해하며 신나게 독서활동을 하고 아이에게 좋은 칭찬을 많이 해준다.

    노원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참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두 딸의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들과 방에 누워서 내가 마련해준 ‘칭찬놀이’ 종이를 앞에 놓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은 “엄마는 바느질 잘하고, 아빠는 가죽을 잘 만들고, 나는 오카리나를 잘 불고, 동생은 귀엽다.”고 썼다. 엄마는 큰 딸에 대해서 “우리 딸은 마음이 따뜻하다, 얼굴이 예쁘다, 오카리나를 좋아하고 잘 분다, 책을 즐겨 읽고 좋아 한다”고 칭찬했다. 칭찬을 많이 받은 큰 딸은 댓글란에 “많이 칭찬해줘서 고마워”라고 썼다.

    감동적인 이야기는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 큰 딸은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그렇게 못생겨 보일 수가 없었어. 그런데 오늘 아침에 거울을 봤더니 예쁜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스쳐 지나가면서 참 예쁘다고 한 얘기는 가슴에 와 닿지 않았지만, ‘칭찬놀이’를 함께 하면서 정식으로 칭찬한 게 아이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칭찬으로 효과를 본 사람과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점이 뭘까? 다르게 표현하면,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아이들이 칭찬을 듣고도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바로 칭찬의 성격에 달려 있다. 과장되지 않은 칭찬, 형식적이지 않은 칭찬, 관찰과 관심을 바탕으로 한 칭찬, 아이가 듣고 싶은 칭찬, 적절한 시점에 있는 칭찬, 부족한 것을 돌아보게 하는 칭찬은 효과 만점의 칭찬이다.

    같은 교육을 받는 한 어머니는 “짧은 시간에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라는 칭찬을 했지만 아이가 별로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칭찬을 잘못 쓰면 자녀 교육을 망칠 수도 있다. 미국의 맹목적인 낙관주의를 고발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부키)에는 칭찬 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서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병적으로 매달리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칭찬은 아이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하지만, 과장되거나 습관적으로 칭찬하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칭찬하기인지도 모른다.

    공감 칭찬, 파스칼 칭찬

    “아이의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이런 표현은 아이가 부모님의 메시지를 정확히 받아들이게 합니다.” (칭찬 사례)

    누군가 열심히 노력해서 상을 받는다면 정말 보람되고 기쁠 것이다. 하지만 별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상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있어야 한다. 잘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칭찬을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칭찬법은 일명 ‘발견의 칭찬’이다. 막연하게 했던 일에 대해서 콕 집어서 발견해주고, 이 점을 칭찬하면 아이들과 부모님은 그 점을 잘 기억해뒀다가 더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림1>은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을 부지런히 읽은 부모님이 책의 문체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한 글이다. 아이의 언어로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무척 훌륭하게 보여서 그 점을 칭찬했더니, 아이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 <그림1> “여우 아저씨는 책이 맛있어서 먹고 지식도 얻기 위해 먹는데, 책 중에는 좋은 책도 있고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 책도 있어. 좋은 책은 여우 아저씨처럼 작가가되게 하지만 도움이 안 되는 책은 여우아저씨처럼 털의 윤기도 빠지고 소화도 안 돼서 화장실을 가야 해.” (메모리딩 사례)

    칭찬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격려하고 채워나가도록 독려하는 부분이다. 남의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일이 될 수도 있고, 특히 자녀 교육에 있어서 이런 지적은 자칫 아이의 자존감을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개할 칭찬 방법은 일명 ‘파스칼 칭찬법’이라고 이름 지은 방식이다. 파스칼이 쓴 유고 <팡세> 일부분을 소개한다.

    남을 효과적으로 훈계하고 그의 잘못을 지적해 주려 한다면, 그가 사물을 어떤 측면에서 보고 있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사물은 보통 그 측면에서는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올바른 점을 인정하면서 그의 잘못된 다른 측면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인간은 이것으로 만족을 느낀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다만 모든 측면에서 보는 것을 게을리 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파스칼 <팡세> 일부

    <그림2>의 독서활동을 보면서 아이다운 궁금증이 튀어나온 게 참 반가웠다. 아이 엄마도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아이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 모습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의 내용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차분하게 칭찬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뒷부분에 넣었다.

    시은이를 위해서 이것저것 챙기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질문도 하나하나 재미있구요. OOOO 님은 시은이의 생각을 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는 참으로 훌륭한 재능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의 내용에 대해서 시은이와 함께 탐구해 들어가는 부분을 조금 더 채워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메모리딩 첨삭 사례)

    뭔가를 지적하는 칭찬은 항상 긴장된다. 다행히 첨삭을 받은 엄마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짚어주신 부분은 잘 유념하고 평소에 책 읽기 할 때도 상기시켜 가며 활용할 수 있도록 할게요.”라고 댓글을 달아주었다.

    부모님들은 무척 진지하게 참여하는데,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어떤 부모님은 따로 정리노트를 마련하고 어떤 부분에서 칭찬을 받았고, 지적을 받았는지를 정리하고 다음 회차에 이런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점검을 한다. 그리고 다음 활동에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도 부모님도 나도 뭔가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림2> 메모리딩 사례

    메모리딩 프로그램은 한 가족에게 개입하는 일이고, 나의 한마디에 영향을 받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한순간 한순간이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경청과 발견, 관심과 애정은 긴장과 오해를 녹여 준다. 아이와 부모가 쓴 독서활동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바라보면서 특징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지 오래 고민하는 편이다.

    이런 정성은 대개 부모에게 옮겨지고, 자연스레 아이에게 이어진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을 퍼뜨리는 것이 바로 자녀 독서 교육 활동의 비밀 미션이다.

    필자소개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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