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궐 선거
    새정치 '끝없는 추락', 진보 '미미함'
    새누리당의 압승…15곳 중 11곳 승리, 호남 교두보 확보
        2014년 07월 31일 07: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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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0 재보궐 선거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전국 15곳에서 진행된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11석, 새정치민주연합 4석으로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새정치연합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었다. 양적인 패배보다 득표력의 차이가 더욱 처참했다. 노동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은 정당의 숫자는 많았지만 1석도 건지지 못했고 그 존재감은 미미했다.

    동작을 노회찬 나름 선전, 김종철 완주가 낙선 이유?

    서울 동작을의 경우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와의 단일화로 진보정당으로서는 가능성 있는 선거로 이끌었지만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나 당선자가 49.90%, 노후보가 48.69%로 상당히 ‘선전’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54.51%의 득표로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후보(41.50%)와 무려 13% 차이로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 역시 정 후보가 민주통합당(현 새정민주연합) 이계안 후보를 6%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19대 총선 사이 새누리당과 야당의 득표력 차이가 절반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진보정당 후보인 노회찬 후보가 이번 7.30 재보궐에서는 단 1.21%p 차이까지 좁힌 것이다. 특히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은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와의 단일화가 상당히 늦게 성사됐고, 다른 진보정당인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와의 단일화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득표력을 보인 것이다.

    다만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된 것과 같이 ‘정당’ 아닌 ‘인물’의 파워가 더 컸던 탓으로, 만약 새정치연합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에도 이정도 득표력을 갖게 됐을지는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번 재보궐선거 참패가 연이은 공천파동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그나마 노회찬이었기 때문에 이만큼의 득표력을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노동당 김종철 후보이다. 김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 2.01%(1,758표)를 득표했고, 19대 총선에서 역시 5.14%(4,708%)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1.40%(1,076표)로 뚝 떨어졌다. 동작을에만 연속 3번 출마했으나 가장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특히 나경원 당선자와 노회찬 후보간의 표 차이가 불과 929표 차이밖에 나지 않자, 일각에서 김 후보가 완주한 탓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작을의 무효표수는 1,403표로 다른 선거구의 200~500표 보다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가 사전투표가 실시되기 전날 김종철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이를 알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무효표를 던졌을 수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허동준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의 지지자들 역시 당에 대한 반발심으로 무효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김 후보의 지난 19대 총선 성적표를 본다면 기동민-노회찬 단일화 효과로 인해 과거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노회찬 표로 상당부분 이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쉽게 낙선하기는 했지만 노 후보의 득표력의 일부는 전통적으로 진보정당 지지자들의 힘이 보태진 것이며, 이는 김종철 후보가 그동안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꾸준히 출마했던 덕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종철 후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지역 일꾼을 자처하면서 가장 가능성 있는 진보정당 후보로 나섰지만, 거물급 스타정치인인 노회찬 후보가 전략공천되면서 노 후보의 그늘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평균적으로 300표 정도의 무표효가 나왔다는 점에서, 단일화를 추진하더라도 단일화에 반대하는 유권자는 반드시 있다는 점에서도, 노 후보의 929표는 나 후보와 비교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누군가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적지 않은 숫자이다.

    재보선 투표

    동작을 재보선 투표 마감직전의 모습

    진보정당 ‘무의미한’ 득표력, 쌍용차 해고자 김득중의 의미있는 성과

    수도권에서는 수원정 선거구에서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가 52.67%의 득표로 새누리당의 임태희(45.70%) 후보와 8%p 가까운 차이로 승리한 것 이외에는 야권의 철저한 패배였다. 특히 진보정당의 득표력은 수원을의 통합진보당 윤경선 후보 4.86%를 제외하면 의미 없는 득표였다.

    수원을에서는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가 55.69%로 새정치연합의 백혜련 후보(38.20%)와 무려 17%p 차이로 압승했다. 정의당의 박석종 후보는 1.23%(774표)로 꼴지를 차지했다.

    수원병에서도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새정치연합의 거물급 정치인 손학규 후보를 7%p 가까이 따돌리고 52.81%로 당선됐다. 통합진보당 임미숙 후보는0.93%(580표)이다.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가 승리한 수원정에서 ‘옥중출마’를 결의한(선거기간 중간에 보석으로 석방) 노동당의 정진우 후보는 0.68%(510표)에 그쳤다. 통합진보당의 김식 후보 역시 0.93%(700표)로 초라한 성적을 냈다.

    김포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가 53.45%의 득표로 새정치연합의 김두관 후보(43.10%)에 10%p 차이로 압승했다. 이 선거구에서 정의당 김성현 후보는 0.99%(899표)를 얻었으며 이는 무소속 이재포 후보(2.08%)보다 더 낮은 수치이다.

    반면 평택을에 무소속 진보단일후보라는 다소 어색한 타이틀로 출마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인 김득중 후보는 5.63%(3,382표)라는 의미있는 득표를 보였다. 이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의 유의동 후보가 52.05%로 새정치연합의 정장선 후보(42.30%)를 누르고 당선됐다.

    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현재는 해고자인데다가 소속 정당도 없는 후보가 이 정도의 득표력을 보인 것은 진보정당의 ‘멸종’ 상태여서 유일한 해방구였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득표력이다.

    모든 진보정당이 김득중 후보를 지지하며 무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선거운동에 적극 결합한 결과이다. 각자의 정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보다 그 시너지 효과가 더 컸다는 점에서 진보정당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할 결과는 아니다. 특히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궐에서 예견된 참패를 겪으면서 진보정치의 재편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노동당 일각에서는 연이은 선거 참패와 당 지도력 상실, 전망 부재 등의 이유로 진보진영의 ‘제3지대 창당’을 주장하고 있어 하반기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의당 내에서도 지방선거에서의 저조한 결과에 이어 이번 재보궐에서도 노회찬 후보를 제외하고는 정의당 단독의 득표력이 처참하다는 점에서 진보정치 재편의 목소리들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노동운동과 노동정치연대 등 무당파 진보진영에서도 현재의 진보정당 분립 상태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편과 재구성을 모색해야 최소한의 정치적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동정치연대는 올 하반기 진보정치 재편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대표 지도력 비판 거세

    진보정당의 성적과 상관없이 전국 15개 선거구 중 새누리당이 11곳, 새정치연합이 4곳을 얻은 결과는 온전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네티즌들은 기동민-권은희 공천 파동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며 매끄럽지 못한 공천을 강행한 두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한 ‘세월호 심판론’을 꺼낸 새정치연합이 정작 세월호 특별법이나 다른 현안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지방선거에 이어 민심은 더욱 싸늘해졌다는 평가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벌어지자, 두 대표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면서 조기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두 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에서의 새누리당 당선, 그 후과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이변지역이자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은 곳이 전남의 순천곡성이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49.43%를 득표하여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40.32%)에게 거의 10%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승리한 것이다.

    영남지역이 새정치연합에게 불모지대라면 새누리당에게 호남은 금단의 땅이었다. 오히려 호남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진보정당 후보들에게도 밀리는 절대 취약지였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이정현 후보가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사상 처음으로 당선이 된 것이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호남지역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순천곡성 재보선은 그 빈 자리를 진보정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정현 후보는 이번 재보궐에서 힘 있는 여권 인사를 선택하면 ‘예산폭탄’을 던지겠다며 중앙정부의 지원 능력을 강조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정현이 순천곡성에서 당선되어야 다음 선거에서 대구에서 김부겸이 당선될 수 있다’는 탈지역주의 논리를 적극 주장했다. 이 후보의 이런 주장들에 유권자들이 상당히 호응을 한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로 전체 의원정수 300명 가운데 새누리당은 158석, 새정치연합은 130석이 됐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의석수 11석을 더하더라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게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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