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퇴근에도 목숨 걸어야
    외면당하는 여성노동자의 인권
    [최저임금 여성노동자 실태] 질 낮은 일자리 양산하는 현실
        2014년 07월 30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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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실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릴레이 기고글을 연재한다. 첫 글로 여성대통령이 준 300만불 수출탑 수상기업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중장년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로 전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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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주면서 여성의 인격과 노동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레이테크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5월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서 비정규직 계약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노무사한테 상담을 했어요. 쓰지 말라고 해서 안 썼어요. 그렇게 하니까 다음날 6시간 알바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더군요.

    최저임금 받는 내 처지에 6시간 알바처럼 일을 하면 월 70여만 원도 안 되는 돈입니다. 이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며칠 밤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고 비정규직 계약서, 알바 동의서 모두 철회시켰습니다.

    그렇게 3개월 남짓 지났어요. 이제는 안성으로 공장 이전을 한다고 발표하고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명령을 내리더군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새벽밥 먹고라도 따라가자고 했어요. 이래저래 우리를 회사에서 나가게 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사장님이 하도 괘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성공장에 가보니 가관이 아니더군요. 휑한 물류창고에 이삿짐을 부려놓듯 이곳저곳에 인쇄기계며 포장박스들이 나뒹굴고 있었지요. 안성 출근 날부터 그 어수선한 현장에서 일을 했답니다.

    사장님은 가을이 오면 일교차가 심하니 온풍기며 칸막이 공사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캄캄 무소식… 노동조합의 요구로 물류창고 안에 비닐을 칠까 고민하는 사장에게 칸막이 공사를 하면 겨울 난방도 되고 조명시설도 갖추어지니 그렇게 하자고 한 달을 설득해서 두 달 반 만에 칸막이 공사와 내부 현장개선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면서 출퇴근 길도 적응되더군요.

    더구나 80명의 남녀 직원이 함께 쓰는 두 칸짜리 공용화장실을 분리, 개선해 달라는 직원을 징계한 걸 보면 레이테크코리아에 초보적인 인권이 자리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 먹을 곳이 없어 아스팔트 바닥에 돗자리 깔고 밥을 먹다가 비를 맞으며 밥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12월 중순경 사장님은 난데없이 평택 서정리로 이사한다고 발표하더군요. 안성공장까진 45인승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평택 서정리로 이사 가면 전철을 타고 다니라고 했어요. 핸드폰으로 검색하니 2시간 50분이 걸려요. 아예 대놓고 나가라는 것이지요. 6개월 동안 이사를 두 번하는 회사가 어디 있나요? 그것도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 내보려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사장님이 어디 있나요?

    그렇게 어처구이 없는 이전 관련 교섭 중에 12월 말일 퇴근 30분 전에 통근버스를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2014년 1월 2일 새해 첫 출근날 폐차직전 15인승 봉고차 2대를 배치했습니다. 하도 억울해서 직원들이 1일에 1만원씩 걷어서 버스를 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레이테크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의 인권유린 규탄 모습(사진=참세상)

    저희는 노동부도 찾아가서 억울한 것 호소하면서 드디어 2월 26일 서울 이전을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3월말까지 이전하기로 했으니 저희는 한 달 간 봉고를 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3월 3일 출근날!! 여성 탈의실과 휴게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에 가보니 CCTV가 양 쪽 벽면으로, 탈의실 커텐 안에 설치되어 있고 작업장 안에도 기존에 있던 4개에 포함해서 4개를 추가 설치해 놓았더군요.

    언론의 취재와 직원들의 항의로 보름 만에 철거되었지만 이런 여성 인권을 깡그리 뭉개는 회사 보셨나요. ‘최저임금 절반도 일 못한다.’며 주부 사원들을 무시하는 사장님, 그럼 300만불 수출탑 수상은 사장 혼자 만들었습니까?

    사장님은 불법적인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모자라 위생모자를 착용한 채 일을 하던 조합원이 현장을 방문한 사장님께 ‘사장님도 위생모자를 써야 하지 않나요?’ 라고 하자 ‘현장에서 나가라, 징계하겠다’고 고성을 지르셨지요. 그만 하시라는 직원에게도 오히려 ‘당신이 그랬지, 당신 이름 뭐야’라며 고함치고 2시간 넘게 폭언하며 공포의 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40~50대 여성들은 심장 떨림, 손발 마비, 구토 등으로 119에 호송되어 병원 치료를 받았고 그날 사장의 폭언에 시달린 여성 조합원은 임태수 사장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사장에게 순종해야 사장이 잘해줄 거 아니냐며 현대판 종살이를 강요하는 회사가 레이테크코리아입니다. 봉건시대 주종관계를 강요하는 사장에게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운전하는 폐차 직전의 봉고로 위험한 출퇴근길에 매일 오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제품을 나르며 운전까지 하는 직원은 아침이면 하품하며 운전하고 퇴근할 때는 깜빡 졸 때도 있습니다. 폐차 직전 봉고차는 앞 유리가 떨어져 나간 부분을 테이프로 붙이고,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와이퍼가 부러지기도 하였습니다.

    쏜살같이 달리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생과 죽음의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생명과 안전의 권리는 레이테크코리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가 비정규직 계약서 강요 때문이었는데, 자기들 입으로 비정규직 계약서를 철회하며 비정규직은 없다고 하던 말을 뒤집고 사문화된 계약서를 부활시켜 5월 1일자로 여성 조합원을 부당해고한 것도 레이테크코리아의 부당한 행동임을 밝힙니다.

    지금은 이전 합의도 어기고 48일 동안 3번의 직장폐쇄를 통해 조합원을 어떻게 하면 괴롭힐 것인가에 몰두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3번의 직장폐쇄를 하는 회사가 정상적인 회사입니까? 정말로 비상식의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높은 임금인상요구도 하지 않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 달라는 우리들에게 왜 이렇게 대하는지 가슴이 먹먹하고 화가 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하지 않고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지고 도와주십시오. 저희도 마음고생 몸 고생 힘들지만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여성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고 우리의 아이들이 좀 더 좋은 노동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당당히 맞서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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