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과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후보
    [기고] 정진우 노동당 후보 "끝까지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을 것"
        2014년 07월 29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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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0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선거운동 중 사퇴한 후보도,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후보도 있다.

    언론에는 동작 을의 노회찬-기동민 단일화와 수원 정의 박광온-천호선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단일화”라는 말은 마치 모든 선거가 이미 결승전에 접어든 것 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모든 시선이 “여권”과 “야권” 대표주자들에게 쏠린 가운데, 원래부터 투명인간이었던 군소후보들은 더더욱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러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것이 존재 자체의 소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론에 나오건 말건, 군소후보들은 지역구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되지도 않을 거 뭐하러 나왔냐”는 핀잔을 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런 군소 후보 중에서도 특이한 후보가 하나 있다. “다시 감옥에 들어가더라도”라는 말을 현수막에 걸고 전과를 당당하게 드러낸 후보다. 그는 심지어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투표는 사표에 불과하다”며, 군소후보들의 전통적 딜레마였던 “사표론”을 거대정당들을 향해 역으로 던지기도 한다. “옥중출마”를 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수원 정(영통)의 노동당 정진우 후보다.

    정진우 후보는 지난 6월 10일 ‘만인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이날 청와대 턱 밑인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20대 청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라”, “이윤보다 인간을” 등을 외치며 시위하다 67명이 연행되었고, 그 중 정진우 후보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틀을 채우고 석방되었지만, 정진우는 그러지 못했다. 이미 보석 상태에서 연행된 덕에, 구속 처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이전 구속사유는 2011년 희망버스 주도 혐의다. 그는 송경동 시인과 함께 한진 중공업 희망버스 주도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 되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인 “그래도, 희망”은 이 희망버스에서 따왔다.

    그는 출마선언문과 자신의 공보물에, 희망버스와 세월호에 대해 적었다. 희망버스와 세월호 추모집회라는 전력은, 그가 어떤 사회를 비전으로 생각하는지 충분히 전해줄 수 있는 소재였다.

    7월 17일 본격적인 선거운동 첫날, 우습게도 “옥중출마” 후보가 다시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정진우 선본은 영통 곳곳에 걸린 선거 현수막을 “옥중출마했다가 후보가 석방되는 바람에 현수막 바꿨습니다”라는 다소 익살스러운 내용으로 갈아치웠고, 이 해프닝은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길에서 유권자에게 명함을 나눠주다가 “석방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듣기도 했다.

    옥중 서신 등을 예외로 치면, 석방 직후 자신을 환영하러 온 사람들 앞에서 한 연설이 선거운동 기간 중 그의 첫 번째 행보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가두어둘 데가 없을 때까지 우리가 투쟁해야 한다”며 “이렇게 저항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고 가두어두는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오래 갈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반성은커녕 보석으로 나오자 마자 더 크게 싸워야 한다는 “범죄자”를 검찰이 가만둘 리 만무했다. 검찰은 <문화일보> 지면을 통해 정진우의 석방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21일에는 검찰이 정진우 보석 취소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검찰의 으름장에 대한 정진우 후보의 대응은 “시크”했다. 그는 자신의 선거운동원들과 “다시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세월호 참사 100일 집회에 나갔다.

    그리고 정진우 선본은 “정진우 후보는 검찰이 말하는 자신의 ‘죄’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으며, 오히려 더 치열한 투쟁을 준비해 갈 생각”이라는 성명을 냈다. 반성의 기미가 없으니 자칫하면 그는 개표방송을 구치소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선거사무실 자체가 통으로 구치소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정진우 후보의 파트너 역할로 유세차에 타고 선거구를 누비고 있는 용혜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선거운동원 대다수가 세월호 관련 집회로 정 후보와 유치장 동기가 되었던 청년들이다.

    5월 19일 박정희 기념관을 점거하고 “역사에 침을 뱉겠다”는 성명을 뿌리다 검거되었던 “청년좌파” 회원들도 선본에 합류해 있다. 다들 검찰의 표현에 따르면 “죄질이 나쁜” 사람들이다.

    7월 30일이 지나고 그들이 도착할 곳은 국회일까 아니면 구치소일까. 지금으로서는 압도적으로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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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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