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외면과 가뭄에 말라가는 고구마
    [농촌과 농민]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한다는 말
        2012년 06월 28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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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년만의 가뭄이다. 가뭄이 가장 심한 충남에 가면 저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물이 말라버린 저수지들이 땅과 구분이 안되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벼는 모내기가 갓 끝난 상황이고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99% 이상의 논에서 모내기를 마쳐서 별 탈은 없어 보인다.

    지난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뭄에 따른 농산물 수급전망에서도 가뭄이지만 대파를 제외한 농산물 수급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서 빠진 작물이 있다. 바로 고구마다. 해남 등 고구마 주산지에서도 고구마가 시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차에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담당자에게 고구마 작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말라가고 있는 고구마의 모습

    농촌경제연구원 담당자의 대답은 농업관측 품목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고구마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가뭄에 강하기 때문에 구황작물로 알려져 있다. 가뭄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고구마는 5월말부터 6월말까지 심기 때문에 이 시기에 비가 오지 않고 날이 가물면 고구마 뿌리가 땅에 내리지 않는다. 전문 농업용어로 뿌리 활착이 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고구마는 감자처럼 고구마를 심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줄기를 자른 고구마순을 심기 때문에 뿌리내리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최근에 정식한 고구마들은 물이 부족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시들고 있는 상황이다.

    고구마 주산지인 해남과 함평에서 고구마가 시들고 있다는 농가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구마 재배 면적, 가뭄으로 인한 피해와 이에 따른 공급 차질에 대해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물론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모든 작물에 대해 농업관측을 할 수는 없지만 가뭄에 따른 관측을 했다면 관측 품목 이외에도 가뭄 피해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어야 한다.

    다이어트 식품이자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고구마와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이번 가뭄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외면받는 농업과 같은 처지이다.

    특히 지난해 장마와 올해 가뭄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피해 현황에 대한 발표자료를 보면 농식품부가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농가 중심이 아니라 농산물 물가에만 집중하고 있어 농식품부에게 농민은 더 이상 아웃 오브 안중이 돼버린 느낌을 받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 가뭄으로 시들고 있는 고구마 순을 보면서 한국농업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할 뿐이다.

    참고로 이번 가뭄으로 감자와 대파 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감자는 사실 가뭄보다는 지난해 장마로 인해 씨감자 부족현상과 맞물려 재배 면적이 줄었고 가뭄과 고온으로 작황도 좋지 못하다.

    대파는 한참 커가는 시기인 5월에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좋지 못하고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비가 와도 걱정이다.

    주말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해도 걱정이다. 현재 가뭄으로 인해 잡초까지 말라 비틀어져 있기 때문에 장마로 인해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흙들이 쓸려 내려가게 돼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가뭄으로 나무들의 수세(樹勢)가 약해져 있어 장마가 길어지게 되면 사과나무 갈반병 등 병해에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8월 태풍까지 오게 되면 올해 과실 농사는 정말 망칠 수 있다. 이래서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소개
    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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