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개혁의 현실과 가능성
[책소개]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데보라 마이어/ 맘에드림)
    2014년 07월 26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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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보면서 수많은 국민들은 우리 교육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학교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성적 지상주의를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그들의 능력을 함양하는 곳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교육 개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어왔다. 특히 시장 논리와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중요시하며 교육의 공적 책임을 줄이고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시도들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과 충돌이 이어져왔다. 그런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 모두가 공인한 공교육 개혁과 학교 혁신의 전설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데보라 마이어는 미국 뉴욕에서 교육 환경이 가장 열악한 이스트할렘에서 이룬 성공적인 공교육 개혁으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실천가이자 이론가이다.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은 그녀가 뉴욕에서 20년간 펼친 학교 혁신을 사례로 하여 그와 같은 성공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 배경이 된 실천과 이론을 설명하고 공교육의 전망을 제시한다.

데보라 마이어는 1974년 작은 공립학교로서 센트럴파크이스트 초등학교를, 1984년에는 중등학교를 세우는 데 참여하고 교장으로 재임했다. 그녀는 하나의 건물에 하나의 학교가 들어선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뉴욕시에 자리 잡은 대규모 학교들을 동일한 건물을 사용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여러 작은 학교들로 나누어 함께하도록 연결하는 운동을 이끌었다.

10년 지난 1994년, 이 학교들은 뉴욕시 평균보다 50% 높은 졸업률, 90%에 가까운 대학 진학률을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성공의 가장 큰 증거는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적으로 복잡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새로운 학교문화, 가정과의 유대,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아이들 생각의 힘

이 책에서 그녀는 무엇보다 공교육을 옹호하고 그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열린 교육’, ‘진보 교육’에 대한 전통적인 협소한 해석을 비판한다.

그녀는 유치원에서 다섯 살 아이들이 ‘놀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에 깊이 열중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지적 발달에 가장 중요하며, 아이들 초기의 교우 관계와 함께 결국 피아제가 지적한 ‘탈중심화’라고 부르는 것을 선도한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들도 배움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공적 숙의(deliberative) 기관으로서, 여기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들 모두 서로 얼굴을 맞대고 거듭되는 대화를 통해 지성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의 습관, 다양성을 수용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공감을 배우고, 자신들의 생각의 힘을 경험하게 되는 곳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는 반성적 실험의 장소로서 존 듀이가 말한 ‘실험학교’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데보라 마이어는 가르치고 배우는 목적에 대한 기존의 선입관, 기존 교과 중심 교육의 함정을 과감히 파헤친다. 교육의 목적은 배우는 아이들 모두 자기 시대의 지적·사회적 문제들을 탐구하고 그 문제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서게 하는 것이며, 따라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학계의 필요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 시민들의 요구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에서 그녀와 동료 교사들이 함께 개발한 ‘마음의 습관’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아이들의 수행과 함께 교사의 가르침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데보라 마이어가 벌인 실천과 공교육에 대한 관점은 1990년대 이래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 책의 원서 <The Power of Their Ideas>는 미국에서 공교육 개혁을 위한 운동의 필독서가 되었고, 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여기에 5년 동안 10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일본 ‘배움의 공동체’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2011년 발간된 이 책의 일본어판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는 학교 개혁의 모든 것을 데보라 마이어에게서 배워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데보라 마이어 특유의 기지와 유머,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화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독자에게 계속 스스로 생각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각 장의 소제목만으로도 명료하지만, 그러한 주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초반에 제시되지 않는다.

이 책의 각 장 사이에는 센트럴파크이스트 학교들에서 일하던 당시 그녀가 쓴 일지와 학교 소식지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그녀가 학교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생생하고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들은 각 장을 서로 연결해주며 다음 장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 복도에서 가운데 그어진 선을 넘어서 걸으면 안 된다는 규칙 등 1970년대 미국 학교들의 모습이 우리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데보라 마이어와 동료들이 공교육을 개선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직면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행한 노력은 바로 지금 우리나라 혁신학교들과 많이 닮아 있다.

이 책에서는 교사들의 동료적 관계, 프로젝트와 활동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수업, 학생 수행에 의한 평가, 통합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 상호 존중에 기초한 학교문화, 리더십, 학교는 얼마나 작아야 하는지, 학교 선택 제도 등 지금 우리나라 혁신학교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삶이 주는 힘을 경험하고 맘껏 즐길 수 있는 학교의 모습을 창조하는 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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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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