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군사협정, 오히려 안보 저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위한 노력 필요
        2012년 06월 28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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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부간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 조만간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안을 비밀리에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양국 정부간 서명 절차를 진행 중이며 빠르면 29일 협정이 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직접적으로는 북의 핵과 미사일 및 북한군에 대한 정보 공유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일단 유보되어 있으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 체결되면, 군사협정 체결의 문턱을 넘는 것이기에 동 협정 등도 조만간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치닫는 길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치닫는 것이다. 작년 1월 한일군사협정 체결과 관련한 공개적 움직임이 있은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한-미-일 3국간의 군사협력 강화가 계속 추진되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고, 그것이 북한과의 관계 악화 등을 빌미로 공론화된 것이다.

    국방부 앞 한일군사협정 반대 집회

    미국의 <성조지>는 2011년 1월 11일자 보도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일 군사협정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에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6월 14일 발표된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강화를 천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미 2+2 회담에서 합의했다고 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강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지원 강화도 실은 미국이 주도하는 MD체계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몰역사적

    한-미-일 3각 군사동맹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요구는 거의 상수였다. 그러나 냉전시대에도 한국과 일본은 동맹은 커녕 양국 간 군사협력마처 여의치 않았다.

    일본이 자국민 보호 등을 이유로 한반도에 군대를 보내고 마침내 이 땅에서 청나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뒤 결국 국권을 찬탈한 경험이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전후에 오로지 자국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는 데 그친다는 ‘전수방위’를 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삼은 가운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나 한반도 분쟁에 직접 휩쓸릴 수 있는 한국과의 군사적 협력에는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유이다.

    최근 일본이 한국과의 군사협력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은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북한 위협론’에 휩싸여 있고,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 강화라는 현실적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도 있었지만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등이 미국에 대한 의존 여론을 강화시킨 것이다.

    이런 여론을 핑계로 정치인 및 관료들이 보통국가라는 이름 하의 군사적 역할을 높히려고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이해가 관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쟁에 연류되는 것을 거부하는 전통적 의식도 여전히 뿌리가 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의 경우, 일본으로서는 미사일과 이에 대응하는 MD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의 획득이 중요하다. 그것은 전방 배치 한국 이지스함에서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 추진 운운은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일종의 뻥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일본과의 동 협정 체결은 실익은 별로 없는 반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발까지 사게 돼 오히려 안보와 국익에 저해될 뿐임.

    위안부 문제 해결 등에 소극적이면서도 이런 몰역사적이고 반국익적인 군사협정의 체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굳이 국무회의에 비밀리에 상정, 통과시킨 것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보와 국익 저해

    현 남북간 대결국면이 악화되고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최근 남북간 대결 국면은 단지 말 대 말의 설전으로 그치지 않고, 선제타격 전략의 표명, 서해에서의 GPS 혼란, 역대 최대 규모라는 한미연합 공군훈련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실제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의 체결과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까지 개입하게 되는 내용의 군사협정 체결에 대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MD의 표면적 목적과 대상이 북한을 빌미로 삼지만 중국의 핵억지력까지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고, 이에 대해 중국 등이 강력 반발할 것 역시 불문가지이다. MD외에도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가시화되는 것에 대해 중국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그에 대응하는 군사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예상이 아니라 중-러 해상공동훈련에서 보듯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문제이며, 북한도 이런 군사협력 체제에 포괄된다면, 한국의 안보는 급격히 악화될 것이다.

    또한 중국과 안보면에서의 관계 악화는 이미 제1의 무역 상대국이자 최대 무역흑자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악화시킴으로써 경제면에서도 국익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의 대결 국면은 곧 이어 전개된 미․중 정상회담에 의해 어느 정도 불식될 수 있었지만 미․중 간 갈등 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일방과의 군사동맹 및 군사협력 강화는 아직 잠재적일뿐인 진영 간 대결을 현실화시키고, 미․중 사이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 역시 강화할 따름이다.

    다시,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이라는 진중한 선택과 실천이 요구돼

    짧게는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지역 차원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었다. 각국의 경쟁도 동아시아 공동체의 주도권을 놓고 공동체의 범위 등에서 샅바 싸움을 하는 형국이었다.

    한국의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과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은 지역 공동체의 범위와 주도권 등에 있어 약간의 이견이 있었고, 그 현실화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질서를 극복하지 못한 점 등 많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 등과의 적극적 협력 전개라는 탈냉전의 시대정신에 부응하려는 노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본도 탈냉전 이후 무라야마 수상과 오부치 수상 등 정부 차원의 과거사 반성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독일 등에 비해 정치권 전반의 성찰 부족과 피해 보상 노력의 미비, 일부 우익의 준동 때문에 주변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이 지도적 국가로 부상하고자 하는 국가적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도 협량한 국가주의적 인식과 정책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남북한도 주변국에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하며, 무엇보다 군비팽창, 군사협력과 동맹 강화 등으로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진영 의식을 강화시키고, 강대국에 의존하고자 하는 흐름에 힘을 실어줘서도 안된다. 그리고 국수주의적 감정에 휩쓸린 즉자적 대응은 우경화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저지하기는커녕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현실화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대중적 실천을 전개할 필요. 민주당도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므로 진보정당과 민주당이 공조하는 한편 평화 단체 등과 대응 집회 등도 필요하다.

    기존 한미동맹을 뛰어넘는 동아시아 국가 공동의 안보․평화 협력 등 동아시아평화‧공영의 공동체를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는 현재 진영간 군사협력 강화 대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이 실질적으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음. 전자의 움직임을 막아내고 후자를 현실화시키지 못하면, 신냉전은 현실로 굳어져 우리의 실천으로도 어쩔 수 없는 질서가 되어버릴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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