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 2만여 명 참여
    "아들 냄새 나는 것 같아 아들 옷, 양말 신고 다닙니다"
        2014년 07월 20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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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검은 바다 속에서 죽어간 아들이 그리워서 아들의 옷과 양말을 입고 다닌다는 아버지. 그 아버지는 자신의 무능을 탓했다. 병신 같은 아빠라서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모른다고. 제발 왜 죽었는지 만이라도 알려달라며 눈물을 흘린다.

    자식이 먼저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은 아마도 부모라는 이름의 사람들에겐 살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가혹한 벌일 것이다. 하물며 죽음의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감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슬퍼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의 말처럼 먼저 떠난 이들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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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이하 사진=유하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에서 공동주최하는 4.16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가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2만여 명의 각계 시민단체와 종교‧문화계, 일반 시민들은 ‘특별법 제정하라’ ‘국민이 국가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4시 10분경 사고 당시 학생이 찍은 미공개 영상 상영으로 범국민대회가 시작됐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연과 대형 종이배 접기, 대형 붓글씨 퍼포먼스가 1시간 가량 진행됐다.

    2부 행사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지상준 군의 어머니 강지은 씨의 여는 말로 시작됐다. 강 씨는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 곁에 우리 아이들은 없다. 일어나라고 밥 먹으라고 공부하라고 할 수도 없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은 영영 들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꿈도 꿀 수 없고, 엄마 아빠를 부를 수 없다. 꿈에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 사랑한다고 마지막 말 건네고 싶다”며 아들을 잃은 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처벌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명확히 밝혀졌을 때,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은 아이들에게 설명이라도 해주고 슬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원통함과 처절함을 다른 사람들이 또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우리 아들이 그 희생의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소원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가족들은 죽음의 근본 원인과 책임자 처벌, 정확한 진상 규명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유가족들이 대학 특례 입학과 의사자 지정 등 보상‧배상 문제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다고 좋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가족들이 내놓은 특별법에는 이러한 요구사항이 단 한 가지도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유가족들은 일부 이러한 시선 때문에 특례입학과 의사자 지정은커녕 제대로 된 보상요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참석해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필요하다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우리도 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서 욕 먹을 각오하고 기소권 양보하고 수사권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꿈쩍도 않는다”며 “수사권이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되면 누가 두려워하겠냐. 그 두려움 때문에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 나와서 공무원이 아닌 민간 기구에 수사권 부여 어렵다는 황규안 법무부장관의 말은 궤변”이라고 힐난하며 “이 일(세월호 참사)이 전대미문의 사건이기에,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이기에 특별법 제정하자는 거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상조사위원회는) 민간 기구가 아니다. 특별위원회다”라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그는 “수사권 부여되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첫 번째로 두려울 것이다. 그들과 청와대가 진상조사위에게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수사권 안 된다고 버틴다”며 “그래서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새정치연합에 힘을 보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11시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례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만약 그 회동에서도 진척이 없다면,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든 당력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박 원내대표는 전했다.

    특별법 제정 촉구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19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까지 LA 영사관 앞에서 국외 거주민들이 추모 행동을 한다. 더불어 이날 국외 거주민 대표 1명은 국외에서 받은 서명 용지를 20일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유가족들은 6일 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 중이다. 이에 국민대책위 대표 13명도 19일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국민대책위 박래군 공동대책위원장은 “단식이라는 건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거다.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저희들에게도 목숨과도 같다”며 “새누리당에서 제안하는 법안으로는 진상규명이 될 수 없다. 지금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못준다고 한다. 이는 무기력한 위원회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7월 24일 참사 100일 되는 날, 이 자리에 10만 명 모아보자”며 “100일 동안 바뀐 게 없다. 책임지겠다는 놈들 다 도망갔다. 안전한 사회 무엇으로 보장하겠나.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그 힘으로 오만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을 굴복시켜 우리가 원하는 특별법 만들자. 그래야 백일동안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유가족들과 돌아가신 분들께 면이라도 서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김일란 감독의 4.16 특별법 촉구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 단원고 최성호 아버지 최경덕 씨는 “아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아들 옷을 입고, 아들 양말 신고 다닙니다. 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내 새끼가 죽은 지 38일이 지났는데, 이 병신 같은 아빠는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모릅니다.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이 엄마들과 아빠들은 힘이 없어서, 국민들의 힘을 빌려서 왜 죽었는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왜 죽었는지,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됐는지, 무슨 이유때문인지도 모르고. 내 새끼는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은데, 아들은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새끼가 보고 싶은데. 왜 안 가르쳐 주는지 알려주십시오. 무엇이 두려워서 안 가르쳐주는지. 도와주십시오. 무엇이 두려워서 안 가르쳐 주는지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4월 16일 자식 잃은 부모가 500명입니다. 우리는 알아야겠습니다. 아빠니까, 엄마니까. 내 새끼니까 우리는 알아야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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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에 모인 1만 5000여명의 시민들은 조용하게 울었다. 어두운 바다 속에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소리 내어 울었다. 국민과 청와대, 여당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느라 하루에 채 2시간도 자지 못한 유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이날 가족대책위 및 각계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대회결의문을 통해 “이 참사가 그냥 잊힌다면 바로 세월호 참사보다 더한 비극이 될 것”이라 “이제는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시기 바란다. 대국민 담화문을 읽으면서 흘렸던 눈물이 진정이라면, 마치 세월호 참사를 잊었다는 듯이 유가족이 참여하는 특별법 제정 약속은 무시하고 국가 대개조를 외치는 일을 그만두시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에 경고한다. 국회에 요구한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기 전에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 그것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범국민대회가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긴 오후 6시 반경, 이날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서울광장부터 을지로를 거쳐 종로까지 약 40분 정도 거리 행진 후 범국민대회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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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100일 째인 이달 24일까지 어떻게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로 서명운동, 7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세월호 가족버스, 청원행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도보행진 등을 전개했다.

    하지만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만 하는 의원들은 자꾸만 무언가를 감추려 하고 누군가를 옹호하려고 들기만 한다. 과반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은 가족대책위가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인정하지 않아 유가족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눈물로 채워온 참사 100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국회는 여전히 자신들의 실리를 위해 고집을 피우고 있다. 참사 100일 째인 이달 24일, 만약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유가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다.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서.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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