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을 모르는
    99%를 위한 금융경제 리포트
    [책소개]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이종태/ 개마고원)
        2014년 07월 19일 08: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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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시스템은 ‘금융자본주의’라고 불린다. 좋다, 나쁘다, 어떻다 말은 많지만 지금이 금융의 논리와 흐름에 따라 세상이 바뀌고 굴러가는 금융자본주의 세상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회와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금융에 무지하다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을 겪기 십상이다. 이것이 저자가 <드래곤 플라이>(한국에서는 <공부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된 일본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금융에 대한 교양적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하는 이유다.

    “사회에는 룰rule이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그 룰이라는 건 모두 머리 좋은 놈들이 만드는 거야. 무슨 뜻인가 하면, 그 룰은 전부 머리 좋은 놈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 당신들, 이대로라면 평생 속고만 산다. (…) 속지 않으려면, 손해 보고 살지 않으려면 당신들, 공부해!” -8쪽

    저자는 국내외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금융이 사회에 얼마나 깊게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고, 그것이 또 평범한 갑남을녀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우리 지갑 속의 경제 사정은 사실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금융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시작된 자산 거품은 한국의 하우스푸어 문제로 이어졌고, 투자은행들이 규제 완화를 틈타 만들어낸 금융상품은 한국에서 키코 사태를 일으켰다.

    또한 금융자본의 마지막 개척지라 불리는 인프라펀드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사례에서 드러나듯 수익을 위해서라면 시민의 권리도 안중에 없다는 행태를 보였다. 그렇게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금융 지식을 경제의 최전선에서 전해주고 있다.

    금융이슈 읽어주는 남자의 지금 여기의 금융경제

    현실 문제와 접목해 적절한 비유와 예시로 금융의 핵심을 전달하는 데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금융이슈 읽어주는 남자’ 이종태 기자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금융 이야기는 추리소설을 보듯 흥미진진하다. 봐도봐도 어지럽기만 하던 금융이슈를, 핵심 골자만 뽑아 명쾌하게 설명하는 그의 솜씨를 몇 가지 소개해본다.

    금융은

    ① 국채가 인기 있으면 왜 국채수익률은 떨어질까

    물건이 인기가 있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 정도는 누구나 상식 수준에서 안다. 그런데 국채가 인기 있어서 국채를 많이 사면 국채수익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걸 너무 당연하다는 투로 이야기하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채 수요가 많으면, 주식 가격이 오르듯 국채 가격이 오를 테니까 수익률도 높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대체 그 원리가 뭘까?

    국채를 갖는다는 것은 만기일까지 원금과 미리 정해진 이자를 받을 권리를 보유한다는 의미다. 만약 당신이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경우, 10만 원에 주식을 샀는데 팔 때는 5만 원일 수도 있고 20만 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채는 만기일에 받을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이처럼 ‘받을 돈’이 결정되어 있는 반면, ‘국채가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국채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그래서 ‘국채수익률’도 계속 변한다. ‘국채수익률’이란 국채를 샀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국채를 10만 원에 샀는데, 만기일에 정부에게 받기로 ‘정해져 있는’ 돈(이자와 원금)이 14만 원이라면, 국채수익률은 40%다(4만 원/10만 원×100).

    그런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 그 가격이 10만 원에서 8만 원으로 떨어졌다면, 국채수익률은 40%에서 75%로 올라간다(수익금이 6만 원이므로 6만 원/8만 원×100). 그러나 국채 가격이 10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상승하면, 국채수익률은 16.7%로 떨어진다.(2만 원/12만 원×100) 참고로 이상의 사례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일부러 수익률을 높게 잡은 것으로 실제 국채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즉, 국채 가격이 오르면 국채수익률은 떨어진다. 반대로 국채 가격이 내리면 국채수익률은 올라갈 것이다. -235~236쪽

    ② 키코, 환율 좀 올랐다고 왜 기업들이 망할까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키코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키코라는 금융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즈음에 큰 손해를 보고 줄도산한 이 사건은, 금융자본주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많이 이야기되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큰 피해를 보았을까? 환율이 예상 이상으로 올라 피해가 커졌다는데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키코 계약에 환율이 어느 이상으로 오를 경우 계약한 회사가 은행에 달러를 약정 환율로 계약액의 두 배만큼 넘기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키코 계약은 한 달 뒤의 실제 환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이익을 보고 은행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다만 여기엔 다른 복잡한 조건들이 붙어 있다. A사는 환율이 달러당 900~940원인 경우에만, 은행에 1달러에 940원으로 100만 달러를 팔 수 있다. 은행의 손실에는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

    그런데 키코 계약엔 은행이 A사로부터 ‘일정한 규모의 달러를 일정한 환율로 살 수 있는 권리(은행의 콜옵션)’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환율이 ‘녹인Knock-In’ 지점인 960원을 넘어서는 순간 A사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이 구간에서 A사는 계약금액(100만 달러)의 2배인 200만 달러를 ‘약정 환율’인 1달러당 940원으로 은행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

    더욱이 키코 계약은 환율이 내릴 때와 달리 오를 때는 아무리 올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 환율이 1000원으로 오르는 경우, A사는 해외 업체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를 10억 원이 아니라 (키코 계약 때문에) 9억4000만 원으로 은행에 팔아야 하므로 6000만 원 손해를 보는 셈이다. (…) 그런데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버리면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15억 원으로 100만 달러를 매입한 다음 9억4000만 원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5억6000만 원이 더 드는 것이다. -181~183쪽

    ③ 회사가 적자여도 주주는 돈을 쓸어 담는 이유

    하루아침에 요금을 50% 올리려 해서 시민들의 큰 불만을 산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의 명분은 회사의 적자였다.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던 메트로9는 누적 적자가 1820억 원에 이르렀다. 적자의 원인은 주로 고리의 대출 이자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메트로9의 주주들은 회사 운영에 만족해했다. 심지어 지급보증으로 이자율을 4%대로 낮춰주겠다는 서울시의 제안도 거절했다. 메트로9 측은 왜 이런 ‘손해 보는’ 일을 감수한 걸까? 답은 메트로9의 주요 주주가 메트로9에 거액을 높은 금리로 빌려준 채권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주주들은 회사가 적자로 손해를 봐도, 많은 이자를 챙길 수 있었다.

    이들은 서울지하철 9호선이라는 ‘금융자산’에 모두 5712억 원을 투자(752억 원)와 부채(4960억 원) 형태로 투입했다. 이들은 총 5712억 원을 ‘자본금 3000억 원-부채 2712억 원’으로 투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본금은 늘어나고 이자는 크게 줄어들어 메트로9의 재무 상황은 훨씬 건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계속해 말했듯 금융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돈을 빨리 회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면서 향후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이 많아져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보다는 ‘지금 당장’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부채로 돈을 투입해서 이자를 받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

    또 하나의 이유는 절세 때문이다. 만약 메트로9가 자본금을 확충해서 재무 상태가 건강해지고 이자 비용이 준다면, 순이익이 발생하고 금융권 주주들에게도 배당금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순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메트로9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그만큼 주주들의 금융수익도 축소된다. 그러나 메트로9가 이자 형태로 금융기관 주주들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어떨까? 일단 메트로9 처지에서 보면 이자는 비용이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208~211쪽

    ④ ‘이례적인’ 경기부양 정책: 양적완화

    양적완화는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통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정부가 해온 일이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해서 고용을 확대하는 재정(확대)정책과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많이 돌게 하는 통화(팽창)정책이 그것이다. 익히 여러 번 봐온 특별할 것 없는 정책이다.

    미국과 일본이 시행한 양적완화의 목적은 돈을 방출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선진국들의 금리는 이미 0%에 가까웠다. 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엄청난 돈을 ‘살포’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이 원한 것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정도의 물가인상(인플레이션)이었다.

    그렇다면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는 어떻게 차이가 날까? 예컨대 당신이 1000만 원을 연이율 20%로 은행에 예금했다고 치자. 그리고 이 시점에서 스마트폰 한 대 가격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당신은 스마트폰 10대에 해당하는 돈을 저축한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당신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20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 돈으로 스마트폰 12대를 살 수는 없다. 그동안 물가가 10% 올라 스마트폰 한 대 가격이 110만 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신이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은 11대(정확히는 10.9대)뿐이다. 스마트폰 10대의 값을 예금해서 받은 이자는 스마트폰 2대(20%)가 아니라 1대(10%) 값에 불과한 것이다.

    즉,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당신이 ‘실질적’으로 받은 이자는 20%가 아니라 10%다. 여기서 은행이 제시한 연이율 20%가 ‘명목금리’라면 10%는 ‘실질금리’다. 이처럼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인상률을 뺀 수치라고 할 수 있다(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인상률).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명목금리는 누구나 알 수 있지만(계약서 등에 표기되어 있으니까), 실질금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실질금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

    예를 들어 명목금리가 연 20%인데, A씨가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10%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A씨의 실질금리는 10%다(실질금리 10%=명목금리 20%-물가인상률 10%). 그런데 A씨의 친구인 B씨가 이후 1년간 물가인상률을 30%로 예상한다면, B씨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10%다(실질금리 -10%=명목금리 20%-물가인상률 30%). 이른바 ‘마이너스 실질금리’ 상태다. -230쪽

    이게 선진국들이 막대한 액수를 들여 양적완화를 한 이유이다. 금리를 ‘마이너스 실질금리’로, 즉 저축할수록 손해가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결국 돈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적완화는 흔히 ‘경기부양의 최후 수단Last resort to stimulate the economy’으로 불린다.

    ⑤ 일본 정부가 미국보다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비결

    잘 알려졌다시피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에 허우적대고 있다. 지금의 GDP가 1990년의 GDP와 거의 비슷할 정도다.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는 대규모의 공공 투자에 나섰다. 1990~2000년대에 걸쳐 토건사업에 매년 40조~50조 엔(400~500조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디서 이 돈을 마련했을까? 국채를 발행·매각해서 조달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국가부채는 2013년 말 GDP의 240%에 달했다. 빚이 많다고 떠들썩한 미국도 73%에 불과하다.(한국은 37% 정도다.) 게다가 일본의 국채는 미국보다도 금리가 낮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빚을 싸게 빌릴 수 있던 것일까? 바로 일본의 우정국 덕분이다.

    일본 우정국은 한국의 우체국과 많이 다르다. 우정국은 일본 전국에 2만5000여 지국을 거느린 우편배달 시스템일 뿐 아니라 이 나라 최대의 저축·보험 기관이기도 하다.

    우정국이 운용하는 자산이 무려 300조 엔에 달한다. 한국 원화로는 3000조 원(한국 GDP가 2013년 말 현재 1300조 원 정도다), 달러화로는 3조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미국 BOA의 운용 자산이 1조5000억 달러 정도다.) 우정국은 단일 기관으로는 세계 최대 자금창구이며, 일본 민간 자금의 50~60%를 관리한다. 이런 우정국이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일본 국채에 투자한다(일본 국채를 산다). (…)

    이런 측면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주도했던 우정국 민영화는 ‘토건국가 일본’의 토대를 뒤흔들 만한 의제였던 셈이다. 우정국 민영화는 단지 ‘우체국 기능이 사기업에 넘어가 산골 주민들은 우편배달 등의 공적 서비스를 받지 못할까 우려된다’ 수준의 사건이 아니었다. (…)

    미국이 일본 우정국의 개혁을 이토록 끈덕지게 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정국 민영화는, 우정국에 축적된 300조 엔이라는 거대한 자금의 운영권을 ‘일본 국가’에서 ‘세계 금융시장’으로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의 초대형 금융기관들이다.-272~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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