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리끼리의 공동체를 넘어서야
    [책소개] 『무질서의 효용』(리처드 세넷/ 다시봄)
        2014년 07월 19일 08: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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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도에 따라 구획된 도시, 같은 처지끼리 이웃한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 책에서 리처드 세넷은 지나치게 질서를 강요하는 사회가 어떻게 어른들의 사고를 경직시키고,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는지를 보여준다.

    세넷은 도시의 중산층이 비슷한 여건의 사람들과만 어울려 살면서 질서를 추구한 결과, 배타적이고 협소하며 폭력적인 행동에 쉽게 빠져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낯선 상황과 맞닥뜨리며 성장해야 할 청소년이 모험을 기피한 결과 미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과 같다.

    세넷은 다양성과 창조적인 무질서를 구성원 스스로가 통합해 나가는 생동하는 도시,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진짜 어른들을 만들어내는 도시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스스로 노예가 되는 사람들

    우리는 모두 질서와 안정을 추구한다. 왜 그럴까? 세넷은 사람들의 이런 반응에는 낯설고 두려운 경험을 피하려고 하는 욕망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17세기 청교도들이 사회 변동에 따른 불안과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종교에서 절대적인 정체성을 찾으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청교도들의 두려움은 자기부정과 자기억압으로 이어졌다.

    세넷은 이런 자기제한과 스스로 만드는 노예 상태를 ‘순수화’라고 불렀다. 이런 순수화에 대한 욕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낯선 경험을 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것도, 생활이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순수화의 한 단면이다.

    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중산층들이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도시 계획가들이 자신의 계획을 진짜라고 착각하고, 자신들의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면 크게 반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넷은 질서에 대한 고정관념과 순수화에 대한 욕망을 깨야만 성숙한 어른이 되고, 진짜 공동체가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질서의 효용

    청소년이 거친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

    청소년기는 성적 능력과 지적 능력, 지각 능력 등은 쑥쑥 자라는 반면 사회적인 경험은 아주 많이 부족한 시기이다. 몸은 어른이 돼가고 있지만 경험은 아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시기인 것이다.

    성장의 척도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때, 미지의 세상을 만나야 하는 청소년은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세넷은 청소년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회 세계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즉 순수화를 추구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순수화는 직업이나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는 것부터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노력하는 것까지 스스로 제한을 두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넷은 많은 젊은이가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서 다른 대안을 탐구할 기회도 포기한 채 직업을 선택해버리거나 대학 신입생 5명 가운데 3명꼴로 미래의 직업을 경험하거나 알아보기도 전에 직업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경험은 차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피하다 보면 탐구할 수 없고, 따라서 내면적인 성장도 이루기 힘들다. 세넷은 청소년기의 이런 회피 양상이 성인의 삶은 물론 현대의 도시 공동체에도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안전한 가족은 울타리인가, 감옥인가?

    신도시에 정착한 중산층 가족은 도시의 다양한 접촉 경험을 자발적으로 축소하면서 가족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도시 거주자들의 부가 증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모임에 참여하는 대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세넷은 중산층 가족에서 가장 널리 퍼진 질병은 가족의 질서를 위해 가족 구성원의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일탈과 분열을 억누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족의 질서를 위해 이뤄지는 다양성의 억압과 회피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순수한 정체성을 향한 욕망과 같다. 이는 안전한 질서를 위해 다양성과 낯선 경험을 회피하려는 모색이다. 세넷은 이런 강화된 가족 형태는 성인을 청소년기의 양상에 고정시키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만드는 사회

    세넷은 미국 대도시 외곽에 지어진 대규모의 백인 중산층 주택 단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관찰했다. 비슷한 처지의, 알만한 이웃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은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갖지만 세넷은 이런 공동체를 가짜 공동체로 규정했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공동체라는 느낌만 가졌을 뿐 공동체의 일에 실제로 참여하는 것은 줄어들었고, 일탈하는 사람들에게는 억압을 가했다.

    일례로 한 흑인 가족이 백인 공동체에 이사 오자 사흘 만에 그들을 쫓아내었다. 또 흑인 게토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백인 중산층들은 흑인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이를 내전의 상황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흑인들의 폭동은 식료품을 강탈하는 등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중산층 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무질서를 조금도 용인하지 않기에 공동체에 불화가 생기면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는 등의 폭력적인 방식을 취한다. 질서를 강조하는 공동체에서 어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살아가고 있다.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오스만 남작은 나폴레옹 3세의 명령으로 프랑스 파리의 도시 개조 사업을 주도했다. 그의 구상으로 파리의 도로는 막대한 양의 교통을 수용하고, 폭동이 일어났을 때 군대를 신속하게 보낼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 도시의 각 구역을 분리하는 경계가 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도로망은 빈곤과 소시민의 궁핍 같은 사회 문제들을 널찍한 가로수길 뒤로 감추는 기능도 했다.

    세넷은 어떤 사회에서든 사람들 사이의 고통과 무질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는 사람들이 갈등을 경험하면서 성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토지에 거주하기 전에 기능적 구분이나 과정, 토지 이용 등을 미리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도시의 지역에서 다양성이 생겨나고 갖가지 마주침과 갈등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문제나 갈등은 지역의 사람들이 직접 해결하게 하고, 경찰의 단속이나 중앙의 통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둘러싼 차이를 바로 볼 줄 알아야만 사람들은 비로소 타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며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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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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