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의 파괴자,
제2비엔나 악파 혹은 ‘쇤베르크파’
[클래식 음악 이야기]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
    2014년 07월 18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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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불협화음은 협화음과 오로지 그 정도만 다르다. 그것은 좀 멀리 떨어진 협화음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분하지 않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이는 불협화음의 해방이다.” (쇤베르크)

“의미가 존재한다면… ‘통일성’은 확실히 필수적인 것이다. 통일성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모든 구성요소들 사이에서의 ‘관련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큰 개념이다.” (베베른)

“나는 작곡할 때 항상 베토벤처럼 느낀다. 그러고 나면 내가 기껏해야 비제Bizet임을 인식하게 된다.” (베르크)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의 음악은 우리가 여태까지 들어 온 음악과 사뭇 다르다. 과연 이들의 작품을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다시 듣고 싶어질까?

왜 그런고 하니, 이들의 음악에는 우리가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선율도 없고, 우리 가슴을 찡하게 할 화음도 없다. 그렇다고 율동감이나 리듬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음악에서 그 어떤 예측 가능한 요소도 발견할 수 없다. 머릿속에 되새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 감동적인 화음, 심장을 두드리는 리듬은 도대체 어디로 증발한 걸까? 이 세 명의 위대한 현대음악 작곡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없애 버렸다.

여태까지의 음악은 한 작품을 통제하고 이끌어 가는 조성 안에서 I(으뜸화음), IV(버금딸림화음), V(딸림화음)도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음악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심리적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반복’(또는 대칭적 구조)이다. 그러나 반복 없는 지속적인 새로움의 연속은 듣는 이를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조성 체계 안에서의 불협화음과 협화음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감정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불협화음은 조성음악에서 특별한 위치를 지닌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전통적인’ 음악이다. 그런데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는 이런 음악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조성음악에 엄존하던 위계질서를 붕괴시키고 모든 음들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불협화음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는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음악’을 만든 것이다.

무조음악의 개척자는 바로 아놀드 쇤베르크이다. 그는 “음들의 해방”이라는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 어떤 음도 어떤 음에 예속됨이 없이 독자적으로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사회주의적’인 발상이었다.

사실 쇤베르크는 ‘무조성(Atonality)’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전 곡을 지배하는 조성이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거꾸로 생각해 보면 모든 조성을 포함한다는 의미의 ‘범조성(Pantonality)’이 아닌가! 이 표현이 더 포괄적이면서 긍정적인 의미를 드러낸다고 보았다. 그의 이 ‘범조성’을 대표하는 곡이 <공중정원의 책>(Das Buch der hängende Gärten op. 15 (1909)과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 op. 21>(1912)이다.

쇤베르크는 무조음악의 한 작곡기법으로서 ’12음 기법'(Twelve-tone technique)을 창시한다. 12음 기법이란 조직적이면서 체계적으로 무조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기법이다. 이는 한 옥타브 안에 있는 12개의 음들을 동등하게 다루어 음렬을 만들어냄으로써 즉 12음들이 그 어떤 위계구조를 갖지 않는 가운데 서로 대등한 자격으로 연관되도록 하는 새로운 작곡방법이다.

쇤베르크

아르놀드 쇤베르크

여기에서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한다. 작곡가가 미리 정해놓은 12개의 음렬을 되풀이해서 계속함으로써 구성되는데 한 음이 연주된 경우 나머지 11개의 음이 연주되지 않고는 그 음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다.

12음으로 된 하나의 음렬은 다시 4개의 서로 다른 형태의 음렬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은 기본음렬(Original), 역행음렬(Retrograde), 전위음렬(Inversion), 역행전위 (Retrograde Inversion)등으로 변화시켜 하나의 음렬로부터 총 48개의 다른 음렬을 만들어낼 수 있다. 12음은 음렬로서 수평적인 선율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 쌓아서 화성적인 요소로도 결정된다. 이 12음렬로 된 작품으로는 <피아노 모음곡>(Suite für Klaver op. 25 (1923), <5개의 피아노 소품>(5 Klavierstücke op. 23)(1923)등이 있다.

쇤베르크의 제자 베베른의 곡은 짧아도 너무 짧다. 연주 시간이 5분 정도밖에 안 되는 곡(<관현악을 위한 5개의 소품>(Fünf stücke für Orchester op. 10 (1913))고 있고 단지 9마디로 된 짧은 곡도 있다. (3 kleine stucke op. 11 (1914): 1악장: 9마디, 2악장: 13마디, 3악장: 10마디) 하지만 그 구성이 치밀하고, 정교하고 섬세하다.

베베른은 주제를 전개할 필요 없이 한번만 연주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주제를 반복하거나 발전시키지 않았고, 곡을 최소화시켰다. 작곡기법적인 면에서 <음악의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다. 베베른의 작품에는 곡의 세기(다이내믹)가 피아노(p)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내면적이다.

프랑스 화가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가 창시한 신인상주의 회화 양식인 “점묘주의(點描主義)(pointilism) 기법”(하나의 원색의 점들이 모여서 색의 혼합이나 물건의 형태가 그려지게 하는 회화 기법)을 베베른은 자신의 작곡기법으로 활용했다.

여기서 그는 음색선율(Klangfarben Melodie)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음색선율이란 음색의 변화에 의한 흐름으로, 심한 음정의 도약과, 변화무쌍한 음색의 변화에 따라 음악의 흐름이 점들의 연속처럼 들려지는 인상 때문에 붙여진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12음 기법은 선율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적 구성요소, 즉 음의 높이, 길이, 색깔, 셈여림으로까지 확대된다.

베베른의 음렬은 테마와 모티브를 만드는 재료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체로 모티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심포니>(Symphonie op. 2)1(1928), <9개 악기를 위한 협주곡>(Konzert für neun Instrumente op. 24>(1934)등이 있다.

쇤베르크의 또 다른 제자인 베르크는 한 작품 안에서도 음렬 기법과 무조성, 그리고 조성을 함께 섞어서 작곡하였다. 그의 작품들 안에는 낭만적 서정성이 감지된다. 그는 19세기의 대중적인 요소, 행진곡 리듬, 민요적 선율 등을 무조성 음악과 함께 수용했다.

특히 그의 오페라에서는 과거의 형식적 요소를 현대적 의미로 부활시켰다. 베토벤, 바그너, 바흐 등의 작품에서 선율을 인용하여 과거에 대한 향수를 나타냈다. 베르크는 D음을 G음에 대한 5도 음정(V 도미넌트)으로 강조하며 사용했다. 이것은 그의 작품이 조성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대표적 오페라 <보체크>(Wozzeck)(1922)는 강렬한 표현주의와 함께 견고한 음악형식 구축하면서 극적인 통일성과 서정성이 함께 하는 복합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12음기법의 무조적 경향이외에도 각 극의 상황과 묘사를 위해 다채로운 수법들이 사용된다.

<보체크>의 제1막은 성격적인 곡, 조곡, 랩소디, 자장가, 파사칼리아(Passacaglia, 17세기 스페인 춤곡), 론도 등의 모음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2막은 교향곡, 즉 소나타, 판타지아 푸가, 라르고, 스케르초, 서주가 붙은 론도 등으로, 특히 제3막은 인벤션(Invention, 다성 음악의 모방양식)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베르크는 오페라를 교향곡처럼 절대음악의 양식으로 바꾸려고 하였다. 옛 바로크적 향기를 맞볼 수 있는 그의 2악장(1악장: Andante-Allegretto, 2악장: Allegro-Adagio) 구조로 되어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1935)에는 바흐의 코랄이 사용되었다. 바흐의 칸타타 BWV 60 “O Ewigkeit, du Donnerwort (오 영원이여, 그대 무서운 말이여),”등이 대위법적으로 진행된다.

베르크 음악에서 드러나는 낭만성과 서정성은 또한 자신의 자선적인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베르크는 어린 시절에 음악보다는 괴테,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 알렌 포우(Edagr Allan Poe, 1809-1849),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와 같은 문학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정서와 그만의 로맨티스트적 성향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스며든 것이다.

그는 그의 합법적이지 못한 딸과 자신의 처지를 극중의 인물 <보체크>와 동일시했고 <서정모음곡>에서는 “한나”라는 여인을 주제로 한 곡이다. <실내협주곡>(Kammer Konzert (1935)에서 역시 그와 관련된 많은 주변 인물들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을 제2 비엔나 악파라고 부른다. (제1 비엔나 악파: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특히 쇤베르크는 1905년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리하르트 게스틀(Richard Gerstl, 1883-1908)을 알게 된 후 유화를 배웠으며 그는 표현주의 화가 칸딘스키(1866-1944)와 함께 전시회도 열었고 한때는 화가로 생계를 유지했다.

표현주의는 20세기 독일, 오스트리아 중심으로 작가 개인의 주관적 표현을 추구하는 ‘감정 표출예술’이라는 명목하게 회화에서 시작하여 문학, 예술, 영화, 음악으로 확산되었다.

개인의 감정 표출을 위한 표현주의 음악 안에서도 내재해 있는 어떤 법칙이 있다. 오스트리아 음악 학자 귀도 아들러(Guido Adler, 1855-1941)는 음악 작품을 분석하는 데 있어 그 안에는 존재하는 법칙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법칙들이 음악의 재료, 즉 음에 의해 정해진다고 강조한다.

아들러에게 있어서 음 예술은 하나의 유기체(organimus)이다. 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작곡가들이 바로 제2 비엔나 악파(The Second Viennese School)들이다. 이들의 유기체 사상은 괴테의 자연철학 (Naturphilosophie)에서도 나오는데 이들(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의 음렬 법칙은 하나의 악곡이 하나의 음렬의 변형들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괴테의 원시식물(Urpflanze), 즉 씨앗 안에 줄기, 잎, 꽃의 다른 모습이 정해져 있는 원형식물과 공통점이 있다고 보았다.

여태까지의 조성음악은 작곡가와 연주자, 청취자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었다. 그러나 제2 비엔나 악파의 음악은 창작자와 청취자와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이는 작곡가가 더 이상 청취되기 위한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새로운 작곡기법을 개발하여 보여주기 위함이니라.

우리는 쇤베르크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무조성” 아닌 “범조성”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색상을 찾아볼 수 있다. 호감을 가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다보면 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색들이 우리의 귓전을 울리고 지나갈지. 분명 그 안에는 바로크, 고전, 낭만의 멋이 조금씩 들어 있을 테다. 기능화성(협화음)에 대한 우리의 귀가 죄인이다. 이제 그 족쇄를 풀어헤치고 열린 마음으로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들으면 더 이상의 불협화음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도 조성음악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그 안에서 안주하고 싶어했나보다.

쇤베르크는 “작곡의 일관성은 단 하나의 기본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며 특히 그 “아이디어”는 후에 ‘발전하는 변화(developing variation)’로 알려지고 있다. 즉 하나의 아이디어는 새로움을 더하면서 발전되어 변화하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쇤베르크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척도에 의한 미학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아이디어”였으며, 이를 보다 통일성 있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새로움>, <아이디어>, <통일성>, 이것이 바로 쇤베르크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다시 말하면 통일성(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이라는 큰 전제 하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발전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인생에도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쇤베르크의 음정의 “사회주의적(평등주의적)” 사용, 베베른의 음의 “경제성,” 베르크의 “낭만적 정서”등은 우리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 같다.

쇤베르크는 숫자 13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인 오페라 <모세와 아론>(1930-32)의 제목을 옳은 철자법인 “Moses und Aaron”으로 하지 않고 “Moses und Aron”으로 한 것은 쇤베르크 자신이 알파벳 수가 13개가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13이란 숫자가 12음계 밖으로 벗어나 그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소개
한양대 음악대학 기악과와 동대학원 졸업. 미국 이스턴일리노이대 피아노석사, 아이오와대 음악학석사, 위스콘신대 음악이론 철학박사. 한양대 음악연구소 연구원, 청담러닝 뉴미디어 콘테츠 페르소나 연구개발 연구원 역임, 현재 서울대 출강. ‘20세기 작곡가 연구’(공저), ‘음악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번역),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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