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임금 인정 못해"
    현대자동차 자본의 억지논리
        2014년 07월 18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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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현장에서 만나는 조합원이나 회사측 관리자 심지어 기자들까지, 나를 만나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어찌될 꺼 같습니까?”, 둘, “현대자동차 불파 교섭은 어찌 될것 같습니까?” 그리고 셋, “41라인 볼륨업(uph-up)은 어찌 됩니까”

    “글쎄요?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일단 이런 정도로 대답을 드린 후, 내 나름의 생각을 주절주절 떠들어대기 일쑤다.

    오늘, 이왕 컴퓨터 앞에 앉았으니 통상임금 문제만 우선 살펴보자.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목포에 가서 삼호중공업 현장노동자회 회원들인 ‘단결의 힘’ 동지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회와 뒤풀이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어찌될 꺼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참고로 삼호중공업지회(노조)도 올해 통상임금 문제가 교섭의 쟁점으로 걸려있는데, 삼호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지라 현대중공업 노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듯했다.

    현자지부 신문

    2014년 7월 18일 현대자동차지부 신문의 첫 기사 제목

    오늘, 한국GM의 18차 단체교섭 결과를 전달 받았다.

    금속노조 산하 대기업 회사 측으로서는 처음 한국GM이 통상임금 관련 회사 측 제시안을 제출했다는 데 그 의미가 커 보인다.

    회사 측의 제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회사는 법에 따른 수당을 산정함에 있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 단 구체적인 수당 계산 방법은 관계법령에 따른다. 그 시행일자는 2014년 8월1일부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측의 제시안이 노사 간에 합의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GM 회사 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고 제시를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대목이다.

    한국GM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상여금 지급 방법에 일정한 기간(1개월)을 채우지 못할 경우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지만, 지난 5월 29일 한국GM 노조원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한국GM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회사 측이 위와 같은 제시안 을 낸 것이다.

    한국GM 단체협약 제85조 (상여금 지급방법)

    2. 노조원의 근속년수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일 때는 지급액의 50%,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지급액의 75%, 6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지급액의 100%를 지급한다.

    하지만, 한국GM 회사 측은 노조의 소급지급에 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시급의 적용 기일을 올해 8월 1일로 제시한 것도 노조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노조는 2014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라는 요구임)

    현대자동차로 돌아와 보자.​

    현대자동차의 경우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는 단체교섭에는 윤갑한 사장이 회사 측 교섭대표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실상 통상임금과 관련한 교섭은 윤여철 부회장이 교섭장 밖에서 “죽어도 안 된다”고 회를 치고 계시는 형국이다.

    ​”윤 부회장 반우회 간부 특강 공유”라는 문서가 현장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내용 중 통상임금 관련 부분을 여기 옮겨보면,

    “우리는(현대차) 고정성(상여금지급세칙 중 “15일 미만자는 지급제외” 조항을 근거로)이 없다. 판결에 나왔다. 고정성이 없으니 소급은 예기꺼리도 안 되는 거다” “1, 2차 부품업체 1,500개가 있다. 이런 업체가 무너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기업 문제가 아니다. 잔업, 특근 많은 데가 문제다”고 하시면서 “계열사 경영층 모아놓고 말했다. 못 준다고 했다. 때려 죽여도, 옷 벗고 나가도, 파업을 해도 못 준다고 했다”고 말 했다며 자신의 결기를 과시하고, 나아가 이런 협박도 하셨단다.

    “통상임금 문제는 소탐대실이다. 연장, 특근으로 만드는 대수가 18%다. 30만대 규모의 해외공장 하나면 끝난다”라고, 그러면서 여전히 기아자동차를 겨냥해서 “기아차 단협상 통상임금 부분이 우리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때려 죽여도 안 된다. 계열사에 현대차보다 나서지 말라고 했다. 기아차가 뒤통수를 치면 교섭 중이라도 죽여 버린다”고 내질렀단다.

    ​윤 부회장의 이러한 기조는 회사 측이 그동안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성내연수원 등에 끌어 모아 놓고 교육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한 마디로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문제 “절대불가”라는 윤여철 부회장의 생각이 현대차 전 관리자들의 의식으로 재무장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어쩌나?

    한국GM 노사 간 교섭장에서 “정기상여금을 8월 1일부터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는 제시안이 나왔는데. 그리고 대법원에서 한국GM의 단체협약 85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윤 부회장이 그렇게 염려하시는 기아자동차의 단체협약과 상여금 지급세칙에는 그 어떤 제한 조건이 없어 “기아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우길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

    상황이 이런데EH, 윤여철 부회장이 현대차 계열사들에게 “현대차보다 앞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만 한다고 될 일인가?

    윤여철 부회장의 논리대로 하더라도 기아자동차의 경우 “15일 미만자 제외”라는 등의 아무런 제한 조건이 없는데, 기아차 정기상여금은 뭔 이유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우길 것인가? 그러면 기아자동차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고, 현대자동차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게 과연 말인가? 껌인가?

    이미 삼성과 LG그룹에 이어서 동종업체인 한국GM까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현대자동차그룹 노동조합만 등신처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부회장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이러고 살라는 게 정상인가?

    ​윤 부회장이 아무리 스스로가 죽었다 살아나 “덤”으로 사시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했고, 삼성과 LG그룹에 이어 한국GM까지, 한국사회 대기업들까지 대세로 기울고 있는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문제를 두고 “옷을 벗는다. 회사에 더 다닐 미련없다. 죽여 버리겠다” 이러시면서 “파업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시니….

    이러시니 박태주 씨 같은 사람들조차 “노무관리를 총괄하시는 윤 부회장이 본인의 존재 가치와 본인 수하들(계열사 노무관리 중역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을 계속 자극하여 파업을 부추키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게 아닐까?

    ​통상임금 문제는 그동안 회사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던 통상수당을 정상적으로 적용해서 소급해주고,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통상시급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노조가 얼토당토않게 “돈 더 내놔라”고 생떼를 쓰는 게 아니다.

    ​그런데, 상여금 지급세칙 중 “15일 미만자 지급 제외” 이 한 줄만 붙잡고 매달려 “현대자동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법적으로 붙어도 무조건 회사가 이긴다”고 외치시는 윤 부회장과 관리자들의 논리가 현장 조합원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또 한 가지, 회사 측에서 하시는 말씀 중 “이미 노사가 합의해서 대표소송을 했으니 그 소송 결과를 기다리면 되는데, 왜 임금협상 때 이걸 요구하냐?”라며 나무(?)라시는데, 한마디로 가소로운 주장 아닙니까?

    현대자동차 노사가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대표소송을 합의한 2012년 9월, 그리고 소송을 접수한 2013년 3월 5일, 이때까지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소송을 접수한 뒤, 2013년 12월 18일, 대한민국 대법원 13명의 대법관들이 전원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맞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맞다”고 판결을 내린 마당에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툴 이유가 뭐 있는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서 노사가 협상을 통해서 처리하면 끝나는 문제지.

    그리고 한 발 더 나가 ‘고양이 쥐 생각하듯’이 지금 와서 현대차가 1,2차 부품업체 망할 것이 걱정되어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을 못 들어 준다고 한다.​

    이것 보세요.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계열사 외 부품업체에 대해서 해마다 CR이니 VE니 하면서 후려친 납품단가만 제대로 보장해 줬다면 그런 걱정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건 한마디로 부품사 납품단가 후려쳐서 부품업체 경쟁력을 낮춰놓고, 지금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지니 “통상임금 소급해주고, 2시급 높아지면 1, 2차 중소 부품업체 망할 것 같아서 현대차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못 들어준다”고 하시니 얼마나 황당한 논리인가?

    차라리 이번 기회에 현대자동차가 부품업체로부터 후려쳤던 납품 단가를 고스란히 되돌려줘서 부품사들이 소속 노동자들 통상임금 제대로 정리해주도록 지원하도록 만드는 게 속죄하고 상생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어느 분이 이런 회사 측 주장을 들으시고 나에게 “그게 말이가? 주까래이가?” ​카더이다.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문제는 이미 2014년 현대차그룹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금속노조와 한국의 노사관계 전반의 쟁점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지금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내 통상임금은 어찌되는 건가?”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측이 더 이상 “안 된다”는 이유만 찾지 말고, 관리자들이나 계열사들 불러모아 “:죽여버린다”고 협박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노사가 더 큰 상처를 입기 전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는 회사 측의 주장은 전혀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차라리 “돈이 아까워서 한 푼도 못주겠다. 배 째라. 파업을 하든지, 노조 맘대로 해봐라” 이런 식으로 본심을 밝히는 게 어떨지?

    그러나 2014년 1/4분기 현재, 113조9천억 원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현금자산만 23조8600억 원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주식회사가 “돈이 아까워서”라고 말하는 것도 참, 궁색하지 않은가.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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