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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수구보수파들의 생얼-4] 의용단일가 (Sangh Parivar)
        2014년 07월 15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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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보수정치의 바로미터, 카시미르’ 링크

    의용단일가(義勇團一家 Sangh Parivar)는 민족의용단(RSS)과 뜻을 함께 하면서 하나의 가족이다, 혹은 일가(一家)를 이룬다 하여 붙여 진 이름이다. 이름부터가 전형적인 보수 개념인 것이 인도 전통 문화에서 가장 가치 있게 치는 것은 단연코 가족/일가 문화이다.

    대가족 – 그들은 joint family 즉 결합가족이라 부르는데, 큰 틀에서 우리 개념과 비슷하다 – 중심에서 부계 사촌의 공동체인 가족은 농사와 생산을 같이 하는 경제 공동체이자 사회적으로 카스트 공동체이자 모든 의례를 함께 하는 공동체인 운명 공동체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빠리와르’ (가족 혹은 일가)라 하면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우리들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상그 빠리와르 즉 의용단일가는 단순한 결사체 연합이 아니고 혈족 집단을 추구하는 공동체다.

    그 일가를 이루는 각 집단은 모두 힌두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우익 집단들로서, 같은 계열의 운동 단체이긴 하나 조직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쉽게 이해하자면, 최근의 흐름에서 서정갑, 조갑제 등이 주도하는 국민행동본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2013년 1월 2일, “다수결을 포기하고 좌익에 굴복, 국정원을 김정은에게 상납한 황우여 세력을 몰아내자”라는 광고를 조선일보 사설 지면 하단에 실은 국민행동본부는 인도의 의용단일가와 너무나도 닮았고, 그 정당 단위인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은 새누리당과 너무나도 닮았다. 인도의 의용단일가가 해 온 궤적을 살펴보면 한국의 수구 세력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용단일가의 출발은 1960년대에 민족의용단 단원들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념을 곳곳에 널리 퍼뜨리고자 각 부문에서 새로이 조직하거나 그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면서부터였다.

    그들은 기존의 보수적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자신들과 노선이 전혀 다른 곳에도 진출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암살한 간디의 추종자들이 주도하던 농촌 개혁 운동에까지도 가담할 정도였다.

    인도노동자단(Bharatiya Mazdoor Sngh)이라는 노동조합도 만들고, 인도농민단(Bharatiya Kisan Sangh)이라는 농민 운동 단체도 만들었다. 학생 운동에도 손을 뻗쳐 전인도대학회의(Akhil Bharatya Vidyarthi Parishad)라는 대학생 운동 단체도 조직해냈다. 그들에게는 진보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어떤 곳이든 들어가지 못할 곳도 없고 들어가지 않은 곳도 없었다.

    의용단일가는 1949년 활동 금지가 해제되긴 했으나 큰 세력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네루가 추진한 세속주의와 국민 화합의 힘에 밀려 변변한 힘을 쓰지 못하였다. 그래서 민족의용단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진영은 정당을 만들기로 합의하여 인도국민단(Bharatiya Jana Sangh)을 창당한다.

    힌두뜨와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하여 연계 단체들이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고 행동에 돌입하는 동시에 권력 쟁취를 목표로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하는 정당을 만들어 양립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인도국민단은 1977년 국민당(Janata Party)을 거쳐 짧지만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1980년에는 인도국민당으로 다시 당을 바꿔 정권을 획득한 이후 다시 제1야당의 위치를 유지했다가 최근 진행된 5월 총선에서 집권당 국민회의를 역대 최악의 참패로 몰아넣으며 다시 집권당이 되었다.

    1960년대부터 각 분야에서 단체를 조직하여 세를 확장한 의용단일가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 문화, 여성, 노동, 학생, 환경, 인권 등 걸치지 않는 분야기 없을 지경이고 소속 단체의 숫자는 거대 전국 규모만 볼 때 40개 정도에 달한다.

    의용단일가에 속한 단체 가운데 대표적인 단체로 세계힌두협회(Vishva Hindu Parishad)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우선 다양하고 이질적인 힌두교를 단일적인 종교로 변형 왜곡하여 만든 신(新)힌두교를 이데올로기로 삼아 사회 곳곳에서 암소 도살, 불가촉천민 기독교인 강제 재(再)개종 등 종교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부각시키는 단체로 폭력과 테러를 일삼는다.바브리 모스크에 ‘라마 탄생지’를 기념하는 힌두 건립 운동에 불을 붙인 집단이 바로 세계힌두회의다.

    또 다른 폭력 집단으로 바즈랑 달(Bajrang Dal)이라는 청년 전위 조직이 있다. 힌두교에서 하누만(Hanuman)이라는 원숭이 신이 자신이 모시는 주군인 비슈누를 위해 마왕을 제거하는 전투에 헌신하는 신화에서 따와 ‘하누만의 당’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단원들 수가 약 130만 명이고, 지부만 해도 2,500 개나 된다. 그들은 전국 각지의 주요 무슬림 모스크를 파괴하고 그곳에 힌두 사원을 건설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요디야의 바브리 모스크이다. 의용단일가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즉 총선을 앞둔 시기에 일부러 무슬림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종교 공동체 갈등을 자극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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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즈랑 달의 표식과 회원들의 모습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삼는 폭력은 조직에서 주도는 하지만 직접 폭력에 가담한 자들은 대부분 동원된 자들이다. 동원된 폭력배들은 살인과 방화를 하지만 약탈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들은 인도에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최하층에 속하는 자들이다.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자기 의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직을 통해 돈을 받고 폭력에 가담하는데, 따로 물품을 약탈하면서 자기 수입을 올리기까지 한다. 이에 대한 도덕적 양심적 가책은 특별히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 폭력을 권력이 묵인하면서 자발적으로 약탈에 가담하는 자들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따라서 그들에게 특정 집단의 이념이나 정책은 별 의미 없다. 현실적 요구 즉 먹고사니즘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에게 폭력 참여는 하나의 생계수단이며, 생활 방식이다.

    바즈랑 달과 같은 조직은 의용단일가가 타깃으로 삼는 모든 정치 사회 교육 문화 학문 예술 등의 모든 활동에 대해 협박하고 테러로 응징하는 일에서 전위를 담당한다.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되어 호평을 받았던 디빠 메흐따(Deepa Mehta) 감독의 영화 <워터>(Water)가 갠지스 강을 모독했다 하여 의용단일가 단원들이 단체로 갠지스 강에 투신자살하겠다고 협박하여 영화 촬영을 저지한 것이 좋은 예다.

    그들은 영화의 여주인공역을 맡은 여배우의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사실부터 힌두를 모욕하는 일이라는 논리를 폈고, 그러한 공세가 전혀 합당하지 않더라도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이 이미 쌓여 있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들은 힌두 악습의 원인을 모두 무슬림에게 전가시키는 일을 전혀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집단이다.

    2008년에는 인도의 저명한 화가 훗세인(M. F. Hussain)의 전시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후세인이 바라따 마따(어머니 인도 Bharata Mata) 여신을 누드로 그리는 등 힌두교를 모욕했기 때문에 공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패션쇼나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 축하장을 공격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힌두 고유의 전통 문화를 모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그들은 엄연한 정당인 사회주의당(Samajwadi Party)에 대해서까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들은 사회주의당은 불가촉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목표로 정치를 하는 불가촉천민의 정당이기 때문에 힌두 사회의 근간인 카스트 체계를 뒤흔드는 단체라고 주장한다.

    2010년에는 영화배우 샤룩 칸(Shah Rukh Khan)이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에 파키스탄 선수를 영입한다는 결정을 지지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살해 협박을 한 것도 그들이었다.

    의용단일가에는 이러한 폭력 단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비정치적이면서 일상 생활에 밀착한 일을 맡아하는 단체도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인도발전협회(Bharat Vikas Parishad)이다. 그들은 건강 교실을 열어 요가를 장려하고, 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는 일을 많이 한다. 그 과정에서 인도라는 국가는 힌두교의 어머니로 인식되고, 부지불식간에 국가의 정신과 혼은 힌두교에 두는 것임을 각인시키는 일을 한다.

    1979년에 설립된 인도봉사단(Seva Bharati)은 무상 학교를 운영하고 무상 의료에 가까운 사회사업을 벌이면서 빈민가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다른 단체로 인도의례(Sanskar Bharati)라는 단체가 있는데, 인도의 전통 예술을 보급하는 일을 하는데 신인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후원하는 것도 그들의 주요 임무 중의 하나다.

    의용단일가의 막강한 조직력은 심지어는 그들과 절대적으로 모순 관계에 있는 달리뜨(dalit)까지 포섭하여 조직하기도 한다. ‘달리뜨’는 전통 힌두교에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은 채 핍박을 가한 불가촉천민이 그들 종교와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계급적 용어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적으로 민족의용단이나 의용단일가와 연대 관계를 형성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인도의 보수 집단은 그 세를 이곳에까지 뻗쳐 그들과 형제애를 나눈다. 진보 진영이 학생 운동을 직접 정치에 간여하는 이념형 투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은 반면 보수 진영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인간적 관계 형성을 목표로 삼았다. 그들에게는 논리나 이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감성과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디

    과거 민족의용단(RSS) 모임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현 총리)의 모습

    의용단일가의 공통 이데올로기는 힌두뜨와(Hindutva 힌두性) 라고 부르는 힌두 근본주의이고 그 위에 이슬람, 기독교, 현대 문명 등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 그들은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이슈를 제기하되, 이성적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사회가 부패 타락해 있다고 규정하는데, 그 상태를 가져 온 세력은 무슬림, 기독교인, 세속주의자, 식민주의자, 파키스탄, 다국적 자본 등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힌두라는 ‘우리들’이라고 간주한다. 모든 불평등을 ‘우리’라는 종교 카테고리 하나에 집어넣음으로써 인민들의 판단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을 자극하고 판단을 흐리게 한 후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에는 논리적인 근거가 우선시 되지 않는다. 오로지 대중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자 나열되는 천박한 언어뿐이다. 자극, 일반화, 선동이 그들의 언어이고, 테러와 학살이 그들의 행동이다.

    대중은 적개심에 환호하고, 자극과 선동의 언어에 화답한다. 수구 세력은 적개심 프레임 설정에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반면, 진보 진영은 그 언어를 폄하하고 조롱하면서 담론의 유희에만 열중한다. 현실 정치에서 문제는 언어와 소통이지 논리가 아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세상을 파편화시키기를 좋아하고, 구호로 자기 합리화하기를 즐기는 반면 수구 세력은 비록 원칙이 없다 할지라도 화합하고 통합하여 무조건적인 세 확장에 열중한다. 그들은 기존의 좌파들이 독점하고 있던 노동이나 학생 운동과 같은 분야는 물론이고 자유주의자, 녹색주의자 등이 활동하던 분야에도 뚫고 들어가 세를 확보하였다.

    그 과정에서 인도의 의용단일가가 목표로 삼은 것은 사회를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다. 처음에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출발하여 차츰 노동자 세력, 기독교인 그리고 유대인으로 확대하여 그 대상을 모두 몰살해버리는 적대적 관계로 만들어 간 나치의 행태와 동일하다. 그래서 그들을 살아 있는 히틀러, 나치 집단이라 부른다.

    아직 이런 수준까지는 미치지는 못했지만 유사한 궤적을 걷는 수구 세력은 한국에도 있다. 수구 난동 세력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않아 그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를 온통 ‘종북’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사회의 모든 비판 세력에 대해 적개심을 심는 자는 그 세력에 속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말 할 수 있겠다.

    ‘종북’이라고 하는 개념을 해석의 여지에 따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 반대하지 않는다. 그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관계없이 누군가가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방안이나 남한의 미군 철수 그리고 북한의 3대 세습을 지지하면 그들은 종북주의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종북’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사퇴하라고 비판하는 가톨릭 신부도 종북주의자고, 일제 식민지와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비판하는 시민운동가도 종북주의자며,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시골 노인들도 종북주의자다. 정부를 비판하면 그것이 북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무조건 종북주의자다.

    인도의 의용단일가가 모든 비판 세력을 무슬림-파키스탄과 연계시키면서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다만 다른 것은 인도의 수구 세력과는 달리 자부심도, 이론도, 기획도 없이 아무 데나 그 언어를 남발하여 이제 종북이라는 개념이 말장난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과 오로지 아주 집회 뒤에 식사 대금을 떼먹으려는 등 아주 작은 사리사욕을 챙기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전력투구 하는 사실이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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