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식민지 부산과 진격의 광인
[기고] 악질적인 문화 식민성과 사대주의
    2014년 07월 15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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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비엔날레의 파행과 관련하여 국제적인 잡음이 일고 있다.(관련 뉴스 링크) 허남식 시장이 임명한 오광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이 추천한 사람 두 명을 심사자 명단에 끼워 넣었고, 그 두 사람이 최종 선정 3명 중 2위와 3위를 차지하였다.

그러자, 1위자에게 연락도 없이 2위자(프랑스 행정가 출신 캐플랑)에게 공동 전시감독을 제안했고, 그가 허락하자, 1위자 김성연에게 공동감독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넣었다. 그것도 1인 월급을 2인이 나누는 방식으로. 1위자가 원칙을 거론하며, 거부하자 3위자에게 다시 압력을 넣었고, 3위자가 거부하자, 2위인 캐플랑이 단독 전시총감독을 맡게 되었다.

이 소식이 부산문화예술계에 큰 동요를 일으켜 부산문화연대가 발족되었다. 그리고 사태에 대해 오랫동안 무시로 일관하던 끝에 오광수는 몸통을 남겨두고 스스로 꼬리가 되어 사퇴했다. 대표적인 먹튀사건이다.

부산 비엔날레의 예술독재

이 짧은 에피소드에서 발생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문화-예술계에 팽배한 권위주의적 성향이다. 분명히 민주적 절차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광수 전 위원장은 전시감독의 절차적 정당성을 파괴하였다. 그러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특정 제도에서 예외상태를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칼 슈미트가 ‘독재’를 정의할 때 썼던 개념이다. 권위주의는 그렇게 독재가 되었다.

비엔날레 보이콧

2014 부산비엔날레에 보이콧을 선언하는 문화단체 기자회견 모습(사진=부산문화연대)

부산 비엔날레의 식민성

전시총감독으로 캐플랑이 선정된 이유는 그가 풍부하고 세계적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글로벌한 경험은 프랑스 사람에게서나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단 말인가? 부산이나 한국의 작가는 세계적인 경험을 가진 외국인사에게 간택 당하기를 기다리는 궁녀들인가?

이는 아주 악질적인 문화식민성과 사대주의를 드러낸 사례이다.(사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오광수와 캐플랑은 한 방을 썼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한다. 만일 그 친분이 이번 인사에 작동했다면, 우리는 다시 그의 행정에 예술독재자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

그리고 캐플랑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잡음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도, 감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부산의 지역이기주의?

그러나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지역의 작가를 이렇게 옹호하고 변론할 때에는 식민성을 거론하며, 그 부당성을 정당하게 주장할 때조차, 기득권자들에게는 지역이기주의의 일환으로 비칠 뿐이라는 것이다.

지역은 이 오해의 양날을 벗어나야하는 이중고를 치러야 한다. 식민성에 대한 저항이 지역이기주로 비춰지는 곳에서 타자의 목소리는 이중 삼중으로 차단당한다. 지역이기주의와 식민성 사이에 그 어떤 여지도 없는 곳에 서는 것만큼 폭력적인 일이 있을까.

진격의 광인, 과연 누군가?

일이 이렇게 되면 부산의 행정은 지역이기주의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식민적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을 수밖에 없다. 부산의 주요 문화예술인사가 퇴역인사와 비리인사의 안식처라는 칼럼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정희준) 다채로운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역의 예술가에게 남은 오랜 미덕은 침묵과 무관심이다.

부산을 문화문호불모지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부산 문화라는 오아시스 밑에는 거대한 지하수가 흐르고 있다. 오광수는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고 거기에 독을 뿌리고 튀었다.

여전히 독은 남아 있고, 이 독을 어떻게 해독을 할 것인가로 부산문화예술판은 아주 아프다. 제독과 해독은 고스란이 부산의 몫으로 남았다. 이미 사라진 광인과 여전히 해독에는 관심이 없는 남아 있는 광인, 그리고 그들이 놀기 편한 제도는 여전히 평온하기만 한데.

* 2014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9월 20일부터 11월 22일까지 64일간 부산의 문화회관, 미술관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본 전시와 2개의 특별전 그리고 학술행사와 국제교류행사, 시민참여 행사들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014 부산비엔날레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다가 논란의 중심 인물이었던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6월 사퇴를 발표했으며, 부산지역 문화단체들에서는 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편집자>

필자소개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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