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NL에 대한 20대와의 대화①
    주사파는 정치 신앙, 국가 억압성 보며 애국 동의 어려워...
        2012년 06월 27일 04: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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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디앙>주최로 ‘자주파 출신 생활인들과의 대화‘를 연재했다. 이어서 보다 젊은 세대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진보정당의 향후 전망, 진보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리를 마련해 좌담회를 가졌다. 한총련 출신부터 운동권이라고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이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신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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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 : 오늘 좌담회 취지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진보정당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모셨다. 특히 민주화 운동을 겪지 않은 세대의 이야기는 기성 세대와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해서 모셨다. 실명 공개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가명을 사용해도 좋다. 소개 부탁한다.

    영의정 : 나이는 29살이고 실명과 얼굴 공개하기는 그렇다. 직업은 모 포털사이트 개발자이다. 그간 충실한 직장인으로 살아왔고 그전에는 연애질하는 대학생으로 살아왔다. 정파 운동(NL이나 PD계열을 막론한)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 친구들의 언저리에만 있었고 당적은 지금까지 가져본 적 없다.

    강은하 : 강준구에서 강은하로 개명을 준비 중인 23살이다. 현재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소수자 인권과 트라우마 치유와 관련한 NGO 실습 과정에 있다. 예전에 NL중에서도 한대련에 얽혀 활동한 적 있고. 한대련 가입 조작 투표 사건을 폭로한 적이 있다. 최근 김재연 의원 보좌관으로 있는 그 분이다. 현재 진보신당 당원이다.

    최성용 : 24살이고 학교 다니고 있다. 4.11 총선때 청년당에서 활동했다. 원래 울산 태생이고 울산에서 지역 운동을 했다. 그때 정치적 스탠스가 좌파였던 것 같다. 울산연합하고 그렇게 친하지 않았지만 비연합 NL 계보 영향 받아서 그런 것 같다.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했고 밖에서 이런저런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다. 청년세대 담론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사고하고 있다.

    김두나 : 만으로 31살이고 프리랜서이다. 철학과 나왔는데 운동권 경험은 없고 학생회 활동 한 적도 없다. 대학원 들어가서 논문 보면서 글로 좌파를 배웠다. 학부 때 NL-PD 다 있었지만 나한테 입질온 적은 없다. NGO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순수하게라도 말하자면 재수없지만 정치사상적 관심일뿐이다. 어떤 정당에도 소속된 적 없고 노무현 빼고는 죄다 소수 진보정당을 지지해왔다. 이 자리에서 그나마 내가 외부 인사일 것 같다. 관악구에서 87년 말부터 살아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면서 속이 시끄러웠다.

    아이유 : 뒤에 이야기할 내용 들으면 알겠지만 실명, 얼굴 공개하기 어렵다. 사진은 피카츄로 해달라. 학부 1학년 때 PD계열 운동하다가 2학년 때 NL운동을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다. 한총련 활동했었고 2007년도에 총학생회 활동했었다. 한총련 마지막 의장 3명이 모두 내 친구다. 한대련이랑도 조금 관련있다. 졸업 이후 노동조합에서 일하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고 현재는 공부중이다. 나이는 21살이라 우기고 싶다. (실제 나이는 29살이다 – 장여진)

    레디앙 사무실에서 진행된 20대 좌담회

    김모씨 : 김모씨로 해달라. 나이는 26살이고 얼마전에 대학을 졸업해 지역언론사 기자로 있다. 청소년 시절 NGO 활동에 관심있어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활동하다가 청소년 단체 ‘희망’에서 활동했다. 대학가서도 23살까지 그 단체에서 상근활동도 했다. 고3때 민주노동당에 입당해서 최근까지 통합진보당 당적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당시 청소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3-4살 무렵부터 학교에서 교육과 관련한 소모임 활동했다.

    장여진 : 모두들 통합진보당 사태 잘 알고 있을텐데 간단한 인상비평이나 감상 한 마디씩 해달라.

    아이유 : NL활동하다가 PD계열로 넘어가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는 없는 이유가 있다. 보면서 느낀 것이 NL과 경기동부가 다수파여서 그렇지, PD도 다수파였으면 똑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총학 선거할 때 알게 모르게 부정선거 많았다.

    투표함 까는 행위는 없었어도 총학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낮에는 선관위 활동하고 저녁에는 특정 후보와 정책을 짠다. 지금은 통합진보당 시의원이 된 당시 모 선배가 살살 꼬셔서 PD에서 NL로 넘어가게 됐다. 똑같더라. 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런식이었다. 학교만 그랬냐, 80년대부터 살아온 선배들이 노동조합이나 국회 가서도 똑같이 하더라. 마키아벨리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선이이니깐. 잘못된 건 우리가 잡고나서 바로잡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경기동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잡아야 조국통일도 하고 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 정파 문제다. PD가 다수파여도 같은 일 벌어졌을 것이다.

    김두나씨

    김두나 : 문도리코(문대성 국회의원)가 박사학위 카피했을 때 세상이 놀랬는데. 원래 학사가 석사 베끼고 석사가 박사 베끼고 박사는 외국논문 베낀다고 한다. 언론쪽 있는 사람들은 독재정권 시절 당연히 기사 검열을 받았고 기자들 사이에서 상식이었는데 국민들에게 밝혀졌을 때 모두들 경악하듯이 통합진보당 내부 비리가 터질 때 국민들의 격앙된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중정당으로서 신뢰 기반 무너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각이 안 잡힌거다. 공무원이 잘못했을 때 국민들이 국민 세금 가지고 비리 저질렀다고 욕할 때, 공무원들은 재수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그래왔기 때문에. 윗선 허락없이 아무 것도 못하는 조직인데 비리 터지면 말단 직원만 탓한다. 국민들한테 밝혀졌을 때 표 얻고 싶으면 국민 수준에서 봐야 한다. 상식의 문제다.

    최성용 : 일단은 이정희 전 대표 이야기 하고 싶다. 관악을에서 부정선거 터질 때 경기동부의 실체가 공론장으로 나왔다. 그런거 보면서 어둠에 있던 낡은 것들이 빛에 의해 산화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페이스북에 경기동부라는 표현을 올렸더니 50대 아저씨부터 20대까지 경기동부라는 단어를 써도 되냐고 댓글이 달렸다. 조심스러워한 거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공식적인 용어가 됐다. 디씨에서도 ‘너 경기동부냐’라고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저는 아이유님과 의견을 같이 하는 부분이 PD들 모두를 일반화 하기 어렵겠지만 이들의 대부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실력이 없으니깐 이러는 거고.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로 드러난 문제점들이 사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도 있는건데 실력 없고 작은 당이니까 경기동부가 까이는거다.

    강은하 : 저 같은 경우 대학 입학 전 용산참사가 터졌는데 저나 다른 친구들도 많이 분노했다. NL인지 뭔지 그런 건 잘 모른 상태에서 용산참사 투쟁에 같이 갈 동지가 필요했고 그렇게 한대련을 만났다. 한대련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중앙 간부들 다 만나게 됐고 그들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와 겹친다는 것까지 감을 잡았다.

    한대련 부정선거(강은하씨는 2009년, 학교에서 한대련 가입 총투표 때 부총학생회장의 지시로 무더기 찬성표를 투표함에 넣은 사건을 양심고백한 적이 있다.-장여진) 폭로 과정과 김재연 의원의 박명희 보좌관(한대련 부정 사건 당시 총학생회장)을 보면 사람들 반응은 ‘가엾다’였다. 특히 본인들을 피억압자, 약자로 생각하는 시각에 갇혀있다. 극단적인 억압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균형있는 시각을 갖추지 못하는 것 같은데 개인 행위자로서 이런 걸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영의정 : 은하씨가 말한게 약자 코스프레라는 건데, 일반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일 잘 먹히는 약자 코스프레를 한 것은 박근혜이다. 엄마 아빠 모두 죽고 불쌍한 사람 이미지. 이런 상태에서 통합진보당이 13석 갖고 있으면서 ‘내가 가엾네, 약자네’ 외쳐봤자 그건 당내 정파 싸움에서나 먹히는 언어이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회의 생중계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까발려졌다.

    안에서 이야기했을 때 별 문제 아니었던, 날 것의 언어와 모습들이 보여졌을 때 ‘사람들은 저 놈도 똑같은 놈들이구나’ 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정파 다툼이야 같은 당에서 편갈려 싸우는 것인데 한나라당 새누리당에서 이미 목격한거고 사내 정치 경험한 직장인들 입장에서 정당에서 누가 싸우건 싸움구경일뿐이다. 다만 원내 진출하고 싶다면 그나마 유일하게 가졌던 도덕성이나 선명성 같은 매력, 나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단결해서 뜻을 이루겠다는 연대의 가치에 대한 동경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에 날려버린 것이다. 정당에서 싸우는거 비일비재하지만, 어떤 여자애가 할아버지 머리채 잡은 것은 임팩트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사태에 대한 대처 부분인데 정치적으로 미숙한 것 같다. 날 것의 것들을 너무 미디어에 노출하다보니 앞으로 조직표 이외에는 표 얻는 기회는 사라졌다고 본다.

    김모씨는 자신을 곰 이미지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김모씨 : 진보정당이라는게 그간 주목받지 못했었는데 부정적인 부분부터 국민들에게 각인됐다는 것이 안타깝고 조금 갑갑하기도 하다. 그런 생각 많이 들었다. 5.12 중앙위 사태 때 단상 위에 올라간 사람들 중 아는 사람들이 있다. 참담하다. 내가 알고 지내고 나와 함게 한솥밥 먹던 선배, 선생님, 동기, 후배들이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한 지는 자세하게 다 모른다. 그 사람들이 왜 치고 받았는지. 그렇게 미디어에 도배하듯 나오는게 안타깝고. 그 때를 기점으로 그분들과 SNS를 통해 대화하면서 사이가 안 좋아졌다.

    최성용 : 페이스북에서 경기동부 욕할 때마다 친구수가 줄어든다.

    장여진 :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보수 언론에서는 색깔론 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관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 계신 분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이유 : 일단은 많은 NL 선배가 말했던 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데 조중동 프레임과 냉전시대 유물로 동지들 죽여서는 안된다’라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었다고 주사파 아니라고 할 것인가? 아니다. 본인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밝히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대중에게 대중정당으로서 설득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90년대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할 때 운동진영이 반대했다. ‘한민족인데 따로 가입하면 분단을 인정하는거 아니냐’ 라고 하면서 북한의 입장도 반대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은 OK했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때 정작 북한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인정했다. 4자회담 할 때도 계속 그랬다. 북한은 안 나왔다.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어차피 미국도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고 단계적 철수를 추진하는 단계라는 점을 서로 알고 있지만 남한에서 난리를 쳐줘야 서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적대적 공존관계의 논리였다. 중요한 건 신념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 것이 막상 대중들한테 설득력이 없는 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집과 시대착오적이다.

    장여진 : 북한의 3대 세습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유 : NL에서 다 비판한다. 삼성가의 세습, 부시의 부자 세습, 다 반대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이라는 북한만 왜 OK냐. 왕끼리 세습하는거면 인정한다. 진짜 충격을 받은 게 처음에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갈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체계화했기 때문에 후계자가 되는게 맞다’라고 했다. 혈연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되니깐 선배들이 ‘남한에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라며 김정은이 해온 일을 설명해주는 데 별거 아니었다. 본인들도 인지부조화인 거다. 지금까지 맞다고 하다가 이제와서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이 5,60세 되고 이제와서 본인들의 신념을 부정하기 어려운 거다. 누구라 말할 수 없지만 장기수로 복무했던 어르신들 중 3대 세습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변절자 소리 들을까봐 밝히지 않는 것이다.

    김두나 : 개신교대학 나왔는데 운동권이랑 비슷하다. 위에서 말해주는 것을 그대로 암기하는거다. 개신교의 논리를 설파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당황해한다. 그런 식인 것 같다. 겉으로 대의가 있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권위주의적이고 꼴통이다. 임지현(우리안의 파시즘 저자)이 지적으로 용기 있는거다.

    아이유 : 인지부조화라고 느꼈던 게 2007년도 범NL세력이 민주노동당에 집단 입당했을 때이다. 전국 모든 단체들이 한 학교에 모여서 논의했는데 선배들이 ‘우리 당은 하난데(북한의 노동당) 어떻게 다른 당에 들어가냐’고 반대했다. 그런데 다른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에 들어가는 걸로 결정했더라.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그 땐 안된다더니 왜 갑자기 바뀐 것이냐, ‘불과 얼마 전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도 안된다다고 하지 않았냐’ 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상층부의 결정 사항을 듣고 비판없이 수용한 것이다. 생각들을 안하는건가,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다 같이 입당했다.

    강은하 : 잘못됐다는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인지부조화라 부를 수 없다. 인지를 해야하는데 인지를 못하니깐. 가장 많이 느끼는게,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라고 느꼈졌다는 점이다. 정치신앙이라는 말이 단정하는 단어라 아껴왔지만. 그들이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건 아닌데 말은 참 잘한다. 은연 중에 소시민 무시하며 엘리트주의에 빠져있기도 한다.

    최성용 : 그래도 주체사상에서 가져와야 할 점은 윤리학적인 부분, 품성론이다. 품성론이라는게 잘못 작동하면 지금 나온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권위에 따르게 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주체사상이 수령론이나 80년대부터 이어져온 냉전 분위기와 엮이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관련해서 기존 정치권은 통합진보당을 까거나 침묵하고, 젊은 세대들는 관심없어 한다. 희화화하는 대상일 뿐 생산적인 논의가 안나온다. 북한에 대한 입장,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입장을 보면 새누리당을 제외하고는 내재적 접근론과 김대중식 한반도 시선, 이렇게 두가지 밖에 없다. 2013년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중FTA를 비롯하여 한반도 정세가 달라지는 부분 등을 고려하면서 전향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하 : 국가보안법 폐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일러지처럼 반응하는 것은 반세기 넘게 한국전쟁 이후의 상처와 삶들이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권력과 보수세력이 상처와 공포를 재생산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그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예로 소말리아 등을 들었음)에 가서 목숨 걸고 의료봉사 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연대인데 왜 북한 인민들 죽어가는 건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지. 차라리 한국전쟁을 당시 겪은 세대였다면 그들에게는 ‘나를 죽이러 오는’북한군이라는 경험적 근거라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반공’은 세대를 타고 내려오면서 점점 더 비이성적으로 변해가고, 한국사회의 완성된 남성 시민상, 마초이즘과 결합하면서 더욱 이상해지는 것 같다.

    김모씨 : 얼마 전에 신문에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위가 발표한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이 그나마 무난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원칙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과 별다른 내용은 아니다. 다만 새로나기 특위에서는 논점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3대세습, 북핵에 대해서 NL들이 ‘그것들은 옳지 않지만 한반도 평화가 어쩌고….’ 하는 말을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있을 때 명확하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최근에도 100분토론에서 이상규 의원의 경우도 그렇다. 질문한 그 여성의 태도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상규 의원을 보면서 느낀 게, ‘대중적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을 왜 하지 못할까’ 라는 것이었다. 그 분들이 모두 다 주사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대신에 대중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할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나는 북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북한 지령 받은 것은 전혀 아니지만 3대 세습은 이러저래해서 강하게 비판하면 남북관계가 악화될 거다’라는 식으로 확실히 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나기 특위 내용이 훨씬 더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의정 : 좌파의 먹물 근성에 빠져서 그런 게 아닐까

    아이유 : 왜 주사파가 좌파냐(웃음)

    김두나 : 무언가 제기되는 문제에 대답을 하기 위해 내부 논의는 안하나? 북한 문제는 좌우 문제가 아니라 휴머니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합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조차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수준에서 접근하기 시작하여 점점 일반적인 인식을 넓혀가야 세를 확장할 수 있는거다.

    영의정 : ‘너는 종북 아니냐’라는 말에 바로 대답해야 하는데 빠른 대응이 안된다. 다 피하고 회피해버린다.

    김두나 : 음습하다. 좌파는 섹시할 수 있는데 청년이 우파라고 밝히는 순간 꼴통 이미지 된다. 왜 그걸 못살리냐? 독일은 네오나치 정당도 있고 프랑스에도 극우파있다. 까라고. 까이고 심판 받는 게 공공정당이다.

    최성용 : 다른 이야기인데. 아는 사람이 준 이야기 중 곱씹게 되는 말이 있다. 그 분은 ‘반공주의를 넘어서려면 ‘반북’을 하자고 했다. 한국전쟁 겪은 보수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당연하다고 감싸주고 공감해주는 방식으로 이념 논쟁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의정 : 보수 논리에 맞받아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3대 세습에 삼성 문제랑 박근혜 문제로라도 대응하면서 치고 나가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김모씨 : 용기있게 드러낼 것은 드러내고 잘못된 부분은 비판 받아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날고 긴다 하지만 그걸 깨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새누리당 같은 곳이 ‘너네 문제야’라고 할 때 그건 그게 아니다는 식의 맞받아치기 해야한다.

    영의정 : 점잖은 토론장에서 잠잖게 하면 된다. ‘김정일 개새끼’ 해보라고 하면 그 레벨에 맞춰 응수해주면 된다.

    장여진 : 또 다른 문제인데, 통합진보당에서 애국가 논란이 있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도 애국가를 왜 못부르냐 라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고 이른바 네임드들조차 애국가 부를 수 있다, 이러는 형국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두나 : 짜증나는게 아웃팅할꺼면서 애초에 왜 묻는거냐는거다. 나이, 학벌 묻는 문화가 우리나라만 있다. 서양애들 30년 친구라도 나이나 학벌 모른다. 마찬가지로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애국가를 부르건 말건. 그 사람의 애국심을 꼴나게 애국가를 부르냐 안 부르냐로 기준 삼아야 하는거냐. 일본의 기미가요랑은 다르다. 그 노래에는 패권주의 식민주의 사상 있기 때문이다. 이석기가 아리랑이 더 낫다는 말한 것에 일정정도 동의한다. 단 공식적으로 발언할 때는 다각도로 이해하고 태도를 취해야 하는데 생각없이 이야기하니 역공을 당하는 거다.

    영의정 : 이석기 발언은 나 잡수쇼 한거다.

    김두나 : 본인의 정치적 스탠스를 중도라고 밝힌 사람은 보수라고 봐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정치 감각이 없나? 핀란드도 교육 개혁 이루는 10년 동안의 설득 과정이 있었다. 소수파로서의 초조함, 언제 뒤집어져서 지하로 묻힐 수 있을거라는 두려움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명분을 잃어서는 안된다. 확실하게 대중을 설득하고 싶으면 토론을 해라.

    강은하 : 애국심을 강요하는게 빈번하게 터져나오는데 그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건, 나라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애국심이라는 걸 누가 사상검증 받듯이 고백하고 국가를 사랑한다고 밝혀야 한다는 거는 웃기는 일이다.

    재벌자본이나 다수권력에 결탁한 국가권력은 깡패다. 애국 이데올로기로 아무리 세뇌한다하더라도, 자발적인 정체성인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적도 없는 국민 정체성인지 구별해야 한다. 군인권, 소수자 문제 등 시민으로 겪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는 억압자지만 나는 국가를 사랑해’라고 말하는거 웃기다.

    아이유 : 기본적으로 애국가 논란은 ‘너 중복 아니냐’라는 문제와는 다른 판본이다. 유시민한테 물어보고 싶다. 참여정부가 제일 먼저 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랑 ‘임을 위한 행진곡’ 불렀다. 그 때 조중동한테 공격받았는데 스스로들 그 노래를 부른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한 행동이었다. 아리랑은 개드립인거고.

    김두나 : 마치 시골에 시집온 필리핀 여성에게 된장국 먹으면서 ‘이제 한국인 다 됐어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유치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앞에서 대차게 말하지 않는거냐고 묻고 싶다.

    최성용씨

    최성용 : 프레임 문제인 것 같다. 국가관, 종북에 갇혀버린 상황에서 애국가 문제제기는 같은 프레임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아까 이야기랑 이어지는데 왜 말을 못하냐고 공격하는거다.

    예를 들어 ‘김정일 개새끼’라는 말을 못하는 대신 ‘미제 개새끼’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국가는 친일파가 만든거고 진짜 애국가 아니니 다른 게 필요한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삶이 힘든 사람들의 노래, 일반 민중들의 노래 필요하다고 말하던가. 자기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치면서 종북이나 국가관에 대한 프레임 깨고 나와야 한다.

    영의정 : 종북 프레임이 등장하면서 사라진 이슈들이 많다. 내곡동, 민간인 사찰 등. 이런 것을 왜 활용을 못하는지.

    김모씨 : 참담하다. 유시민이 애국가 왜 안부르냐고 하는 것은 그들 사이의 내부 권력 싸움에 대해 바깥 쪽의 비판을 끌어와서 지지고 볶는 거라고 본다. 이게 또다시 외부에서 ‘통합진보당은 애국가 안 불러?’ 이렇게 되는 거니까.

    지금 종북 논란이 사회적으로 재생산되면서 강은하씨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의 폭력이나 국가주의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말할 공론화의 기회가 모두 차단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른 당도 아닌 진보정당으로 자칭하는 그 당 때문에 ‘애국이냐 아니냐 종북이냐’ 이런 왜곡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영의정 : 애국가, 태극기, 종북 문제 다 공론화해야 한다. 뚜껑을 여는 것은 진보정당이 해야 한다.

    김두나 : 보수가 짜증나는 게 애국 강박이 굉장히 유치하다는 점이다. 엄마한테 반항한다고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태생적 한계인 거고, 애정과 소속은 개별 주체한테 가장 본능적인 거다. 이민을 가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이고 처음 맺은 관계가 있는 건데 김일성, 김치, 애국가로 다지는 것은 모욕이다. 애국을 거부할 필요는 없으나 우리 내부에서 ‘애국심을 차별적으로 등급화하는 것이 구질구질하지 않냐’ 라고 말해야한다.

    최성용 : 다른 프레임, 전선을 만들면 되는건데.

    영의정 : 그 능력이 없는거다.

    최성용 : 80년대 공안탄압 수준으로 사는 것 같다. 지금 민심이나 정세를 보면 지지받고 새로운 전선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과거의 관성에 젖어있는 것 같다.

    강은하 : 실제로 그 시간을 산 사람들이 있다. 그 시간에 속박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분리해야 되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애국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 정말 지배자들의 깡패짓하는 것을 묵인하겠다는 마법의 성명인데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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