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의 재구성과 재편을
    촉구하는 ‘작은 목소리들’
    [책소개] 『위기의 진보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이광수 외/ 앨피)
        2014년 07월 12일 0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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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어떤 험로를 가든 인간을 잃지 말고 갑시다. 서로 사과할 건 사과하고, 버릴 건 버리고,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때까지 서로 묵묵히 갑시다. 이 땅의 진보를 위해 정당정치 하자고 나선 길,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의 시작…“진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2013년 여름, 부산에 사는 진보정당 평당원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대체 진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기 위해서였다. 2013년 9월 시작된 토론은 회를 거듭하며 2014년 6월까지 총 9회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 책은 그 토론의 결과물이다.

    네 사람은 진보정당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내부의 모순점. 갈등. 입장 차이를 여과 없이 털어놓았고, 현재 진보진영이 처한 현실과 혁신의 과제, 그리고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이들이 격정적으로 쏟아내는 신랄한 비판, 통렬한 자기반성 안에는 진보정당의 통합과 분열. 갈등의 역사는 물론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바로 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기의 진보정당

    초라한 현실…진보의 예정된 몰락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났다. 통합진보당은 전국에서 후보를 냈으나 지역구에서 한 명의 광역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정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당과 녹색당은 전국적으로 겨우 1퍼센트 대의 지지를 받았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 13퍼센트의 정당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희망에 부풀었던 진보진영은 제도권에 진입한 지 십 수 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낙제생이 되었고,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결과는 이미 몰락한 진보정치에 대한 사형선고인 셈이다.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반성…“땅을 치고 후회할 일”

    2010년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건,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정의당 창당, 그리고 2013년 ‘이석기 사건’까지, 최근 3~4년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진보의 몰락을 가속화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초라한 진보의 모습은 민주노동당 때부터 내재되어 있던 진보진영 내부의 해묵은 갈등의 결과이기도 하다.

    ‘경기동부’로 일컬어지는 자주파 내 최대 정파의 부상과 당권 장악, ‘일심회 사건’으로 증폭되기 시작한 대립, 자민통 노선과 사민주의 노선 사이에서의 갈지자 행보, 당내 민주주의와 정치의 실종, 자주파의 선민의식과 패권주의, 평등파의 무능과 착각, 그리고 오판……. 그 결과는 “땅을 치고 후회할” 민주노동당 분당으로 이어졌다.

    네 명의 토론자는 아我와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며 자주파와 평등파가 한 지붕 아래 살았던 10년 역사를 꼼꼼하게 복기한다.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서만 진보의 재구성이 가능하기에.

    모색…“도대체 어디까지가 진보인가?”

    ‘미숙한 사람들의 쓸데없는 짓’으로 인해 현재 진보진영은 각기 다른 이름의 정당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통합진보당,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의 노선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펼쳐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딱 자를 수 없게 중첩되어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이렇게 나뉘게 된 것일까? 노동당이 부르짖는 노동 중심성은 구호만 화려할 뿐 내용과 실천은 없는 속빈 강정은 아닐까? 녹색당의 근본주의적 관점은 개인으로 함몰되어 미시적 실천에만 머무르는 것 아닐까? 정의당이 주장하는 개혁과 복지국가 건설은 결국 자본주의와 타협하는 길이 아닐까? 통합진보당의 남북관계 인식과 황당한 군사전략을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네 사람은 서로에게 품고 있는 의심과 의문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보’가 무기로 삼아야 할 내용과 실천이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진보의 재생이 단순히 흩어져 있는 세력을 긁어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두루뭉술하게 뭉뚱그려져 있는 ‘진보’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세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진보의 재구성을 위하여…‘운동’이 아닌 ‘정치’를 하라

    치열한 토론 끝에 네 사람은 진보좌파가 이렇게 갈라진 현실에서 미래는 없다는 것, 진보는 반드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수야당에 들어가 좌파블록을 형성하는 길, 자주파까지 포함하여 모든 진보진영이 재통합하는 길, 녹색당·노동당·정의당과 민주노총을 토대로 활동하는 제 세력이 통합하는 길.

    네 사람은 이 모든 경로의 현실적인 가능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본다. 물론 이들은 그야말로 ‘작은 목소리’의 주인공일 뿐이므로 진보의 재구성을 이끌 현실적인 힘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어쩌면 이들이 제시하는 진보정치의 방향이 틀렸을 수도 있다. 또한 진보정당의 재통합을 당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진보정당 재편에 질곡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진보가 어느 길을 가게 되든 인간을 잃지 않는 길을 가기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히기를, 이념과 가치만큼이나 정당한 방법론을 찾기를, ‘따로 또 같이’ 가는 지혜를 찾을 수 있기를, ‘운동’이 아닌 ‘정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들의 절실한 목소리는, 진보진영에 몸담은 모든 이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진보의 초라한 모습은 ‘진보’ 그 자체가 아니라 진보‘정당’이 외면당한 결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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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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