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클래식 음악 이야기] 쥬세페 베르디 (1813-1901)
    2014년 07월 11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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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나의 심장이 뛰고 눈물이 흐르고 나의 감정과 기쁨이 너무 커서 주체를 할 수 없을 때 예술을 찬미한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 향긋 웃은 얼굴로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bile)…”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테너)은 여자란 그저 조금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마음이 움직이는 갈대와 같다고 그의 불안과 초조함을 드러낸다.

질다(소프라노)는 꿈에 그리던 청년을 그리며 애틋한 마음을 담아 “사랑스러운 이름이여, 당신은 내 가슴을 처음 뛰게 만든 이어라. 당신은 항상 사랑의 기쁨을 생각게 하는 이어라 (Caro nome)”라고 말한다.

만토바 공작은 질다에게 사랑을 느끼며 “그대는 나의 마음의 태양’이라고 말하자 질다도 그 청년에 호감을 표현하는 “사랑은 영혼의 햇살”(E il sol dell’anima)의 듀엣을 부른다.

이는 베르디의 <리골레토>(Rigoletto)(1851)에 나오는 몇 장면들이다.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1853)에서 주인공 알프레도(테너)와 비올레타(소프라노)는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Un di, felice, eterea)을 함께 듀엣을 부른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처음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자 비올레타는 겉으로는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을 거절하면서도 내심 진정한 사랑을 바라는 인간의 이중적인 면이 비취지는 장면이다. 화려한 파티장에서 알프레도는 “마시자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아름다운 꽃피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이 잔으로 즐기세”라고 외치며 “축배의 노래”(Brindisi-Libiamo nel;ieti calici)를 부른다.

중세의 “음유시인”을 일컫는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1853)는 스페인 집시 여인 아주체나(메조 소프라노)의 복수가 형제의 삶을 갈라놓는다는 비극적 내용의 오페라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백작의 어린 아들을 유괴해 살인을 계획하지만 실수로 자신의 아들을 불구덩이에 던지는 실수를 저지를 때 부르는 “불길은 타오르고” (Stride la vampa)를 열창한다.

집시의 아들로 성장한 원수의 아들 만리코(테너)와 그가 어릴 때 헤어졌던 친형인 ‘루나 백작'(바리톤)과 전장에서 마주치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 이 두 남자는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가. 그녀의 이름은 ‘레오노라(소프라노)”이다. 레오노라는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D’amor sull’ali rosee)를 부른다.

그랜드 오페라인 <아이다>(Aida)(1869)는 1869년 수에즈 운하개통을 기념하는 축전용 오페라이다. 이집트의 청년 장군 라다메스(테너)와 포로인 이디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소프라노)와의 슬픈 사랑을 다룬다.

베르디 아이다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라다메스는 그녀를 향한 사랑과 파라오를 향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라다메스가 노래하는 “청아한 아이다”(Celeste Aida)와 그의 연인 아이다가 노래하는 “이기고 돌아오라”(Ritorna vincitor)가 유명하다.

특히 2막 2장에 나오는 “개선행진곡”(Triumphal March)은 이집트군의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트럼펫 행진곡이다. 발레단이 등장하고 실제 코끼리가 등장하며 개선의 긴 행렬들, 거대한 신전, 거대한 돌무덤 등 화려하고 웅장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이렇게 수많은 등장인물과 스펙타클한 무대장치가 요하는 이 작품의 최적의 공연장소로 베로나의 콜로세움(Arena di Verona, 로마시대에 세워진 원형 경기장)이 꼽힌다.

러시아 국민악파 무소르그스키(Modest Musorgky, 1839-1881)는 <아이다>를 보고 극찬했다. “<아이다>의 장대한 규모와 혁신적인 모습은 정말 놀랍다. 이제 베르디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라를 내 놓았다. 오늘의 베르디는 이미 어제의 베르디가 아니다…”

너무나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웅장한 무대장치까지 우리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도취된다. 그러나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 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수고한다. 전체 스토리 진행을 위한 바로 대본(libretto)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대본가들이다. 작곡가와 대본가(librettist)들의 합작으로 탄생되는 것이 바로 오페라이다.

<아이다>의 대본 (libretto)은 이탈리아 시인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가 대본가(librettist)로 발탁되었다. 베르디는 그에게 후한 보수를 주는 대가로 리브레토의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한다. 시인과 작곡가의 합작으로 탄생된 것이 <아이다>의 대본이다.

베르디는 대본가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 1810∼1876)와 협력하여 <리골레토>(1851), <라 트라비아타>(1853)등을 탄생시켰고 <일트로바토레>에서는 대본가 살바토레 캄마라노(Salvatore Cammarano, 1801-1852)가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 후 친구 에마누엘레 바르다레(Emanuele Bardare, 1820-1874)가 완성했다.

<오텔로>(Otello)(1887)와 <팔스타프>(Falstaff)(1893)의 대본가는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이다. <오텔로>에서 보이토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더욱 강조시키고 조연의 역할은 덜 부각시켰다. 이렇게 해서 오페라가 무대 위에 올려지기 위한 준비 작업이 끝난다.

오페라 서곡(Overture)은 앞으로 전개될 오페라의 전체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관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북돋운다. 이어서 오페라의 남녀 주인공들이 부르는 아리아에 우리는 감동과 환희에 젖어든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아리아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레치타티보(Recitativo)이다. 말의 자연스러운 억양을 살려 가사전달에 중점을 두는 레치타티보를 우리는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유는 오페라의 시작은 아리아가 아닌 레치타티보와 함께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크 작곡가이자 오페라 작곡가인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오르페오>(L’Orfeo)(1607)에서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가 표현적인 레치타티보로 노래한다. 가사의 의미를 반영하며 말의 리듬과 억양을 모방하여 낭송조로 부른다.

레치타티보에서 몬테베르디는 언어와 감정을 강조하는(표현양식, 공연양식) 표현적인 레치타티보를 즐겨 사용했다. 음악적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은 결여되어 있는 레치타티보는 극의 상황전개 및 줄거리를 끌고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레치타티보는 아리아에 비해 분명히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오페라 관련 CD에는 유명 오페라 가수가 부르는 유명 “아리아” 모음집들은 있어도 유명 “레치타티보” 모음집들은 보기 힘들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가 이토록 선율에만 민감한가. 아니면 우리는 오로지 스토리 진행보다 소프라노, 메조, 테너, 바리톤의 주역배우들이 부르는 아름답고, 처절하고, 애절한, 또는 환희에 찬 선율에만 매료되어 있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 시, 음악의 중간 형태를 가지고 있는 랩(Rap)은 어떠한가. 각운에 맞추는 점은 시적이며, 가사를 리듬에 맞춘다는 점은 음악적이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가사를 읊어나가는 점도 레치타티보와 유사하다. 그러나 레치타티보가 가사 전달에 중점을 두는 면이 랩과는 차이가 있다. 랩에서의 가사는 낱말들이 서로 이어져 어휘의 뜻이 잘 분간이 되지 않는 반면 레치타티보는 그와 정반대로 가사의 억양과 리듬을 강조하여 가사 전달이 오히려 명확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가사보다는 선율과 리듬이 있는 음악을 더 좋아하나보다.

사람이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오페라”에서 크게 희(喜).노(怒).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각각의 감정 안에도 수많은 섬세하고 도 미묘한 정서들이 포함된다.

“감격스러운,” “열렬한,” “뭉클한,” “짜릿한,” “끓어오르는” “구역질나는,” “숨 막히는,” “애처러운,” “애통한,” “공허한,” “홀가분한,” “흥분된,” “감미로운,” “포근한,” “끔찍한,” “몸서리치는,” “절박한,””초조한” 등등. 이렇게 수없이 열거되는 무수한 감정의 표현과 함께 춤과 노래와 극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오페라”가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

화려한 무대장치에서 이러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려는 화려한 무대의상을 차려입은 주인공들의 과장된 분장과 과장된 표정을 하면서 과장된 제스처에 우리는 환상에 빠진다.

베르디

쥬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1813-1901)

1814년 오스트리아 침략군이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론콜레를 점령하여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 와중에 한 부인이 두 살짜리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밧줄을 타고 간신히 종루 꼭대기에 올라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이 아기가 미래의 그 유명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였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가보지 못한 세상, 갈구하는 미지의 세계를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대리 만족과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베르디의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애에 우리는 감사할 뿐이다.

<홀랜드 오퍼스> (Mr. Holland’s Opus)(1995)란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홀랜드는 극중 주인공 이름이며 오퍼스(Opus)는 ‘작품’을 뜻한다. 홀랜드 선생이 제자 한명 한명의 소중함을 알고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이끌어 나가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홀랜드 오퍼스”는 ‘홀랜드의 작품’이며 여기서 ‘작품’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가 가르쳤던 학생 하나하나도 그의 ‘작품’일 수 있으며 또한 그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작품 역시 홀랜드의 ‘작품’일 것이다.

Opus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르네쌍스이다.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르네쌍스 시대에와서야 작곡가의 다양한 작곡기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작곡가들의 이름이 속속들이 등장한 시기 역시 르네쌍스 시대이다. 그런데 오페라(Opera)가 Opus의 복수형이다. 오페라가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여러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장르를 형성한다.

창조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개개인은 그의 피조물이자 ‘오퍼스'(작품, Opus)이며 한 인간이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고 또 하나의 민족을 형성하고, 그리고 세계를 아우를 때 이것이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오페라”가 아닐 까 생각된다.

큰 우주의 하나의 위성인 “지구”라는 무대 위에서 나름의 희.노.애.락.애.오.욕의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대본(libretto)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은 배우들이다. 때로는 즉흥적 주인공으로서 때로는 엑스트라로서!

필자소개
한양대 음악대학 기악과와 동대학원 졸업. 미국 이스턴일리노이대 피아노석사, 아이오와대 음악학석사, 위스콘신대 음악이론 철학박사. 한양대 음악연구소 연구원, 청담러닝 뉴미디어 콘테츠 페르소나 연구개발 연구원 역임, 현재 서울대 출강. ‘20세기 작곡가 연구’(공저), ‘음악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번역),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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