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자정 이전 야간시위 '무죄'
    2007년 5월 11일 이후 기소된 피고인 모두 '무죄'
        2014년 07월 11일 1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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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시위 금지 조항에 대해 10일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가 “밤 12시 이전의 야간시위는 처벌대상이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오후 7시 15분부터 9시까지 대구의 한 광장에서 용산참사 규탄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이 기소되면서 벌어졌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는 해가 진 후인 야간시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같은 법 32조 벌칙규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서씨는 1심에서 벌금 100만원, 2심에서 70만원을 선고 받았는데 이번 상고심에서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집시법>의 관련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헌재는 야간시위 금지와 관련한 위헌 소송에서 “각 집시법 조항 중 시위에 관한 부분은 각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정위헌이란 법률의 일부 조항이나 구절 자체가 위헌이라는 일부위헌 결정과 달리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위헌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헌재 결정에 대해 법률의 해석과 적용은 대법원의 권리라면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률 조항에 대한 특정한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난 3월의 야간집회에 대한 헌재 결정에 대해서 “결정의 주문이 마치 한정위헌 결정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이는 법원의 법률 해석․적용을 심판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어서 단순 일부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야간시위 금지와 관련해서만큼은 논란을 종식시켰다.

    야간집회

    서창호씨는 판결 내용에 대해 <레디앙>과의 통화에 “헌법정신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인데, 그동안 야간 시위는 권리로서 보장받지 못했다”며 “그런데 이번 판결을 통해 단순히 야간시위 문제 뿐만 아니라 기본권 자체를 신장시켜줬다”며 환영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관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보다 폭 넓게 보장되길 바란다”며 “인권운동연대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사업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사무처장은 “피고인의 권리 구제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며 “이번 판결로 이미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도 재심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환영했다.

    다만 그는 “제도적으로는 헌재와 법원과의 불명확한 관계가 여전히 드러난 판결이고, 내용적으로는 ’12시’라는 자의적 기준을 여전히 적용함으로써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07년 5월 11일 이후 관련한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 받게 된다. 현재 야간시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15건, 하급심에서는 400여건이 계류중이다. 특히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재심을 청구해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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