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들과 나의 반성
    유병언, 임병장 그리고 김형식
    [프로파일러의 범죄 이야기]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사 참사'
        2014년 07월 10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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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었던 어떤 젊은이가 한 목사를 만났다. 새로운 교회를 꿈꿨으나 능력이 부족했던 목사와 야심만만하고 천부적으로 교활한 능력을 가진 젊은이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인척으로 결합한 후, 새로운 기독교 교파를 만든다.

    그리고 온갖 나쁜 짓을 통해 돈을 강탈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번듯한 교회를 만들었고 이후 그 젊은이는 눈에 가시 같던 늙은 목사를 인척이란 명목으로 무력화시키며 제거하고 스스로 숨은 교주가 된다.

    또 그 이후에는 교세의 더 큰 확장을 위해 혹세무민과 강탈을 통해 초기 자본을 형성하고 헐값으로 기업 사냥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관계에 많은 뇌물을 상납하고 자신의 ‘장학생’ 등을 동원하여 자신의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품 시장을 확보하고 독점하여 결국 지금과 같은 거대 기업과 막강한 교세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은 관련성을 부정하지만 ‘오대양 사건’을 통해 수많은 목숨들이 비참하게 희생되었고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잃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착취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그 부귀영화를 자손만대로 영속시키기 위해 부와 종교권력을 세습시키고 있다.

    여기에 사이비 교주의 이름만 다른 사람의 바꾼다면 우리나라 대형교회 중 본인들은 아니라고 할 경우가 얼마나 될까? 또 교회가 아닌 특정 기업을 그 외형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재벌들 중 본인은 아니라고 할 경우가 얼마나 될까?

    유병언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사이비 교주 유병언 혼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엊그제 발표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감사원 예비보고서를 보더라도 여러 국가기관들의 막대하고 결정적인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즉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유병언에게만 묻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그렇게 몰아가는 것에는 다분히 다른 숨은 의도가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이에 반해 몇몇 진보 언론과 JTBC 9시뉴스의 손석희 앵커는, 공중파나 다른 많은 종편과는 달리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접근하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며 일부 종편의 유병언 몰이에 나팔수로 일정하게 부역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며 통렬히 반성한다.

    작금에 진행되는 종편의 유병언 몰이는 지나침을 넘어서 최소한의 언론 윤리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의 대학원 은사님께서 농담처럼 하신, 유병언이 없었으면 종편이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라는 말씀이 작금의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병언 몰이가 시작된 지난 두 달의 초반 필자는 딱 한번 ‘채널A’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작년부터 인연이 있었던 MBN의 일부 프로그램에만 가끔 출연했었다.

    D일보 기자로 있는 친구와의 인연 때문에 무작정 거절할 수 없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출연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유병언을 지리산 빨치산 루트와 연결시키려는 광기 앞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섭외 요청이 와도 JTBC, YTN 정도가 아니면 출연을 거절하고 있다.

    일부 종편의 광기어린 유병언 몰이는 결국에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은폐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가로막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행히도(?) 지난 두 달의 초반에서 중반까지, 필자가 종편에 출연해서 했던 멘트들이 유병언 몰이를 조장하거나 즐기고 있는 기득권 집단을 자극했는지, 지난 달 말부터 필자의 종편 출연에 대해 교묘한 태클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필자의 경찰 경력을 문제 삼는다거나, 프로파일러라는 호칭 사용을 문제 삼는다든가 하는 등의 치졸한 방법을 사용하여 필자의 종편 출연에 태클을 걸고 있다고 작가 피디들이 지나가는 얘기로 힌트를 주곤 한다.

    (필자는 분명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라고 할 수는 없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경찰청으로부터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사람은, 현재 경찰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k 교수이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는 그 사람 이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 k 연구원이 훨씬 더 이전에 더 막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비슷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k 교수에게 프로파일러란 호칭은, 경찰청에서 범죄심리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부여한 명칭이었고, 실제 2004년 경찰청에서 정식 특채과정을 거쳐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채용된 1기 프로파일러들은 따로 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필자이고 그들 중에서 박사 학위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 바로 필자였고 퇴직 후 대학교수를 하는 사람도 필자가 유일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무나에게 부여하는 호칭이 아니라 미국 드라마에서 보듯이 엄격한 기준, 즉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실전 수사경력이 있으며 관련 연구경력을 가진 사람에 한해 프로파일러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기준에 의하면 한국에서 프로파일러라고 불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그래도 앞쪽에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후 우리 1, 2기 동기 후배들 중 4-5명이 박사학위를 받아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유병언 몰이를 하는 방송에서는 거의 출연 섭외가 없다. 요즘에는 필자 대신 기득권자들이 원하는 유병언 몰이에 적합한 사람들이(물론 다는 아니지만) 화려한 그러나 허황된 멘트들을 날리고 있다. 근거도 빈약한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의도적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사를 방해하는 역할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작금의 상황에 대해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수사 참사’라고 생각한다. 기득권자들과 공중파, 일부 종편 등이 합작해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책임을 호도하려는 과정에서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유병언을 희대의 도주범으로 만든 ‘수사 참사’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유병언 몰이가 소강상태에 들 때 돌발적으로 나타난 사건이 임 병장 사건이다. 임 병장 사건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전근대적인 군사문화가 빚은 참사일 것이다. 김동민 사건 이후 불안불안 하던 문제가 폭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시급히 징병제 중심에서 모병제로의 전환과 함께 기술집약적인 군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발생한 참사가 바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실 두 개의 사건이 얽혀있는데, 하나가 팽씨가 송씨를 살해한 사건이 하나이고 그 나머지가 팽씨를 김형식이 살인교사했다는 사건이다. 그러나 전자인 송씨 살해범 수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을지 모르지만, 후자의 사건은 김형식의 교사범 진범 여부와는 무관하게 실패한 수사이다.

    김형식 시의원

    김형식 서울시의원(방송화면 캡처)

    경찰 수사팀은 김형식을 살인교사범으로 기소의견을 첨부, 검찰에 송치하면서 발표하기를, “본인의 자백을 제외하고 증거는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던 증거는 모두 정황증거일 뿐이라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살인교사의 동기는 불분명하고 범행 도구는 찾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범행과 수사에 대한 모든 과정이 살인범 팽씨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사팀과 법률전문가들(주로 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은 아무리 정황증거라고 해도 여러 개의 정황증거는 합해져서 직접 증거와 비슷한 효력을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팽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기 때문에 재판에서 증거로써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사실 주장일 뿐이라고 본다. 아무리 많은 정황 증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정황증거일 뿐이다. 형사법의 대원칙은 어떤 형사사건의 피고인에게 0.1%의 무죄 가능성이 있다면 그를 유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혹은 현재의 한국 사법부가 관례적으로 엄격한 물적 증거가 아닌 진술과 자백에 의존해 간혹 유죄판결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원칙은 간단하다. 증거를 따라가면서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팀은 진술과 심증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수사관의 유죄 심증은 사건수사의 강력한 추동력이다. 이것이 없으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죄 심증이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것은 그냥 고집이고 아집일 뿐이다. 물적인 증거의 뒷받침 없이 지나치게 특정한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스스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도 김형식이 직접적인 살인교사범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으나 적지 않은 부분에서 김형식이 이 사건과 관련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증거가 뒷받침되지 못한 수사 진행으로 인해 고생해서 잡은 살인범 수사가 엉뚱하게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3월 초 MBC의 모 외주팀과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사건 분석을 한 적이 있었다. 팽씨가 범행을 하고 도주하는 CCTV를 분석해보면서 이 사건은 청부살인이라고 생각했고, 살인범의 수행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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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 및 반론보도> 본 인터넷신문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2014년 5월 인천지방검찰청의 공문 확인 결과, 검찰 수사에서 오대양 사건이 기독교복음침례회나 유 전 회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 종교 교주 등 관련한 언급은 기독교복음침례회에 확인한 결과, 유병언 전 회장은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설립 당시 참여한 바 없으며 이후로도 목사로 재직한 바 없고 교주로 추앙받은 바도 없음이 확인되어 바로잡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병언 장학생’ ‘유병언 키즈’ 설과 관련하여 유 전 회장이 세모를 경영하던 시절 환경이 불우한 직원들에게 숙소나 학비를 지원해주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기부활동 차원이었으며 장학생을 선발하여 지원한 바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관련 주식을 소유한 사실을 없으므로 ‘실소유주’가 아니며 다수의 배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정보가 유 전 회장 측에 전달된 것처럼 주장한 것은 국과수의 부검결과 유 전 회장의 사망시점이 확인되어 사실이 아닌 것이 확인되었다고 밝혀 와, 이 반론 내용을 게재합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내용입니다. (2015. 2.27)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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