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제철-대우건설' 선정
    외주화-규제완화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죽어나가
        2014년 07월 09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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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등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9일 201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제철과 대우건설을 공동 1위로 선정했다.

    현대제철과 대우건설은 지난해 각각 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을 선정해 산재사망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더불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되어 왔다.

    이번에 선정된 최악의 살인기업에는 현대제철과 대우건설 공동 1위로, 특히 대우건설은 2011년에 이어 2관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한 지난 2007년과 2012년 1위로 선정된 현대건설과 향후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3위로 선정된 기업은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림산업으로, 지난해 3월 여수산단 폭발사고로 6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례가 포함됐다. 4위에는 천호건설, 중흥건설, 신한건설로 지난해 7월 노량진 수몰사고의 시공사로 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5위에는 6명이 사망한 롯데건설, 공동 6위에는 각각 5명이 사망한 현대건설, 서희건설, 포스코건설, 한신공영, SK건설이 차지했다.

    1위에 선정된 현대제철의 경우 10명의 사망자 중 3명이 추락사했고, 6명은 질식사, 1명이 협착(기계에 감기거나 끼여 사망)으로 사망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해 5월 하청 노동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한꺼번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가 1천123건에나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10명의 사망자 중 6명이 추락사, 2명이 협착으로 사망했으며, 2명은 날아오는 물체에 맞아 사망했다. 5월에 발생한 수원 광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의 경우, 노조측이 사망 위험성을 몇 차례나 경고했지만 대우건설측이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캠페인단은 올해 특별상으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선정했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산재사고와 각종 안전사고의 이면에는 안전과 관련한 ‘규제완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2006년 GS건설, 2007년 현대건설, 2008년 한국타이어, 2009년 코리아2000, 2010년 GS건설, 2011년 대우건설, 2012년 현대건설, 2013년 한라건설 등이다.

    기업살인법

    2014 살인기업 선정식 회견(이하 사진=장여진)

    기업살인2

    산재사망률 OECD 1위, 규제완화 정책과 천민자본주의 합작품
    죽음의 외주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 끊이지 않아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산재사고 사망률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인구 십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7.3명으로 OECD 평균 2.6명의 3배 정도 많다. 2위는 칠레 5.9명, 3위는 터키 4.7명, 4위 멕시코 3.6명이다.

    반면 산재사망의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골자의 법률이 제정되어 있는 영국은 0.6명에 불과해 <기업살인법> 제정이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영국과 비교해 12배 가량 높다.

    캠페인단은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를 이윤만 좆아 위험한 일은 하청기업에게 떠넘기고, 정부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1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은 “기업의 외주화가 심각해지면서 안전한 일은 정규직이, 어렵고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며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영세하기 짝이 없는 하청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산재사망이 발생하더라도 벌금만 내면 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정부와 법원은 사업주 처벌을 벌금이나 무죄, 가장 엄하게 다스릴 때에도 집행유예 정도만 내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윤만 쫒아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한 안전관리에 돈을 투자하겠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산재사망을 예방해야 될 노동부의 산재 관리감독관의 숫자는 전국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은 전국 185만개이다. 감독관 1명이 6천여개의 사업장을 감시해야 한다”면서 “오죽하면 노동부의 한 관료조차 자신들을 더 욕해달라고 하겠냐. 그래야 감독관의 숫자가 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대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역시 “이윤 추구에만 매몰되어 있는 천민자본주도 문제지만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긴다”면서 “노동자 사망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은 돈보다는 생명이 중시되고 이윤보다는 안전이 강조되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동현장에서는 여전히 매해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재 사망 사고는 이제 제조업을 넘어 전산업 분야에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산재보험 시행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쓰러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산재사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기업이 안전을 무시해도 된다는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해서도 “모든 법률과 조례에 대한 개폐 의견 제출권을 가지고 있지만 전문성이 없다”면서 “능력과 책임이 없으면서 권한은 불비례하게 큰 ‘옥상옥'”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살인3

    아울러 이들은 대책으로 “위험을 외주화하는 한국의 원청 대기업에게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지도록 강제해야 한다. 저가 낙찰, 속도 경쟁, 실적 위주의 관리와 운영을 일삼는 한국의 대기업에게 노동자 안전에 대한 비용도 경영 비용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또한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사망률 가장 낮은 영국의 <기업살인법>, 한국에도 도입해야

    산재사망률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제기되고 있는 <기업살인법>은 지난 2008년 영국이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법으로, 정확한 명칭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다. 영국은 이 법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사망시 단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또한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은 1년의 총매출액중 2.5%에서 10% 범위 내에서 벌금을 내야 한다. 법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벌금의 상한선은 없다. 벌금 이외에도 해당 기업은 범죄 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의 언론에 광고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업주 준수 의무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사고 발생시 의무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사업주에 없기 때문에 법의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복잡한 원하청 구조와 안전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사망률이 높은 가운데, 하청업체는 경영난을 이유로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사고 발생 이후에도 원청과의 관계 때문에 사고를 은폐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한국에도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한 법안은 지난해 6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된 상태이며, 현재는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의원 역시 같은 해 12월 <기업살인처벌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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