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세기를 망친 ‘백범 암살’ 하수인
    [책소개] 『안두희, 그 죄를 어찌할까』(김삼웅/ 책보세)
        2014년 07월 06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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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암살 배후의 뿌리는 ‘미국의 대리인’ 이승만이다!

    안두희, 그가 아니라도 저들은 끝내 백범을 암살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저들은 안두희의 저격 이전에도 이미 두 차례나 암살집단을 보내 백범 저격을 꾀했다가 실패했다. 안두희는 그 암살집단의 일원일 뿐이었다.

    그런데 왜 ‘안두희’ 책인가? 한국근현대사의 모순과 비극이 ‘암살자 안두희’와 ‘백범의 죽음’에 상징적으로 응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미군정의 ‘친일매국세력 재기용’과 이승만의 ‘친일매국세력과의 결탁’이다.

    나라가 망하자 독립투쟁세력과 친일매국세력으로 확연히 갈렸다. 독립투쟁세력이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우는 사이 친일매국세력은 일제에 빌붙어 조국과 동포를 배신한 대가로 호의호식하며 잘살았다.

    그런데 “영원할 줄 알았던”(춘원 이광수) 일제가 망하자 한민족은 ‘바뀐 세상’을 환호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환국을 기다렸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38선을 경계로 미‧ 소 양군이 한반도를 ‘점령’했고, 미군정이 남에서 친일세력을 재활용하자 북에 있던 친일세력이 살길을 찾아 대거 남으로 도망쳐 왔다. 친일파든 악질지주든 남에서는 안전했다.

    그때 미군정과 밀착한 이승만이 임정에 앞서 환국했다. 주로 미국에 눌러앉아 ‘외교론’이나 외치다 들어온 이승만에게는 이렇다 할 정치적 기반이 없었다. 그래서 미군정을 등에 업는 이승만은 친일매국세력과 손잡고 해방정국의 헤게모니를 장악해갔다.

    안두희

    미군정은 수권조직을 갖춘 여운형의 건준을 부정했고, 뒤늦게 환국한 임정마저 철저하게 배척했다. 3년간의 신탁통치를 거쳐 남과 북에서 각기 다른 단선정부가 들어섰다.

    그 사이 단정을 거부한 백범은 자주독립통일국가 수립에 온몸을 던졌고, 단정 수립론을 들고 나온 이승만은 미군정의 간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고 친일파가 요직을 독차지했다. 이로써 남한은 다시 ‘반공’의 탈을 쓴 친일파의 세상이 되었다.

    친일파를 주축으로 성립된 이승만 정권에 백범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고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이승만에게 백범은 그 존재 자체로 지독한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이승만은 백범 제거를 암시하고 그 뜻을 십분 헤아린 충복들이 치밀한 각본을 바탕으로 백범을 암살했다. 이 거대한 음모와 민족의 비극이 암살자 ‘안두희’를 통해 체현되었다.

    이승만의 암묵적 지령 아래 정권 차원에서 백범을 시해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것은 백범 시해 이후 안두희의 행적만 살펴봐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헌병대가 미리 경교장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사건 직후 범인을 빼돌린 것, 암살의 지휘계통에 있던 육군참모총장(채병덕)이 군 검찰에게 안두희에 대한 구형량을 적시하여 압력을 가한 것, 국방장관(신성모)의 주도로 안두희에 대한 감형, 잔형집행면제, 복직, 초고속 승진 등이 이루어진 것, 사건 전후 보인 이승만의 태도와 언행, 그리고 4.19혁명 이후 사건 관련자들의 잇따른 폭로 등으로만 봐도 백범 암살 배후의 뿌리는 대통령 이승만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안두희의 삶과 행적을 씨줄로 삼아 암살 지휘계통을 날줄로 짜 넣어 백범 암살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안두희가 ‘악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자신은 연약한 한 개인에 불과했다. 그를 악인으로 만들고 악행을 하게 한 것은 ‘악의 축’으로 구성된 맹목적인 충성분자들이었다.

    국가나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은 주체가 정당했을 때의 일이다. 정당하지 못한 정부나 조직일수록 맹목적인 충성이 강요된다. “충성을 강요하는 것은 대개 사악한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좋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도덕적 불만을 충성의 힘으로 극복하려 한다는 증거다.” (에릭 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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