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와 어린이와 사람의 이야기
    [그림책 이야기] <안 돼!> 마르타 알테스 글 그림 / 북극곰
        2014년 07월 04일 03:2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 ‘안돼’라는 이름의 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돼’예요.
    -본문 중에서

    진짜다! 누런 개 한 마리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오른손(?)을 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하며 하는 말이다. 자기 입으로 자기 이름이 ‘안돼’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는 엄청 착한 개이며 너무나 착해서 가족들이 늘 자기 이름을 부른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왠지 개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사랑하는 개에게 ‘안돼’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가족이 있을까? 아무리 못된 사람도 가족에게 ‘안돼’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못 할 것이다. 가족에게 ‘안돼’라는 이름을 주다니! 그러면 정말 안 돼!

    2. ‘안돼’의 진실

    밖에 나가면 가족들은 제 덕분에 더 빨리 갈 수 있어요.
    “안 돼!”
    가족들이 먹기 전에 음식이 괜찮은지 제가 먼저 맛을 봐요.
    “안 돼애!”
    -본문 중에서

    이미 짐작하시는 대로 주인공 개 ‘안돼’가 생각하는 ‘안돼’와 ‘안돼’의 가족들이 생각하는 ‘안 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주인공 ‘안돼’는 자기 이름이 ‘안돼’이며 자기가 착한 일을 할 때마다 가족들이 정말 좋아서 자기 이름인 ‘안돼’를 부른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 개 ‘안돼’는 정말 말썽장이 개이며, ‘안돼’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진심으로 ‘안 돼!’라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주인공이 무엇을 하든 가족들이 ‘안 돼!’라고 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주인공 개가 자기 이름을 ‘안돼’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어쩌면 우리 주인공의 이름이 정말 ‘안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돼

    3. 개와 어린이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

    <안 돼!>는 스페인 작가 마르타 알테스의 데뷔작입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과정을 마치고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것을 차일즈 플레이 출판사가 출간한 것입니다.

    2011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안 돼!>는 소개되자마자 전 세계로 수출되었고 마르타 알테스는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습니다.

    마르타 알테스가 <안 돼!>라는 걸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본인이 ‘안돼’ 같은 개, ‘플록’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록’을 사랑하고 관찰하고 묘사하면서 마르타 알테스는 ‘개’와 ‘어린이’가 얼마나 닮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그림책 <안 돼!>의 매력은 이 책이 개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림책 <안 돼!>는 자신의 이름이 ‘안돼’라는 ‘개’의 입장에서 서술한다는 재미있고 유쾌한 아이디어로 시작됩니다. 동시에 <안 돼!>는 개를 키우는 사람과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에 깊은 반성과 울림의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처음에 독자들은 그저 깔깔대며 그림책 <안 돼!>를 읽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집니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자신이 키우는 개와 어린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마침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4. 어린이와 개를 이해하는 방법

    그림책 <안 돼!>는 어린이와 개를 이해하려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보라고 말합니다. 어린이와 개는 일부러 말썽을 피우는 게 아니라 어쩌면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존재의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관찰과 존중을 추천합니다. ‘우리 아이는 이렇구나!’ ‘우리 개는 저렇구나!’ 마음속으로 하나씩 하나씩 특징과 패턴을 발견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머리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납득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머리가 이미 자신의 논리와 잣대를 상대방에게 가져다 대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관찰하고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은 자기 논리를 배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성격과 취향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존중’의 원칙을 고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성격과 취향의 선택까지 간섭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 틀 안에서 상대방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어른이 어른의 기준으로 볼 때 개와 어린이는 어리고 서툴고 실수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어른도 어리고 서툴고 실수투성이 어린이로 태어나 배우고 자랐습니다. 원래 어린이와 개는 어리고 서툴고 실수투성이입니다. 그것이 바로 어린이다운 모습입니다. 어린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그만큼 화낼 일도 이해 못할 일도 줄어듭니다. 이에 관해 어느 개구리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개구리는 자신이 올챙이였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림책 <안 돼!>는 개와 어린이와 어른과 이해와 존중에 관한, 가장 기발하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가슴 찡한 걸작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