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일자리 전성시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대구지하철 참사로 바뀐 것은 딱 하나, '전동차 의자' 뿐"
        2014년 07월 04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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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고와 서울메트로 추돌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규제완화, 외주화, 민영화가 제기되면서 비정규직 고용 문제 역시 다시금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면서 그만큼 공공서비스의 질도 하락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와 같은 고용정책을 펼치면서 공공기관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똑같이 아이들에게 밥을 퍼주는 급식조리원인데도 누구는 정규직, 누구는 비정규직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3일 국회 도서관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비없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공운수노조연맹에서 주최로 ‘민선 6기 지방정부 출범과 나쁜 일자리 해결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돈문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 위원장의 진행으로 남우근 한국비정규센터 정책위원이 지방정부의 비정규직 문제를, 배동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이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오진완 서울시 일자리정책팀장, 홍은광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 서기관, 김정태 공공운수노조 광주도시철도공사지회장, 황철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이 참석했다.

    지방정부 일자리의 ‘질’, 지난 4년간 더욱 악화
    무기계약직 전환된 만큼 기간제로 채우고, 간접고용 문제는 ‘외면’

    남우근 정책위원이 16개 광역시도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비정규직이 오히려 증가했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 기간제, 기타 비정규직, 간접고용)이지만 비교적 고용이 안정된 무기계약직이 30.4%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기간제(23.5%)와 간접고용(48.0%)이 대폭 증가한 것을 되짚어 본다면 무기계약직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마냥 긍정평가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남 정책위원의 견해다.

    서울시의 무기계약직의 증가율은 35.1%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서 단연 높은 수준이다. 서울, 광주, 인천 등의 기간제 노동자 역시 많이 감소한 편이다. 이는 기간제법이 적용되면서 2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것이 남 위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충북(110.5%), 전남(41.3%), 울산(39.1%)의 경우 기간제 노동자가 오히려 더 늘었다. 무기계약직화를 하는 것 이상으로 추가로 기간제를 고용했다는 의미이다.

    간접고용의 경우 전국적으로 서울시(77.3%)만 유일하게 감소했고, 나머지 오히려 증가했다. 충남(400.0%), 강원(114.3%), 제주(88.2%)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남 위원은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에 간접고용 문제가 배제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쁜 일자리

    지방정부와 나쁜 일자리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무기계약직의 임금이 정규직 임금에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괜찮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남 위원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1.6% 수준이다.

    그 원인으로 남 위원은 ‘총액인건비제’를 꼽았다. 총액인건비는 정부에서 받은 일정 인건비 내에서 자치단체 직원들이 임금을 나눠가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총액인건비 안에 정규직 공무원 인건비와 무기계약직 임금이 함께 포함돼 있어,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비용만큼 공무원이나 무기계약직 임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심각했다.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비정규직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는데, 특히 지하철공사는 4명 중 1명이 간접고용으로 이뤄져 있어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 남 위원의 견해다.

    남 위원은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에 정규직화 원칙 확립 ▲무기계약직의 정규직제화 및 기간제의 실질적 축소 ▲간접고용 남용 방지 및 재직영화 ▲관내 주요 사업장에 대한 실태 파악 및 관리감독 ▲지자체 내 노동정책 추진 기구 설치 총 5개의 정책 제언을 냈다.

    교직원 중 42%가 비정규직, 교육의 질 담보 어려워
    교육부와 진보진영 모두 교육정책 추진하면서 ‘노동정책’ 고민하지 않아

    학교 비정규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교직원 중 약 42%에 달한다. 배동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의 규모는 2013년 4월 기준 무려 36만6천여 명이다.

    학교 비정규직의 유형도 다양하다. 학교 회계로 임금이 지급되는 직원이라는 의미인 ‘학교회계직원’이 14만여 명, 실태 파악이 어려운 간접고용을 제외한 스포츠강사, 영어회화 전문 강사 등 강사직 비정규직은 16만여 명, 기간제 교원은 4만5천여 명에 달한다. 파견, 용역, 위탁 등으로 학교야간당직, 청소, 초등돌봄교실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1만8천여명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교 비정규직 규모는 매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학교비정규직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배 국장은 “최근 학교의 교육 및 공공서비스(무상급식, 돌봄교실, 학교도서관, 학생 및 학부모 상담, 방과후 학교, 교육방식 다양화, 각종 특기적성 교육 등)가 확대된 데 따른 업무 증가에 필요한 인력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홍은광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 서기관 역시 “정치권에서 교육서비스라는 국민적 요구를 실행해야 한다면서 그에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을 마련하지 않고 지시만 내리는 형태”라며 “대표적으로 돌봄서비스도 현재 1~2학년에서 내년에는 3~4학년으로 확장될 텐데 그에 대한 지원이 없다보니 의도치 않게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홍 서기관은 “예전에 무상급식 운동을 했을 때에도 당시 운동진영 안에서조차 급식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았고, 결국 다 비정규직으로 배치됐다”며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노동정책도 병행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저임금 및 정규직과의 차별적 임금체계도 문제 삼았다. 2011~2012년 장기근무가산금이 도입됐으나, 호봉제를 적용하는 정규직과 비교하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 학교회계직 근속에 따른 장기근무가산금이 평균 6,800원인 반면 정규직 호봉 승급분은 평균 5,8000원이다. 이 때문에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같은 근속년수의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진다.

    또한 2012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 급식노동자 중 95%가 근골계 질환을 앓고 있지만, 대체인력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아프거나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모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 모씨가 식기 세척을 위해 끓인 물에 빠져 화상을 입고 투병하다 지난 5월에 숨졌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김씨가 숨진 후에야 사고 사실을 인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 국장은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교육공무직’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정규직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교육공무직은 ▲법제도적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직원 중 하나의 주체로 인정 ▲교육감 직접 고용 방식으로 최초 채용시부터 무기계약으로 고용 ▲시도교육청이 직접 정원, 선발 및 퇴직, 임금, 복무, 퇴직금 등 인력관리 제도화 ▲직무연수 등 직무능력개발 기회 보장 ▲차별받지 않는 임금체계 적용 ▲노동조건을 전국적 통일하자는 것이다.

    배 국장은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적·공공적 역할이 반영된 교육공무직이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새로운 정규직화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홍은광 서기관은 교육공무직에 대해 “제한적으로 찬성한다”며 그에 대한 이유로 “원칙적으로는 지방공무원법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바뀐 것은 딱 하나, ‘전동차 의자’
    안전사고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근본적 대책 아니야

    서울메트로 노동자이기도 한 황철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각종 안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이 근시안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기관사가 제 동기이고, 제 동기가 잘 막아냈는데도 오히려 징계를 한다고 한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현장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대구지하철 참사 때에도 바뀐 것이라고는 딱 하나, 전동차 의자를 불연재로 바꾼 것뿐이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이 된 1인승무제는 서울시를 빼고는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자고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시민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며 “이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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