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의 꿈과 박근혜의 희망
    [중국과 중국인] 최고위급 인사 대동한 시진핑의 방한
        2014년 07월 03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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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쟝쩌민, 후진타오 등 전임자들이 북한을 먼저 방문한 전례를 깨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와 결과에 훨씬 더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내각결의를 통해 집단자위권의 확대를 결정하면서 그의 방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80여명의 공식 수행원과 200여명의 경제계 인사들을 포함한 대규모 방문단은 양국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이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부총리급인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지에츠(杨洁篪)와 외교부장 왕이(王毅)등 중국의 최고위급 외교관들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목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겨우 20년을 넘어선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정치를 제외한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70여년에 이르는 한국과 미국의 교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는 정치/외교라는 장애물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시진핑의 이번 방한은 이러한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장애물, 특히 미국이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어 새로운 한중 관계를 수립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북한과 한국 사이에서 등거리외교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진핑

    우선 시진핑이 북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것에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는 없다. 1950년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전쟁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북한은 중국에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며, 그 중요성은 결코 감소하지 않았다.

    특히 냉전체제 해체 이후 중국이 거의 유일한 미국의 경쟁국으로 떠오르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하면서 오히려 북한은 중국에게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나 미국과의 대립각 세우기에도 중국이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시진핑이 북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몫은 오로지 한국에 달려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부상하는 중국의 힘과 역할을 고려해 중국과 미국 사이의 이해가 대립하는 문제들에서 최소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미국의 손을 잡았으며, 이 때문에 한중 관계는 화려한 외교적 수사와 경제적 성과와는 달리 후퇴하고 있다.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박근혜와 시진핑의 오래된 인연과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빈번한 만남만으로는 이러한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왜 중국이, 시진핑이 한국을 북한에 앞서 방문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맹자에 나오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어떤 문제를 상대방의 처지 또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표현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직접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내 상황이, 우리의 입장이 먼저 고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외교적인 전략에 대한 이해와 지지도 중요하지만 이제 미국 못지않은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쟁 대상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한국의 경제 동반자인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목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북한 비핵화와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통일이 한국과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지사지의 자세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에 호응하면서 중국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현명하지 못하며 성공할 수 없다.

    중국은 한미관계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단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중미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한으로 고려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이 최근 일제 강점기에 중국에서 활동했던 한국인들의 기념관 설립이나 역사 복원 문제에 적극적 입장으로 대처하고 또 시진핑이 북한에 앞서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정부의 이런 희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 결의로 한중간의 공통분모가 하나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한중 관계를 전적으로 좌우할 수는 없으며, 또 이러한 공동대응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중국은 일본의 재무장에 군사/외교적으로는 강력하게 대처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민간교류를 통해 일본국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바라는 것은 한국 경제규모의 1/4을 상회하는 중국과의 교류에 부응하는 정치/외교적 관계의 실질적인 격상일 것이고 그 실체는 중국의 입장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지지일 것이다. 외교적 수사의 격상만으로, 박근혜와 시진핑의 개인적인 우정(?)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한국과 북한에 대한 등거리외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자리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일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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