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마음속에 그린에너지 품자
    [에정칼럼] 태국 치앙마이 31세기 미술관 방문기
        2014년 07월 02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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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태국 치앙마이를 방문했을 때 보물찾기 하듯 꼭꼭 숨어있는 한 갤러리를 찾아 떠난 적이 있다.

    걷고 또 걷고, 거의 다 왔을 거라 생각했을 즈음엔 쏭끄란 축제에 신난 아이들의 물총, 물풍선 공격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힘들게 찾아 그곳에 들어섰을 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이곳은 바로 치앙마이 31세기 미술관(31th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Spirit). 이름처럼 우리를 21세기가 아닌 31세기로 데려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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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th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Spirit
    출처 :guggenheim.org/guggenheim-foundation/collaborations/map/sseasia/artist/kamin-lertchaiprasert

    31세기 미술관은 치앙마이에 2011년 문을 열었다. 여전히 그곳을 미술관이라고 칭하는 것이 어색하다. 우리가 떠올리는 큰 건물 안에 여러 전시관이 있는 그런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용한 숲 속에 컨테이너 박스 여러 동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안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예술창고’라 칭해야 맞을 것이다.

    *숲 속의 예술 창고, 31세기 미술관

    31세기 미술관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우리에게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이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 모두에게 묻는 질문이며, 동영상을 찍어 미술관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나는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 그린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 세상은 사람들만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 동식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4년 7월, 그곳을 다시 찾기 전 떠올린 나의 답변에 그동안 나는 그린에너지를 품고 살아왔나?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린에너지는커녕 점점 모든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나 하나의 행동이 뭘 바꿀 수 있겠냐고, 점점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가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그동안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과 대규모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반대해왔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초소수력 등과 같은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정작 내 마음 속에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핵발전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모적인 고민들은 석탄, 석유, 우라늄 등이 그렇듯,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없고 그렇게 나에게 투입된 고민들은 주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다. 밀양 송전탑 건설처럼 말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는 준공도 되기 전부터 송전탑 건설 때문에 밀양의 주민들에게 크나큰 상처와 손실을 주고 있다.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이를 관리하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운영방식 또한 문제이다. 주민들의 반대와 항의의 목소리는 ‘외부세력의 세뇌’에 의한 것이라 치부하고 대화하지 않으며 행정대집행이라는 법을 내세워 강제철거로 화답한다.

    그린에너지가 필요해!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들, 나는 내 마음 하나 가누기 힘들어 외면해왔다. 사람은 물론 자연도, 동식물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했던 생각은 사라지고 이기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왔던 것이다.

    다시 찾은 31세기 미술관은 여전히 고요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3년 전에 왔을 때와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때의 기분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31세기 미술관의 대표인 아티스트 카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생각하는 혁신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외면하고픈 현실 속에서도 회의하지 않고 내 안에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린 에너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는다면 다음 31세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몇 년 후에는 많은 것이 변해있지 않을까?

    31세기 미술관의 질문을 독자들에게도 던지고 싶다. “당신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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