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피아’를 찾아서
    [에정칼럼]에너지전환은 핵카르텔 해체에서 시작
        2014년 06월 29일 1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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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Mafia)는 서로 도와야 하며, 친구가 틀리고 적들이 옳다고 할지라도 친구의 편을 들어 적에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 각 개인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아주 사소한 모욕이라도 복수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들은 비밀을 지켜야 하며, 공권력이나 법률에 대해서는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위키백과)

    최근 세월호 사건 이후 해피아, 관피아 등의 표현이 대중적으로 회자되고 있으나, 아무래도 원조격인 ‘모피아(기재부 마피아)’와 ‘핵피아(원전 마피아)’가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들은 폐쇄성과 비밀주의, 그리고 상호 이해를 공유하는 카르텔 구조에서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총을 앞세운 마피아의 직접적인 강탈보다 훨씬 교묘하고, 심지어 절차적 합법성과 이를 움직이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위력적이고 위험하다.

    핵피아는 왜 문제인가? 우선, 이들은 국가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미래보다 그들 자신의 이익을 쫒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암적 존재이다.

    둘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정부예산을 특정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부당하게 편성함으로써 스스로에게 특혜를 부여한다. 셋째, 직접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핵피아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권, 안전,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과 재정의 왜곡을 초래해 독성경제를 지속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

    MB 집권 5년 동안 원전산업체 매출 두 배로 증가

    누가 핵피아인가? 핵피아를 핵 드라이브 정책을 둘러싼 정치, 산업, 학계, 언론, 관료의 카르텔 구조로 단순화할 수 있겠지만, 핵피아의 해체를 위해서는 그들의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단, 핵정책을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 혹은 개인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지난 10년 동안의 원자력공급 산업체의 매출액 추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명박 정부 이전시기 원전산업체의 매출액은 연간 2조5천억 원 정도였는데, 집권 5년 만에 5조 2,500억 원으로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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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원자력산업회의(2014), “원자력산업실태조사” 재구성

    2012년 기준,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원자력공급산업체’는 총 9개였는데, 이 중 민간기업은 건설업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제조업의 두산중공업 등이었다.

    또한, 매출액 100억~1,000억 원은 현대중공업,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삼진공작, 포뉴텍, 석원산업, 센추리, 효성 등 26개 업체, 또는 기관이었다. 이들 민간 기업들이 MB정부의 핵확산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원자력 R&D 연간 2,000억 원에서 5,483억 원으로 증가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의 투자 추이 역시 MB 집권 5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까지는 편성되지 않았던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2008)’, ‘원자력융합원천기술개발(2009~2012)’등의 예산이 MB집권 첫해 508억 원에서 마지막 해에는 3,275억 원으로 미래부의 R&D 예산을 추월했다.

    이것은 MB정부의 기업친화적인 정책기조의 중요한 반증이다. 이 많은 R&D 예산은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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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연구개발사업 투자현황(단위 : 백만원)

    원자력산업회의에 현직 산업부․미래부 고위관료 이사로 참여

    한편, 사단법인 원자력산업회의는 “산업계를 기반으로 이와 관련된 각계의 협력을 얻어 원자력에 관한 지식정보의 교환과 선진기술의 도입 및 국산화 개발을 위한 제사업을 통하여 원자력의 산업적 이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회장은 조석 한수원 사장이고, 부회장단에는 두산중공업(한기선), 현대건설(정수현), 대우건설(박영식), 삼성물산(최치훈)의 사장과 한전의 부사장(박정근)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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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산업회의 홈페이지

    이사진 면면을 보면, 한국전력기술, 대림산업,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원자력문화재단, GS건설, SK건설, 효성그룹,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한국과학기술원, 한전, 한수원 등 원자력업계와 관련기관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이사진에 문해주 미래창조과학부 우주원자력정책관과 유연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이해충돌의 방지 의무)의 3항은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퇴직공무원의 이해 상충하는 기업의 재취업을(재취업 역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계를 기반으로 각계의 협력을 얻어 원자력의 산업적 이용을 촉진’하는 원자력 기업들의 협회에 원자력정책을 결정하는 미래부와 산업부의 최고위직 관료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백한 이해상충에 해당된다.

    ‘핵피아’를 해체하기 위한 첫걸음은 원자력 관련 국가예산으로부터 누가 최종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원자력 정책의 결정권자들이 이들 최종 수혜자들과 어떤 관계에 있으며, 원자력문화재단을 위시한 원자력업계의 광고공세와 언론과의 공생관계, 원자력정책과 정치후원금을 둘러싼 정치인과 이들 기업의 관계, R&D와 원자력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관계, 퇴직 관료의 재취업과 그들의 역할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베일에 싸여 있던 원자력정책 결정과정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위한 출발일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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