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삼성자본과 맞서 승리하다
    76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신화를 깨고 첫 단체협약
        2014년 06월 28일 10: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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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예정보다 하루 늦은 28일 저녁 노사 합의서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합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삼성의 무노조 경영 76년의 신화를 깨고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게 됐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지 41일만이다.

    앞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측은 지난 26일 밤 실무교섭 끝에 주요쟁점 사안에 대한 의견접근안을 도출한 바 있다. 노조 측은 다음 날인 27일 의견접근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협력업체 기준단협 세부 항목 실무교섭을 확실히 매듭지은 뒤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날인 28일 만 하루 동안 진행된 기준협약 실무교섭 끝에 의견일치안이 도출됐고,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의원대회에서 수용하기로 해 이날 저녁 7시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 농성장에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9시 20여분 가결했다.

    쟁의권 조합원 982명(총 985명 사고 3명) 중 610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2%) 534명이 찬성(투표자 대비 찬성률 87.5%)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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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반투표 후 조합원들의 결의대회 모습(사진=장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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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반투표 중인 조합원들

    주요 쟁점사항 중 첫번째 사항인 ‘염호석 열사 관련’해서는 원청인 삼성전자 측이 고인에 대한 애도와 유감,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담아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고, 책임자 처벌 문제는 노사협의에 따라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폐업 센터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2개월 이내에 신설 또는 인근회사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원을 우선 고용토록하고 업체 신설 이전에는 본 합의체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인근업체 제휴인력으로 등록해 근무하도록 했다.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타임오프 9천시간을 6명 이내로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3인의 임원에 대해 무급휴직 처리를 요청할 경우 회사가 보장하기로 했다. 노조사무실 개소를 위해 사측이 초기비용으로 1억원을 지원하고, 정기총회, 정기대의원대회를 유급으로 보장하며, 교섭위원 2인에 대해서도 유급을 인정하기로 했다.

    지역 센터별로 임금체계가 상이하고 사측에서조차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워했던 임금 및 수당과 관련해서는 ‘투명성, 안정성, 독립성, 향상성’을 원칙으로 하고 기본급 월 120만원으로 확정했다.

    성과급은 외근사원기준 실 건수 60건을 초과하는 1건당 경비를 제하고 평균단가 2만5천원(편차인정)을 지급하며, 명시하지 않는 내용은 기준대로 시행해 중수리 및 장거리 기사가 피해보지 않도록 했다.

    이외에도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기존의 복리후생수당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했고, 성수기(7, 8월)에 협정근로자를 두되, 범위와 인원은 노사 합의로 단협에 명기하도록 했다.

    단체협약 적용일은 7월 1일부터 하기로 했으며 단협이 종료되는 2년 뒤에는 향후 금속노조 임단협 시기인 4월 1일로 조정할 계획이다.

    협력업체 기준단협은 제1장 총칙, 제2장 조합 활동, 제3장 인사, 제4장 고용안정, 제5장 임금, 제6장 근로시간 및 휴일 휴가, 제7장 남녀평등과 모성보호, 제8장 산업안전보건, 제9장 복지후생, 제10장 단체교섭, 제11장 노사협의회, 제12장 노동쟁의, 제13장 부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지역 센터는 이 기준단협을 통해 단협을 체결한다.

     제2장 제8조(근로시간면제)를 통해 노조 상근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10조에서는 노조 사무실 1억 원 지원을 위해 각 센터에서 비용을 나누어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요 쟁점사항에서도 노사 양측이 의견이 팽배했던 제20조(징계사유)는 사규와 단협 기준 모두 기재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노조 측이 4:4 동수로 제안했던 징계위원회 구성은, 사측이 3:2로 맞서면서 기준단협 조항에서 양측 의견 모두 기재하지 않기로 했지만 징계위를 공정하기 구성하기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제26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는 ‘노사는 상호 폐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는 내용을 노조 측의 요구로 명시됐다.

    제29조(임금인상)에서 매년 4월 1일 임금을 인상하며, 임금교섭이 지연될 경우 소급적용하도록 했다. 올해 첫 단협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 4월 1일부터 임금인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외근기사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휴게시간 보장 문제는 제38조에 담겨있다. 8시간 근로할 경우 11~12시, 12~13시, 13~14시 중 1시간을 점심 및 휴게시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40여일간의 교섭
    조건준 실무교섭 간사 “30년 노동운동 경력에 이런 교섭은 처음”

    이날 조건준 실무교섭 간사는 기준단협 설명회를 끝내면서 조합원들에게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역사상 최초로 체결된 단체협약 내용을 설명할 기회를 주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며 40여일간의 실무교섭의 소회를 대신했다.

    조 간사는 전날 주요 쟁점사항 의견접근안 설명에서 임금 및 수당과 관련해 “30년 노동운동을 하면서 이번과 같이 X같은 교섭은 처음”이라며 “교섭 대상인 바지 사장 뒤에 경총이라는 바지사장이 있고 또 그 뒤에는 삼성전자서비스라는 3번째 사장이, 그 뒤에는 삼성전자라는 4번째 사장이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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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반투표 후 조합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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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27일 쟁정사안 의견접근안을 설명하고 있는 조건준 위원

    또한 교섭과정의 에피소드로 그는 “임금의 4가지 원칙인 ‘향상성’은 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이라는 의미로 쓴 건데 사측이 점 하나 빼서 ‘항상성’이라는 말로 고쳐왔더라. 그래서 내가 ‘장난하는 것이냐’고 지적하자 그제서야 ‘아, 오타다’라면서 다시 고쳤다”며 “교섭 내내 이렇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으로 활동한 홍명교 위원은 기준단협 찬성 가결과 관련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76년만에 단협을 쟁취한 노조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 정말 영광스럽다”며 “그동안 몸도 힘들고 숨 가쁜 날도 많았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 없길 바란”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삼성 자본 하에 80만 하청 노동자들이 계시는데, 이 분들 역시 용기를 갖고 자기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농성 41일차인 6월 28일 기준단협 승인 직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사측과 조인식을 가졌다. 또한 시신 탈취 등으로 미루어왔던 염호석 열사의 장례를 위해 30일 오전 10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영결식을 갖고 전 조합원이 정동진을 방문해 노제를 진행한다. 이후 양산으로 출발해 다음날인 7월 1일 솥발산에서 고인의 유골 대신 생전 사용했던 물건들을 담아 하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남문우 열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준협약 승인 가결 후 “그동안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이 거대 자본인 삼성과 싸우느라 정말 수고했다며 “시작이 절반이라 했지만 그러나 그 끝은 전부일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열사투쟁인 만큼 우리가 열사를 보냄에 있어 그 예의를 다해야 한다”며 전 조합원 장례 참여를 독려했다.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은 찬성 가결 직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에게 “동지들이 가열차게 싸웠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삼성 무노조 경영을 끝장내기 위해 지금의 투쟁성을 갖고 지역에 내려가 미조직된 조합원과, 아직 조직되지 않은 센터를 조직하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우리의 조직률이 과반수가 될 때, 그리고 모두가 조직될 때 거대 자본인 삼성과 진정으로 맞짱을 뜰 수 있을 것”이라며 “금속노조 동지들과 함께 이 땅의 간접고용과 미조직된 노동자들의 희망과 전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투쟁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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