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는 그대로인데,
    정권 바뀌니 '색깔론'으로 덧칠"
        2014년 06월 24일 0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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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와 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교육부는 재판 직후 전임자에 대해 복귀 명령을 내렸고 전교조는 이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정책기획국장으로 있는 유성희 선생을 만나 전교조와 법외노조 판결, 한국 교육 현실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0대 중반으로 전교조 전임자 중 비교적 젊은 세대이다.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진행은 장여진 기자가, 인터뷰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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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유성희: 사범대에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됐다. 부끄럽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장여진: 전교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유성희: 3년 차에 전교조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생운동은 물론 사회 문제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이 생겼다. 신규 교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직원 회의 시간에 교장이 회의 시간을 오전에서 오후로 바꾸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조심스럽게 ‘오후 시간엔 학생들과 상담 시간 때문에 힘들 것 같으니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서 회의 시간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나중에 교장이 나를 부르더니, 화를 내면서 회의 시간에 누가 감히 발언을 하냐고 하더라. 좀 충격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받는 상처도 있었다. 첫 발령 학교가 오류동에 있는 오남중학교였다. 그 당시에 학교 주변이 전부 논밭이었고, 학교 시설도 열악했다. 교내 화장실은 귀신이 나올 정도로 처참했다. 아이들의 학습 태도도 놀라운 일 중 하나였다. 수업에 들어가면 한 반에 다섯 명 정도만 책을 가져왔고, 때문에 수업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였다. 초임이었던지라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체벌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나에게 더 막 대했다. 독단적인 교장과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정도였다.

    그때 전교조 선생님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전교조 모임에도 참석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전교조 선생님들 대부분이 모여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정 방문이었다. 가정방문을 시작한 후, 선생으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는 다 똑같은 학생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부유한 학생도 있었고,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운 학생도 많았다.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가 내 삶 안에서만 학생들을 바라봤고, 학생들의 다양한 삶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인정하게 됐다. 그 후로 교육이라는 것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단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선생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들이 나락을 떨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이 오게 하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사회를 알아야 했고,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그런 고민을 보더니, 교사 3년차 때 선배가 전교조 조합원서를 주시더라. 그때 가입했다. 그제서야 전교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

    장여진: 전임자는 언제부터 했나?

    유성희: 2013년 1월부터다. 같이 지회하시는 분들이 선출직이 되셨는데 그 분이 날 임명했다.

    유성희3

    장여진: 현재 노조 전임자로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성희: 충격이다. 노동부가 판단하기로는 해고자가 9명이고, 실질적으로 전교조 측에서 봤을 땐 22명이다. 전부 평범한 교사로 활동하던 분들이었고, 불의에 맞서 싸우다가 해직을 당했다. 그 분들이 우리 조합원인 게 자주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용납할 수 없는 작태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의 규약이 어떻든지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 거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전교조의 자주성을 지켜주는 것처럼 근로자성 없는 해직자를 제외하라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여진: 교육부에서 7월 3일까지 복귀 명령을 했다. 다른 그 어떤 조합원보다 전면에서 싸워야 하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유성희: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게 더 크다. 개인적인 자존심은 아니고, 전교조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럴까 싶은 거다. 현재 심정은 정말 참담하다. 복귀 여부에 대해선 홀몸이 아니고, 해직을 당하면 언제 또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학생들 때문이라도 학교를 떠나기는 아쉽다. 학생들이 말을 안 듣고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좋다. 순수하고. 그래서 아직은 학교를 버리기가 아깝다.

    물론 아이들이 너무 말도 안 듣고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착하다. (웃음) 노조 전임하면서 교육청 장학사 등 어른들을 많이 만나는데, 아무리 술, 담배를 한다는 아이들이라도 그들보다 더 순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장여진: 학교 현장에선 이번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 비조합원도 있을 것이고 교총 소속인 분들도 계실 텐데.

    유성희: 사람마다 다르다. 내 주변의 교장이나 선생님들은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기다렸다는 듯이 전교조는 노조가 아니니까, ‘너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식의 교장도 있다고 한다.

    전교조 전임을 하면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전교조가 아닌 사람도 이번 법외노조 판결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교조가 학교에서 선생과 학생들을 위해 기여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전교조 소속이 아닌 선생님들도 전교조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장여진: 교육 현장에선 교총 선생과 전교조 선생의 차이가 있나?

    유성희: 교총 소속 선생님들은 보통 승진에 민감한 분들이 많다. 교총에 가입하는 이유 자체가 승진 때문이거나 인맥을 쌓기 위함이다. 반면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은 승진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나 학생회, 축제, 동아리 활동, 새로운 수업 방법 등을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거의 전교조다. 교총 소속 선생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학교 비리나 사립학교에서는 교총에 가입한 교장, 교감과 싸우다보니 당연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교조는 바뀐 게 없는데, 정권이 바뀌니 전교조에 색깔론의 덧칠을 해

    장여진: 전교조를 두고 빨갱이 교육, 의식화 교육의 주범이라고 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덧씌우기는 왜 가능하고 매번 일어나는지.

    유성희: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전교조 색깔론이 심해졌던 것 같다. 사실, 이명박 정부 이전에 4.19는 혁명이고, 5.18은 독재정권이 민중을 학살한 것이다, 라고 가르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빨갱이 취급을 받는다. 즉 전교조가 변질된 게 아니라, 정부가 변한 거다. 4.19와 5.18을 불온시 한 것이고, 과거로 회기한 것이다.

    최근에는 보훈처나 재향군인회에서 ‘나라사랑 교육’이라는 강연을 하는데, 북한을 무슨 뿔 달린 괴물 취급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북한은 싸워야할 적’ ‘북한과 전쟁이 나면 너희가 싸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예전에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도 전교조는 반전과 평화, 통일에 대해 말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전교조는 달라진 게 없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그런 것들을 이념으로 보고 색깔론을 덧씌운다.

    장여진: ‘나라사랑 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나?

    유성희: 학교별 실적같은 게 관련되어 있어서 의무적으로 듣기를 권장한다.

    장여진: 학생들은 ‘나라사랑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성희: 학교 현실이긴 한데, 정작 학생들은 관심 없다.(웃음) 하지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할 거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그런 강연을 들으면 조심하게 되는 게 있다. 괜히 위축되고. 한 번은 수업시간에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해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 개발 했잖아요’ 라고 하더라. 나는 그럴 때마다 내가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건 아닌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장여진: ‘나라사랑 교육’ 외에 비슷한 성격의 강연 같은 것들이 또 있나.

    유성희: ‘천안함 교육’, ‘연평도 교육’ 같은 것도 있다. 천안함 전시관을 만들어서 학생들과 같이 간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적대시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반성이나 총체적인 파악 없이 북한이 우리에게 총을 쐈으니 우리도 총질해야 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건 잘못된 것 같다. 예전에는 5.18을 계기로 수업을 하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틀어주고 그에 대해 설명해주는 식이었는데 요즘엔 그런 식으로 수업을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점점 반공 교육으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니 학교에도 그 영향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장여진: 전교조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유성희: 학생들은 처음에 잘 모르다가, 내가 전교조 교사라고 말하지 않아도 1년이 지나면 나중에서야 잘 아더라. 가령 내가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거나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도 하니 나중에 학생들은 ‘아 그런 게 전교조구나’ 한다.

    학부모들의 경우, 나는 학급통신문에 교육철학과 방향을 써서 보낸다.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학부모들은 교육 활동만 열심히 하면 교총이든 전교조든 신경 안 쓴다. 가끔 전교조 선생님을 원하는 부모들도 있기는 하다.

    장여진: 전교조에 대해 반감 가지는 학생들은 없었나? 학생이 전교조 선생에 대해 부모에게 말하면,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하기도 한다더라.

    유성희: 나는 그런 적은 없었다. 한 번은 기륭투쟁에 연대하러 갔는데 그 기륭투쟁 조합원 분이 학부모였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감을 가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거다.

    사실 전교조 활동 전에는 노조라고 하면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분들의 모습을 보고 함께 하면서 ‘아, 이런 게 노조구나’ 싶었다.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배웠고. 그런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해주기도 한다. 선생님도 노동자고, 너희도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다 노동자다. 그런 이해와 전제 속에서 이야기를 해준다.

    승진이 아니라 학생과 교육 생각하는 게 전교조 조합원들

    장여진: 선생을 직업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갖고 해야 하는 사람인데 전교조 가입하는건 노동자로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가입하는건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유성희: 그저 일로만 생각했으면 절대 가입 안했다. 대기업 노조는 인센티브까지는 아니라도 보험처럼 가입하지 않나. 하지만 전교조는 성격이 좀 다르다. 설립 당시부터 탄압을 받았고, 전교조에 가입하고 활동할 때에도 무언가 감수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승진도 어렵고.(웃음)

    물론 그냥 일로만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많다. 그런 분들은 오히려 전교조를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 정치적으론 진보라도 전교조 가입은 무서워서 못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노동자성이 강해 보인다는 지적에는 이 노동자성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과 선생으로서 소명의식이 있어야 전교조에 가입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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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 현장에서 봤을 때,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유성희: 고졸이든 대졸이든 기본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후, 취업을 하고 그 월급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지금처럼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에 목숨을 걸지는 않을 거다. 요즘 학생들은 SKY나 ‘인서울’이 아니면 죽을 것처럼 생각하고, 수행평가 1점에도 목숨을 건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생존 문제가 절박하다는 거다. 그런 상황을 보면 학생들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 첫 제자가 지금 25살이다. 당시 그 학생을 가르칠 때 내 나이가 26살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학생들은 나를 어리바리한 선생 정도로 생각했었단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서 가끔 만나면, 학생들이 ‘선생님은 당시 보니깐 정규직 교사이고 연봉이 2500만원이 넘고 차도 몰았다’면서 자기는 이제 내년이면 25살인데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25살이면 사회에 나가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꿈을 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바랄 수도 없다. 비정규직은 기본이고, 부모가 가난하면 그 자식들도 똑같이 어렵게 산다.

    이 사회가 부유한 부모 아래서 태어나지 않으면 워낙 먹고 살기가 힘들다보니, 교육의 기본 철학이나 원칙은 다 뭉개졌고, 점수만 잘 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이 커닝이나 부정부패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도덕이 완전히 무너진 거다. 기본적으로 양극화와 빈곤 문제가 해결되어야 교육 문제도 바로 잡을 수 있다.

    장여진: 법외노조 1심 판결 이후 전교조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사실 쉽지 않은 싸움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은?

    유성희: 언론의 왜곡 보도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전교조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전교조는 학교를 학교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하는 게 목표지, 색깔론과는 전혀 무관하다. 물론 정치와 연결되지 않을 순 없다. 정부가 교육 정책에 대한 공문만 내려 보내면 교사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때문에 교육 가치관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교조이다.

    언론에선 전교조가 정치에만 관심이 있고, 학생들은 뒷전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장여진: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유성희: 기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못하거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애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득권에게 당하기만 할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학습 노동 시간이 긴 나라가 없다. 가끔은 우리 학생들이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이렇게 긴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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