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교육과 취업, 한국 일본 차이점
    [일본의 일상] 한국 대학진학률 세계1위 일본은 33위
        2012년 06월 25일 05: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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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을 잇는 나라

    2004년 기준 통계로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46%,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1%에 달한다. 2008년 84%를 정점(실질 진학율은 90%이상)으로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낮아지고 있고 2012년 예상 실질 진학률은 80%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주 한국어 수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발견한 것이 한국 고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진이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입시에 시달리는지를 보여주는 그 사진을 본 중년의 내 학생들은, 대부분 그 나이대의 자녀들을 기르는 사람들이라서 강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물론 매년 일본의 뉴스에도 수능시험날 풍경이 나오긴 하지만 그야말로 하루의 해프닝으로 보여질 뿐인데 한국 고등학생들의 일상이 비춰지는 사진은 갖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첫 반응은 낮잠 시간이냐는 질문이었다. 하나같이 책상 위에 엎어진 모습은 일본의 학교에선 상상이 되지 않고, 일반적인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조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놀지 않고 엎드려 자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몇 가지 한국의 진학율과 입시제도, 등록금, 청년 실업,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질문이, “가업을 잇는 사람은 없는가?”였다.

    말문이 막혔다. 가업이라니… 이건희도 아니고 정몽준도 아닌 사람이 잇는 가업이란 한국에서 대체 뭘까? 그냥 한국에선 자영업자의 지위가 일본과는 매우 다르다는 말로 그 상황을 정리하고, 며칠간 곰곰히 여러가지 일들을 떠올렸다.

    일본에 와서 첫 아르바이트는 한국식당이었다. 나외에는 전부 일본인 아르바이트이고 나이도 경험도 다양했고 처음으로 친구와 같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막 대학에 입학한 어린 학생이거나, 나와 나이가 거의 같은 프리타(프리아르바이터)들도 있었고, 그 중에서 밴드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살거나 다른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았다.

    그 중 한 동료는 이십대 중반의 남성이고, 같은 시간대에 일하면서 매우 친해졌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이 사고로 사망하고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하다가 우연하게 알게 된 라면집에서 점장을 일년했고 당시에는 후쿠오카에서 컴퓨터강사가 되는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하여간 좀 얌전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친구였는데, 그 친구와 나중에 뭘 할 거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들은 얘기는 이랬다.

    가업을 잇겠다는 것이다. 그 가업이라는게 무슨 전통을 지닌 가게같은 게 아니라 약국이었다. 계부는 약제사였는데 그런 이유때문이었는지 그는 임상병리를 공부했다. 어쨌든 일본인에게 가업이란 특별하지는 않다. 나는 폭주족 출신의 이 남자가 말하는 생경한 단어, ‘가업’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내 주변에서 아주 전형적인 가업을 가진 사람은 콩 전문점인데, 콩 사탕절임, 콩 과자, 뭐 이런 것들을 취급하는 가게이다. 삼대째 내려오고 있는 가게인데, 그걸 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가업일 뿐이다. 물론 가업을 이을 수 없게 되는 산업 재편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쉽게 문을 닫는 가게도 계속 생기지만 그럼에도 가업을 이을 수 있는 한은 잇겠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조사해봤더니 내 학생들의 10%는 본인이나 형제가 가업을 잇고 있다.

    물론 가업이라는 건 좋다 나쁘다 라고 단순히 평가할 수 없는 문제이고, 또한 신분제 사회의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부의 아들은 농부가 되고 상인의 아들은 상인이 되는 것이 당연했던 신분제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볼 수 있는 삶의 형태를 여전히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선택은 자유이므로 가업을 잇는 형태의 인생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업을 잇는 것이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당연시되는 것도, 현대에서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가업이 지나치게 멸시되는 것도, 사회적으로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특별한 기술, 즉 TV프로그램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탈리아의 악기공, 가방공, 이런 식의 고부가가치만이 가업을 이을 가치가 있는 듯이 평가되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가업이 살아남을 이유도, 기반도 찾기 어렵다. 결국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성이 이 지점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전부 장인이 수공으로 만든다고 하는 신칸센의 앞 부분

    경쟁이 주는 결과

    2004년도 국가별 대학진학율 상위 10위를 살펴보자.

    1위 89% 대한민국 (사년제대학 및 전문대학)
    2위 87% 핀란드 (사년제대학 및 폴리테크닉)
    3위 82% 미국 (사년제대학 및 커뮤니티 컬리지)
    3위 82% 스웨덴
    5위 80% 노르웨이
    6위 72% 오스트레일리아 (사년제대학 및 TAFE)
    6위 72% 그리스
    6위 72% 뉴질랜드 (사년제대학 및 폴리테크닉)
    9위 71% 라트비아
    10위 70% 슬로베니아
    …..
    33위 54% 일본 (사년제대학 및 전수학교, 방송대 등을 모두 합한 통계)
    (출처: 일본 위키백과)

    이번에는 2009년과 2011년 세계은행이 내놓은 1년 각 국가의 국내 총생산 통계 상위 10위를 알아보자.

    1위 미국/미국
    2위 일본/중국
    3위 중국/일본
    4위 독일/독일
    5위 프랑스/프랑스
    6위 영국/브라질
    7위 이탈리아/영국
    8위 브라질/이탈리아
    9위 스페인/러시아
    10위 캐나다/캐나다
    ….
    13위 오스트레일리아(동일)
    15위 대한민국(동일)
    22위 스웨덴(21위)
    24위 노르웨이(동일)
    27위 그리스(35위)
    34위 핀란드(37위)
    52위 뉴질랜드(55위)
    (출처: 한국 위키백과)

    미국 이외의 나라 중에서 진학율과 경제 규모의 크기가 일치하는 경우가 없다. 그나마 2009년보다 2011년은 더더욱 진학율과 경제규모의 상관관계가 옅어지고 있다.

    미국 현상은 국가적 맥락이 워낙 다른 나라라서 예외로 취급해야하지만, 진학율 33위에 위치한 일본이 2011년 이전에는 줄곧 세계2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해왔다는 것은 우리가 치르고 있는 진학 경쟁의 결과가 매우 허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일본의 진학율은 1988년 이후로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매년 2퍼센트정도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진학율이라는 경쟁을 나타내는 수치, 그런 경쟁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본이라는 국가가 성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총생산에서 명목상 한국보다 일본은 규모가 다섯배이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정태인 새사연 원장님께 문의한 결과, 국내총생산 규모에 인구와 물가까지 고려한 PPP수치로는 일본이 약 한국의 1.8배의 생산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의 제조업 기술생산력을 100으로 놓을때 일본은 80. 한국은 40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니까 두배가 넘는 고학력 인구가 절반밖에 안되는 생산을 이루고 있는 한국은 단순하게 비교할 때 일본에 비해 4배의 낭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학교의 여러 구분

    몇가지 기준으로 학교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흔한 기준은 국립학교, 공립학교, 사립학교 등으로 구분되고, 지역마다 진학방법이 약간 다르다. 사립학교는 ‘일관교’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일관적으로 진학할 수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일조교’라는 건 교육법상의 구분인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교육자금을 보조하는 학교를 말한다.

    몇년전에 민족학교라고 불리는 재일한국인 특화학교가 각종 기부금이 줄어들면서 이 ‘일조교’에 드는가 마는가의 문제로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했고, 재작년에 고교무상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민족학교를 제외한다는 것 때문에 민족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참고하려면 여기를)

    유치원부터 일관교에 들어가서 입시전쟁을 피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관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부모 면접등의 어려운 과정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준비한다. 그러나 물론 이런 걸 선택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별로 입시 준비를 해야하는 선택도 있지만, 그냥 지역의 공립학교를 배정받아 진학하고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앞으로의 진학을 고민하는데, 대개는 진학고라고 불리는 인문계 명문, 그냥 일반 공립고등학교, 전문고등학교(4년제 이상의 전문성을 기르는 학교)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일반적인 고등학교나 전문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뉴스에 나올 법하지 않은 고졸 취업에 관한 뉴스나 통계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고졸 취업율은 최근 오히려 올라서 약 93%를 넘어섰다.

    심지어 많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내내 특활을 선택하는데, 내가 가르친 한 학생은 양궁부였는데 고등학교 3년 내내 심지어 방학 때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연습에 참가했다고 한다. 10년전 평범한 여대에 다니던 그 학생은 지금도 평범하게 취직해서 평범하게 결혼해서 살고 있다.

    야구도 축구도 사진도 문예도 마찬가지로 굳이 본인이 안하겠다면 특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데 공부해야지 하고 말리는 부모를 내 눈으로 구경한 적이 없다. 물론 고교 야구나 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프로선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야구부, 축구부 3년을 낭비라고 여기는 학생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 경험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아주 소중한 경험들로 자리잡는다.

    최저임금과 빅맥가격의 국가별 비교치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진이지만, 2009년 이전의 비교치이다. 2011년에 최저임금은 4320원으로 올랐지만, 물가는 더 가파르게 상승해서 빅맥은 3700원이 되었다.(런치세트 말고) 어쨌든 이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호주에서는 한 시간 일해서 빅맥을 4개 먹을 수 있지만 한국에선 한개를 먹고 동전 몇 개를 거슬러받을 뿐이다. 세트 메뉴는 언감생심이다. 일본이라면 빅맥을 세트로 먹으면서 만화책이나 잡지를 한권 사보면서 여유있는 식사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도 연공서열의 고전적인 회사 조직이 무너지면서 많은 갈등과 사회불안요소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에 불필요한 낭비를 하는 일도 없고, 사람들은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각자의 적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일본도 학력 중시의 사회이므로 대졸 초봉은 고졸 초봉보다 많으며, 승진도 빠르고 호봉도 높다.

    그러나 기를 쓰고 대학에 가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선택을 50%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되고 있다. 국민의 90%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운 나라, 최저임금은 OECD국가는 커녕, 전 세계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고, 최저임금마저도 지키지 않는 고용주가 흔한 나라.

    물론 2000년 이전의 최저임금에 비하면 거의 2.5배가 올랐지만, 최저임금이라는 담론 자체가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상승율은 매우 무의미한 숫자이다.

    몇몇 항목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물가가 높다.

    위에 나오는 인건비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교통비, 외식비 등의 물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부분은 인건비에 물가 상승분이 포함되는 만큼 자력으로 해결하면 어느 정도 부담이 줄어든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밖에서 음식을 사먹으면서 살고, 더 덜 버는 사람은 여유있는 시간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된다.

    게다가 출퇴근 교통비는 계약직이나 임시직이라고 해도 별도로 지급되는 것이 일본에서는 상식이다. 물론 워킹푸어도 노숙자도 일본에 적지 않다. 열심히 일해도 벌이가 잘 안되는 삶도 역시 없지않다.

    그러나 국가내의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대학을 위해 전국민이 일시에 경쟁하고 대학등록금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나라, 부동산으로 개인의 선택과 노력을 삽질로 만드는 나라에서 어떻게 행복한 개인의 삶을 꿈 꿀 수 있겠는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허덕이고,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결국은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사회라면 삶에서 희망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의 문제점

    일본에도 비정규직은 늘었다. 고이즈미 정권 이후에 자유화나 규제완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해도 되는 직종과 회사규모를 늘렸고, 대기업들은 간접고용 비율을 끌어올렸다. 경제는 더욱 나빠지고 삶의 질은 악화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모기지론 사태와 리먼쇼크 이후에 이러한 규제완화 기조를 바꾸려는 흐름도 생겼지만 여전히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물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54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정치적 변화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한 사회의 시스템이란 것이 정치적 사건 하나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정부의 돈줄을 완전히 틀어지고 있던 대장성이 없어지는 관료 사회의 변화도 있지만, 토건사업과의 유착이 여전한 정부 사업이 지금보다 더 많이 개선될 여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복지관련 종사자의 임금도 낮아서 사회 전체의 그림이 그리 밝지도 않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이 있더라도, 적어도 상식적인 시스템을 사회운영의 틀로 이끌어온 일본의 몰락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90년대 초에 빠르게 터져준 부동산 버블은 향후에는 오히려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지침이 되어서 2000년대 중반의 온갖 세계경제의 위기에도 크게 흔들림없이 버텨주었고 더 발빠른 산업재편을 통해 살아남았다.

    지난 회에 언급한 도시개발의 모델을 따라한 유럽의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국가들이 망해가는 걸 보면 이제 전세계 경제가 더욱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국의 경제상황이 다른 나라에 끼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걸 알수 있는데 그걸 견뎌낸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은 고졸 취업자들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금 어렵지만 여전히 버텨나갈 것이다.

    필자소개
    일본 후쿠오카에서 14년째 살고 있으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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