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개새끼론'과
    '노인 투표권 박탈론'의 허구
        2014년 06월 18일 01: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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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가 끝난 뒤 연령별 투표율이 발표되면 늘 ’20대 개새끼론’과 ‘노인 투표권 박탈’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 중 ’20대 개새끼론’은 ‘기성세대가 똥 싸지르고 왜 우리한테 그러냐’라는 변명이라도 있다. 실제로 20대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20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한국의 정치판도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적어도 ’20대 개새끼론’은 반론의 여지라도 있다.

    반면 노인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반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직선제를 이뤄낸 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타인의 투표권을 박탈시키자는 이 과격한 주장은 무엇 때문인가.

    그래서 선거때만 되면 주로 야권에서 펼쳐지는 각종 ‘개새끼론’의 기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효표를 나에게 줬으면 내가 당선됐을 텐데’라며 무효표를 던진 유권자들을 나무라던 경기지사의 김 모 낙선자는 자매품이다. 맥락은 같다. ‘나에게 투표하지 않는 자, 악이다’

    ’20대 개새끼론’을 펼치는 자 누구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인수 비율은 19세 1.8%, 20대 20.0%, 30대 21.8%, 50대 19.2%, 60세이상 21.1%이다. 19세를 제외한 전연령대층의 선거인수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선거인수 비율 대비 투표자 비율이 높은 연령층은 50대와 60세 이상 연령대로 각각 20.8%, 22.6%를 차지했다. 50대 이상에서 선거인수 비율에 비해 선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40대는 선거인수와 투표자수 비율이 같고, 19세는 0.1% 모자랐다. 20대와 30대는 각각 2.5%, 1.5%가 모자랐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3사의 연령별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5.8%, 30대의 66.5%, 40대의 55.6%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50대의 62.5%, 60대 이상의 72.3%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선거인수 비율만 따지고보면 문재인 후보가 압승일테지만, 투표율이 높은 60세 이상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가 나오면서 명운이 갈렸다.

    이것이 ’20대 개새끼론’이 이전 선거와 달리 좀처럼 제기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20대 개새끼론’이 가장 설득력있게 제기됐던 지난 17대 대선 당시의 20대는 지금 30대나 20대 후반이 됐을텐데, 이들은 18대 대선에서는 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20대 개새끼론’을 펼치는가? 야당 후보가 낙선할 때마다 ’20대 개새끼론’이 활개치는 걸 보면, 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5~60대는 아닌 듯 하다.

    답은 40대이다. 40대의 55.6%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44.1%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결국 5~60대를 제외한 나머지, 바로 386세대인 40대가 ’20대 개새끼론’을 펼친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연령대에서 ’20대 개새끼론’을 펼쳤다면 맥락과 역사를 모르는 바보일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가 개새끼였거나 개새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서울의 경우 20대와 30대의 야당 후보 지지율은 40대보다 더 높다. 경기지역 역시 같은 양상이다. 인천 충북, 강원, 부산, 대구도 마찬가지이다. 나머지 지역 역시 2~30대의 야당 지지율 선호 성향은 40대와 비슷하다.

    ’20대 개새끼론’에도 불구하고 20~30대 투표율은 급등했고, 야권 지지 성향도 40대보다 더욱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훈육의 효과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노인

    노인 투표권 박탈하면 야권 세상 열리나?

    문제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종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나올때마다 네티즌들은 60세 또는 65세 또는 70세 등 각종 편의적이고 임의적인 연령에서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그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당 몰표가 그 원인이다. 야권 후보들마다 어르신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일찌감치 포기하는 정치인들도 있지만.

    과연 이러한 주장이 올바른지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20대의 야당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선거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높이자고 한다면,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혹자는 ‘패륜적 주장’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름 해명이랍시고 하는 말이 ‘어르신들은 무조건 1번만 찍는 잘못된 관행을 갖고 있다’였다. 후보가 누군지 상관없이 무조건 1번만 찍는다는 것이다. 판단력이 없다보니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근거이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전 지역에서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야권 후보 지지율은 20% 안팎으로 가장 낮다. 1번만 찍은 결과일 수 있다.

    그런데 기호 번호가 없는 교육감 선거 결과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지역에서 60세 이상 연령대는 가장 유력한 보수성향 후보에게 표를 줬다. 야권 성향에 후보에게 표를 던진 비율 역시 20% 내외로 매우 적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더구나 ‘1번’을 찍는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한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왜 1번 몰표가 나오지 않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표를 던지고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자식들이란 모두 여당 지지자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전혀 말이 안된다.

    패배의 원인 분석하지 못하는 격정적인 ‘남 탓’
    “박근혜 지지자를 ‘악’으로 규정하는 태도, 진짜 우리 문제 해결할 수 없어”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노인 투표권 박탈’ 주장에 대해 허탈한 듯 웃음을 지으며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어르신들은 일할 능력이 있어도 정년제도 때문에 노동시장에 밀려나오고, 임금차별 등에도 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그 어떤 연령대보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취약 계층”이이라며 “그런데 이들의 투표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투표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하자는 것은 보편적인 사회공동체로서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노인 분들의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주장을 대체로 야권 성향에서 하는 말인데, 달리 이야기하자면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물정을 몰라서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며 자기 말만 따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노인투표

    미국에서도 접전지역의 경우 노인들의 투표가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현역 구의원으로 지역에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온 노동당의 나경채 의원은 60세 이상 노인들이 보수적인 것에 대해 “역사적 요인들이 큰 것 같다. 반공 이데올로기나 해방 전후의 혼란 시기를 인식하면서 보수적인 것”이라며 이외에도 “어르신들은 미래적 설계보다는 지금 당장의 기초연금, 노인정 복지시설 등 당장의 현실적 이유로 투표하는 성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로 어르신들의 투표 성향에 대해 비판하는 세력이 야권 성향인데, 노인 이슈에 대해 단기적인 타협이나 처방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표를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노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주장은 인류가 200년 이상 투쟁해서 쟁취한 보통선거권을 박탈하자는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어르신들이 박근혜 대통령만 보면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이 비정상이듯, 타인의 투표권을 부정하는 것 자체는 그보다 더 비정상적인 주장”이라며 “바로 그런 식의 인식이 우리들의 투표 행태를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는 악이고, 박근혜를 찍는 사람을 악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지금의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어르신들은 왜 우리에게 투표하지 않는가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또한 “우리가 노인 진영에게 약하다고 할 때 거꾸로 청소년 세대에게는 우리가 강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문제의 실질적 수혜자인 청소년들을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투표권을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6일 공개된 최규석 만화가의 웹툰 <송곳>에서, 단란주점에서 접대를 받은 동료와 투쟁을 나서야 하는지 고민하던 주인공에게 극중 노무사는 이렇게 말했다.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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