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을 통해 본
    한국 성골과 재상의 조건들
        2014년 06월 17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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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말씀을 드리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삼성일보> 대기자 문창극 씨가 재상의 후보자로 처음 거론됐을 때에 저는 마음 한 구석에서 기쁘다는 생각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문 씨가 국정 관리를 잘 할 것 같아서 기뻐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코미디언 같기도 한 이 설교자 분이 국정을 총괄할 일도 당연 없겠지만 – 그 뒤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해줄 삼성이 있으니까 바지사장 노릇만 잘하고 미리 쓰인 연설문만 잘 읽고 과거와 같은 말실수(?)만 되풀이하지 않으면 될 셈입니다 – 세계 경제의 추세로 봐서는 문 씨가 조타를 잡든 말든 대한민국호의 조난은 어차피 불가피합니다. 구조적 결함의 문제지, 개그맨 같은 개개인 기레기들의 문제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제가 기뻐했던 것은 순전히 직업정신의 발로이었습니다. 이렇게도 청산유수로 말씀을 많이 하시는 지배자 분이 무대에 집중 조명을 받게 됐으니 문 씨를 한 사례로 이용하면서 제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형적인 지배자의 像”을 설명하기가 쉬워졌습니다.

    문 씨를 시범케이스로 이용하면서 한국을 어떤 세계관을 가진 어떤 인간들이 다스리는지,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창극1

    문 씨의 사례에서 보이듯 한국에서 지배집단 안에서 최고의 반열에 서려면:

    1. 한국 마피아 조직에 속해야 성골

    적어도 2~3개의 주된 마피아적 조직 속에 고정적으로 “소속”돼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약 40%를 배출하는 서울대와 그 계열사 중의 하나인 삼성전자만 해도 국내 실질 GDP의 18%에 상당하는 매출 실적을 올리는 삼성은, 한국에서 독보적으로 가장 강력한 학피아와 재(財)피아의 대표격입니다. 서울대 출신의 <삼성일보> 기자인 문 씨는 양쪽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 재상 후보자로서 첫째 자격증입니다.

    2. 보수 기독교의 보호망 속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조직인 개신교 속에 들어가 있거나, 적어도 개신교라는 또 하나의 최강의 마피아를 절대 “건드리면” 안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란 “국가의 기둥”에 가깝습니다 (실은 북조선에서의 주체사상의 위치와의 비교 고찰도 가능합니다).

    댓글원의 대담한 선거활동이나 이석기 재판 등이 보여주듯이, 대한민국에서는 “자유주의”라든가 “민주주의” 등의 근대적 가치들은 – 북조선의 “사회주의”처럼 –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간판이야 있지만, 그 속의 내용을 보면…그냥 갑은 갑대로 갑질을 할 뿐, 그 어떤 제도적 견제도 잘 받지 않습니다.

    근대적 법치나 자유, 민주 등등은 말뿐인데, 그렇다고 해서 노인들의 자살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효도 등의 전통적 가치관은 남았는가요? 효도도 그렇고 지배자 대다수가 미국에서 재산을 축적하면서 유사시에 세월호 선장처럼 당장에 맨 먼저 “나만 탈출”이 준비된 사회에서는 충군 애국 등등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근대적 가치도 전근대적 가치도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이 아노미적 공간에서는, 초자연적 힘에 직접 호소하는 종교만은 지배자들을 똘똘 뭉치게 하고 피지배자에게 최소한의 “위안”을 해주면서 “사회의 유지, 지속”을 가능케 합니다. 그리고 종교조직 중에서는 부나 로비력 등으로 개신교가 최강이기에, “최고 반열”에 오르려면 그 조직과 유관하거나, 적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합니다.

    3. 힘 센 놈들에 대한 숭배

    한국 지배자의 가장 큰 덕목은, 약자를 경멸하면서 강자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렇게 하는 데에서는 지배층의 결속이 생기고, 지배자들의 집단의식이 싹틉니다. 사실, 학교 불량배들이 약한 급우를 골라 같이 괴롭히는 것을 봐도, 지배자들이 사석에서 특정 약자를 골라 사담에서 그를 같이 짓밟는 재미(?)는 어떤 것인지 알 만합니다.

    단, 말을 좀 아끼는 다른 동료에 비해 문 씨는 생각나는 대로 가끔가다가 공석 발언을 하기에 그 동료집단의 집단의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주십니다. 한국에서 가장 약한 비주류에 속하는 동성애자나 서울의 “식민지”에 불과한 지방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들은, 바로 이와 같은, 지배자들의 사석 사담 내용을 다소 상기시키는 “집단 결속용 약자 이지메”에 속합니다.

    동시에, 미국 선교사나 일본인 지배자로부터 배운 “조선인 나태론”이라든가 식민지 지배 정당화 발언 등등은, 세계적 강자인 미국/일본과의 자기 동일화 모색을 의미합니다. 미국, 일본처럼 힘이 센 “문명적” 집단 안에 들어가 저 “미개한 조선인”들을 마음껏 밟아보는 것은 한국 지배자들의 가장 은밀한 판타지 중의 하나입니다.

    “힘”만 의미가 있는 저들의 세계에서는, 저들이 국가니 국민이니 민족이니 그 모든 것을 다 떠나 “힘 있는 쪽”에 붙으려 할 뿐입니다. 동시에 “국민” 따위의 궤변으로 “아랫것”들을 기만하면서 말입니다.

    4. 아메리카의 신임을 받아야

    미국과 관련된 경력, 이상적 경우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은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이건 여러 면에서 중요합니다. 일단 “한국”이라는 군사보호령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의 담당기관 입장에서는, 식민지 모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반도인”은 다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위키리크스의 문서에서도 보이듯이, 재미 생활 경험이 없었던 노무현에 대해 미국의 당국자들이 처음에 “반미주의자 아닌가”라고 의혹을 품기도 했습니다. 물론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충성심(?)을 곧 확인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상국 관리자들의 입장도 그렇지만, 식민지 지배자 집단 안에서도 “내지”에서 좀 있어보지 못한 사람을 혼모노(本物), 즉 진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다들 거기에서 모종의 기반이 있고, 그런 기반이 없는 서민들과 바로 이걸로 구별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삼성일보> 미주총국 총국장을 해본 문 씨는 대단히 유리합니다. 아마도 내지어 (영어) 실력도 있어, 내한하는 내지인 모시는 데 많이 유용하실 것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문 씨 개인에 대한 연구는 대한민국 지배계급에 대한 사회적 고찰의 성격을 띨 수 있습니다. 문 씨의 경력이나 발언은, 대체로 어떤 인간들이 대한민국호를 과적운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유사시에 “아랫것”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훌륭하게 본분을 다하라”, “애국하라” 하면서 본인들이 스스로 당장에 도주할 우리 “선장” 급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우리에게 웅변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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