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당원들이 전망하는
    진보정치 미래 그리고 재편
    [좌담회 2부] 정치와 운동, 그 긴장 속에서 진보정당 태도는?
        2014년 06월 16일 0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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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정당 청년당원들의 좌담회 1부 링크

    심재석(정의) “정의당 존재감 미미, 결국 스타 정치인에 기댄 선거”
    김성우(노동) “우리가 더 좌파적이라는 정신승리만 있고, 차별화 없어”
    남궁정(녹색) “2012년 지지율보다 2배 상승,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

    장여진: 이제 슬슬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심재석: 2010년 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이나 진보신당이 2%대였는데, 2014년에 정의당은 3%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비례나 기초의원, 기초단체장의 득표율은 훨씬 더 줄어들었다. 이건 당의 존재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심재석

    정의당 청학위원장 심재석 씨

    우리가 선거운동 할 때 유권자들은 통합진보당은 대다수 알고 있었다. 노동당이나 녹색당은 각자 ‘노동’이나 ‘녹색’을 주요 가치로 내건 곳 같고, 근데 정의당을 알고나면 ‘정의를 지키는 데냐’는 질문이 온다. 간혹 ‘이정희당이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다보니 결국 노회찬이나 심상정 같은 인물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보물에도 그 인물들을 배치하게 되고.

    내가 정의당원이래서가 아니라 정말로 모든 정당 중에서 정의당의 정책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전부터 골목 안전, 아동 주치의제라든가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었는데, 결국 존재감이 없다보니 스타 정치인에 기대야 했던 것이 패인이었던 것 같다.

    이미 진보정당이 다 갈라져버린 상황에서 정의당이 가질 수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이라는 것도 인천, 울산 정도에서만 할 수 있었지 그 외 지역은 부재했다.

    또한 당의 판단과 다를 수 있지만 경기와 서울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너무 일찍 포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의당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김성우: 통합진보당은 색깔론 낙인이 찍힌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노동당이 통합진보당보다 더 잘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들끼리 동아리 활동하는 것처럼 만족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었다.

    당장 당 외부의 민주노총 같은 조직된 노동자들과 이야기 할 때에도,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랑 뭐가 다르냐고 할 때 대중적으로 설명할 무엇이 별로 없다. 우리가 좀 더 좌파적이고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건 우리끼리나 하는 말이지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주변의 야권 성향의 친구들 중 정의당에게 표를 준 친구들이 있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자기들이 대중에게 인지도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노회찬, 심상정이 있던 건 무시할 수 없던 것이다.

    과거 야권 성향 유권자가 후보는 민주당 찍어도 비례는 진보정당을 찍은 것처럼 내 친구들은 정의당을 찍었는데, 노동당은 그마저도 없다. 우리가 더 좋은 게 없다는 거다. 정말 소수의 운동권들에게만 우리가 더 건강하다는 정신승리만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녹색당 찍은 친구들도 많은데, 녹색당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노동당보다 더 있는 것 같다. 이미지도 좋고. 그러나 노동당은 우리만으로 자족하는 상태인 것 같다.

    남궁정: 녹색당은 서울지역에 지역구 후보로 서대문구와 내가 활동하는 은평구 구의원 단 2명만 내보냈다. 그런데 광역비례 지지율 봤을 때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도토리 키재기이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녹색당이 노동당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서울에서는 노동당이 우리보다 조금 높게 나왔는데, 사실 국제녹색당 때문이라고 당원끼리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사실 국제녹색당 표가 다 우리 꺼였다고 보기 때문에. (웃음)

    남궁정

    녹색당 당원 남궁정 씨

    노동당은 사회주의적이고 더 좌파적인 색채를 드러내려 했던 것 같은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녹색당의 이미지나 색채가 더 먹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녹색당이 진보정당이 맞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나 역시 녹색당이 딱히 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후보 공약은 영유아 프라자 확대, 제2청소년문화센터 건립, 마을 도서관 확대 이런 공약을 냈는데, 유권자들은 그 공약을 봐서 우리가 진보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약은 더 와닿아 했던 것 같다. 우리 후보가 9.7% 득표했는데, 은평구에 출마한 다른 여타 진보정당 후보들보다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이다.

    녹색당은 광역비례 지지율이 2012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결과만 보면 녹색당이 어디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체감한 분위기로는 나름 선방했다고 본다.

    진보정당, 운동할 것인가 정치할 것인가…진보통합에 대한 생각은?
    심재석 “정의당 내 4개그룹간의 차이보다 노동당 더 멀게 느껴져”

    장여진: 정의당 토론회에서 박원석 의원이 2012년 진보정당들의 비례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11% 정도이고, 올해 10%라면서 양당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유권자가 적어도 10%는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진보통합 문제에 대해 ‘운동할 것이냐, 정치할 것이냐,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이냐’의 차이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직설적으로 묻겠다. 진보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수지: 현재는 당적도 없고 이 당, 저 당 왔다갔다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적대적 공존 관계를 깨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인 삶의 정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쪽에서 무조건 정권 심판하자고 할 때 진보정치조차 거기에 복무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보의 10%와, 그 조차도 없는 무당층을 끌어들여 제3의 섹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통합한다고해서 희망이 보이는 건 아니다. 진보정당도 지리멸렬해졌고, 안철수도 헛발질 했고. 답이 안 보인다. 그래서 다행히 난 군대간다. (일동 웃음)

    남궁정: 제가 기존의 진보정당에서 녹색당으로 간 건 한국 정치판에서 정당운동을 하는 것에 회의감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회의감이 생겼고, 희망이 없었다.

    녹색당이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정당이긴 하지만 기존의 정치판과 장기적으로는 다르게 갈 것이다. 결국 내 가치 때문에 활동하는 것이지 정치나 권력의 재편 같은 문제에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물론 지방권력은 좀 다른 문제이다.

    심재석: 현재로서는 진보통합에 반대한다. 박원석 의원과 비슷한데, 누구랑 통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이라는 연합정당의 실패를 겪었다는 건데, 나는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그때는 서로간의 신뢰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합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동당과는 최소한 정의당 내 구성원들간의 신뢰만큼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통합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정의당에는 인천연합, 국민참여계, 진보신당 탈당파, 나같이 처음 진보정당에 입당한 사람들 등 4개 그룹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차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크다. 자유주의자가 어떻고 막 그러지 않나. 그런데는 나는 이들간의 차이점보다 노동당과의 차이점이 더 크게 보인다.

    나 뿐만 아니라 정의당 내 청년당원들 다수는 노동당과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노동당원들과 기초연금과 관련해 이야기하는데 노동당은 기본소득을 말하니 우리가 같은 진보정당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노동당원은 내가 같은 진보정당이라고 이야기했더니 대놓고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했다. (웃음 – 나머지 참석자들은 일제히 탄식)

    김성우: 정말 내가 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심재석: 괜찮다. (웃음) 아무튼 나는 어디 정파나 계파가 아닌데, 이런게 쌓이다 보니 나조차 노동당에 대한 신뢰가 안 쌓인다. 그러다보니 노동당이랑 통합하면 골 아프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지: 통합 그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이는 건지? 신뢰는 쌓일 것 같나?

    심재석: 통합하면 좋지. 그런데 서로 만나야 신뢰가 쌓이지 않겠나. 만나면 신뢰는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유 “경기동부만 패권하는 거 아닌 게 문제, 통합해도 또 찢어질 것”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다간 정의당 지지율 3%도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장여진: 사실 박원석 의원의 말도 그렇고 정의당은 노동당에게 계속 통합의 전제조건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를 주고 있던 것 같다.

    수지: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 같다.

    아이유

    아이유 씨

    아이유: 우선 통합을 해서 정당 지지율 10%가 넘거야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산술적으로 합치면 10%가 되겠지만 정말 10%가 나올지가 문제다. 과거 진보신당(탈당파)은 이렇게 가다가는 말라죽겠다고 싶어서 제대로 해보겠다며 통합진보당으로 갔는데 실패하고 또 분열됐다. 이번에도 또 말라죽을 것 같으니 통합하자는 건데 이렇게 하면 또 찢어질지도 모른다.

    또 다른 고민은 민주노동당때 NL이라 쓰고 경기동부라고 말하는 곳에 패권주의 때문이라며 찢어져 나온 건데, 다들 알다시피 노동당 안에는 패권주의가 없나? 있다. 사실 경기동부였기 때문에 패권을 한 게 아니라 권력이 있으니 패권을 한 건데 마치 경기동부만이 원래 그런 세력인 것처럼 말하는 거 아니였나.

    한편으로는 저 역시 계속 운동과 정치를 이야기하는데, 우리 정당하자는 거 아닌가. 의회 들어가 당장은 수권이 어렵다 하더라도 의회 시스템을 통해 뭔가 해보려는 거고, 노동운동은 노동운동 나름의 운동을 해서 하는 건데, 노동당은 다 똑같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당은 정치를 안하는 것 같다.

    반면 이대로 가면 진보정당이 소멸하는 건 확실하다. 정의당이 3%대 지지율을 받는다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 아무도 합치지 않고 각자 갈 길 간다고 할 때 과연 정의당은 온전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랑 합치고 노심조만 남는 상황이 온다면…

    심재석: 우린 민주당이랑 합칠 생각 없는데 노동당은 맨날 우리한테 민주당이라고 합칠 꺼라고 막 그런다. (웃음)

    장여진: 지난 정의당 토론회에서도, 과거에도, 민주당의 왼쪽 방 안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이런 게 서로간의 오해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노동당 내에서는 국참계 때문에 합당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천연합도 NL이니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싫어서 안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웃음)

    아이유: 노동당에서 자유주의자들이랑 합칠 꺼면 뭐하러 진보정당끼리 합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바에 아예 다같이 민주당 들어가는게 낳지 않냐고. (웃음)

    김성우 “노동당, 운동할 건지 정치할 건지 둘 중 하나 선택해야”
    남궁정 “구로 김희서, 노동당 이념보다 지역활동 잘해서 당선된 거 아닌가”

    김성우: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어렵다. 그리고 재석씨에게 참 뭔가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김성우

    노동당 당원 김성우 씨

    정당보다 사회운동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말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을 근거없이 평가절하고 하고 싶진 않지만, 노동당원들은 평시에는 그쪽 이야기에 더 공조하면서 선거 때는 또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니 평시에는 사회운동을 하고 선거 때는 결과를 두고 우울해한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간다. 애초 사회운동이 목표라면 그러면 선거 때 오히려 더 확고하게 하든가, 왜 우울해하는지.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공부 안 하던 애가 시험 못 봤다고 우울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이 유연한 선택을 한다면 통합을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통합이 가능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서로에게 신뢰가 없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명분이라도 그럴듯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심재석: 정의당 경우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당론 결정 때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하나로 의견이 모여졌다. 그런데 내가 지켜본 노동당은 의견은 다양한데 그 다양한 의견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김성우: 그래서 노동당은 통합/독자 논의 이전에 사회운동을 할 건지, 민노당처럼 유의미한 제3의 세력으로 진보정당할 것인지를 정리해야 한다. 둘이 같이 갈 수는 없다. 그 뒤에 통합을 할 건지 말 건지 정리해야 한다.

    남궁정: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노동당 후보들이 많은데, 앞으로 어떤 방향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 궁금하다. 사회운동으로서의 포지션이라고 하면 빨간 이야기를 더 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 활동을 주력할 것인지. 서울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김희서 후보는 노동당이 추구하는 빨강보다는 본인이 활동했던 지역에서 더 노력했기 때문에 노동당 후보임에도 당선된 거 아닌가?

    장여진: 비슷한 쟁점에서 노동당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 김희서 후보가 탈핵 공약을 쟁점으로 잡으면서 명함을 노란색으로 하고 당명을 뺐는데, 그걸 문제삼은 사람들이 있었다.

    수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민노당 시절에도 일부로 무소속 후보인 것처럼 했던 사람 많았는데?

    심재석: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도 인천 남구청장도 새정치연합이랑 단일화해서 현수막이나 명함 다 파랑색 쓰고 기호만 노랑색 썼다. 색깔이나 그런 거 가지고 문제 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수원지역이 독특했는데, 정의당과 노동당이 공동선본 꾸려서 선거사무실도 같이 쓰고 그랬다. 시의원은 어디, 도의원은 어디 이러면서. 그런 경험들 하나 하나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김성우: 정의당과 녹색당 중 그나마 노동당이랑 통합할 때 좀 더 가까운 정당은 정의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 국면에서 우리는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긴 하는데, 사회운동 진영이 그렇다고 ‘노동당이 좀 더 건강하네’ 하면서 찍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러면서 선거때 뭔가 우경화라고 판단되는 논의는 엄청 경계한다. 내가 오늘 이런 이야기 하는 것 가지고 누군가 나에게 개량이라고 비판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재석씨가 아까 말한, ‘너네 좌파 아니고 자유주의자야’라고 말하는 거 얼마나 유치하나. 그런 부분에서 노동당이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노동당은 당 외부 사람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진보신당 때부터 정신승리만 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확실히 하려면 정말 사회운동만 하던가.

    그럼에도 진보정치는 필요한 게 아니냐. 그러니 우리가 가치지향적으로만 할 게 아니라 생산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어떻게하면 받을 수 있는 고민할 시기라고 본다. 안 그러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정의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고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것 자체도 매도당할 이유가 없다. 사민주의도 결국 자본과 노동의 갈등에서 노동의 편을 드는 거 아니냐.

    아이유: 진보신당도 그렇고 노동당도 마찬가지이고 늘 내가 좌담회에 참석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이지만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껏 정당 만들어놓고 이러는 건 문제가 있다.

    김성우: 사실 답답한 게, 정당을 만들었던 이유는 시민사회나 노동계의 의제를 토스 받아서 정치권에 확산시키고 우리가 직접 사회를 운영하자는 거였는데 지금의 노동당은 참여연대보다 못한 시민단체 취급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성소수자 운동하는 친구가 생각하는 노동당은 ‘우리의 의제를 들어주는 곳’ 아니라 ‘플랑카드 달아주는 플랑 정당’이라고 생각하더라.

    당초 진보정당이 하려 했던 개혁적인 담론은 민주당의 장하나, 은수미 의원등의 주도로 재편되고 있지 않나. 정작 노동당은 시민단체 수순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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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 “노동에 대한 관점, 국참계 문제 있어” 심재석 “그런 부분도 이해해야”

    장여진: 노동당의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는데 정의당은 노동당과 어떤 관계가 됐으면 하나?

    심재석: 노동당이 좀 열려있으면 좋겠다. 통합이 안되더라도 각종 연석회의나 연대체로 자주 만났으면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새정치연합이랑 더 많이 만난다. 우리가 원내정당이니깐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당, 녹색당이랑 같이 기자회견도 하고 하면 좋은데 아직 노동당의 청년당원들 못 뵈었다. 날 싫어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노동당의 청년위원장이 나랑 이름이 같아 만나고 싶었는데 아직 못 만났다.

    그런 부분에서 정의당도 노력해야 되는 게 많다. 소위 말하는 운동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다.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많다. 재미도 없고 힘만 드니깐.

    일동: 재미 없고 힘만 드는 거 맞긴 하다. (웃음)

    심재석: 아무튼 우리가 운동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진보정당으로써 필요하면 데모도 하고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노동당과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청년부문만 말하자면 기초연금이나 최저임금 연석회의 할 때 같이 만났으면 한다. 그런데 노동당은 그때마다 밀양이나 강정 가 있고. 또 반대로 정의당은 거기 왜 안가냐는 비판도 받는다. 서로 다른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했으면 한다.

    장여진: 반대로 노동당, 녹색당원들은 정의당에 바라는 거 있나?

    아이유: 진보신당 탈당파랑 국민참여계가 같이 통합진보당 들어갈 때 ‘노동’이라는 단어 문제가지고 국참계가 반대했던 사건을 두고 ‘저봐 저봐’ 한 적이 있었다.

    심재석: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하지 않나? 노동이라는 단어에 컴플렉스를 버려야 하는 건 맞지만 여전히 당내에도 거부감 있는 사람도 있는 건데 그거 이해 못하면 정치하지 말아야지. 유연함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정의당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되찾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내부적으로 거부감 갖는 사람이 있는 건 맞다.

    아이유: 세밀한 부분에서 우리랑 세계관이 다르다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 일종의 거부감. 정의당 역시 우리를 볼 때 ‘뭐야’하는 느낌을 갖겠지만. (웃음)

    장여진: 서로 관점이 다른 것 같다. 정의당은 대중적 관점에서 핵심을 두고, 노동당은 강령적, 가치적 관점에 핵심을 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심재석: 정의당 내부에서 노동이라는 단어 하나로 극명한 차이가 있기는 해도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할 문제로 잘 정리가 되고 있다고 본다.

    수지: 나는 내가 100% 옳다고 생각지 않는데 자기들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 문제를 성찰하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온다.

    녹색당은 진보정당일까? 남궁정 “정치를 배우고 있는 정당”

    장여진: 노동당과 정의당의 합당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은데, 녹색당은 진보정치의 재편이나 다른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남궁정: 녹색당 내에 정당정치를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다. 정책 논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에 나가 실제로 논의하고 거대한 그림을 만들어본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정치라는 것을 배우고 있는 당이라고 본다.

    녹색당이 진보정당인가라는 물음과 시선에 대해 녹색당 자체에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녹색당은 현존하는 기존의 정당정치와의 결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김성우: 밀양희망버스 갔을 때 녹색당원들이 가장 많이 왔었다. 그때 우연히 녹색당이랑 숙소를 같이 썼는데, 그 중 녹색당원 한 분이 자기들은 탈자본주의를 지향하면서 농업중심사회를 복원하는 걸 대안사회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나도 탈자본주의를 지향하지만 내가 생각한 대안사회와 완전히 다르더라.

    그게 진보적이기보다는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정의당과 노동당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녹색당은 정말로 다른 패러다임의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남궁정: 녹색당 내부에서도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나 역시 그 분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녹색당 내에서는 자본론을 공부하는 분들도 있고, 마르크스가 말했던 사회주의 지향을 벗어난 다른 대안을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차이가 있는 건 진보정당에서 정파라고 부르는 의견그룹이 갈린 적이 아직까지는 없다.

    나는 다른 진보정당과의 합당이나 연대를 전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늘 SNS에서 어떤 노동당원이랑 논쟁하다 왔다. 그 분이 녹색당에 대해 대의민주주의는 작동 안 하고 반정치적 문제만 있다고 하더라.

    거기에 대한 내 답변과 생각은, 민주주의라는게 기존의 역사적을 구성된 합의와 규율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만들어가는 것 역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대의원도 무작위로 선출하기도 하는데 그것 자체를 반정치를 지향하는 집단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저는 오히려 민주주의에 실험적인 태도는 유의미하다고 본다.

    정치하는 진보정당, 상대방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진보정당 원해

    장여진: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하고 끝내자.

    수지

    군대를 가게 되는 무당적 수지 씨

    수지: 명확한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군대가서 다행이다.(웃음) 내가 제대한 뒤에는 뭔가 달라져있겠지만 지금은 지리멸렬하다. 일단 좌담회 자리에서 생각이 많이 다를지라도 열어놓고 이야기하고 맞춰갈 수 있는 관계들이 많아지면서 긍정적인 측면도 보게 됐다. 지난 대선 좌담회 때에도 힘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재석씨 만나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아이유: 제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원내에 들어가서 무언갈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는데, 우리 발목 잡고 있는 건 지금 우리라는 생각이다. 정치를 했으면 한다.

    심재석: 오늘 좌담회에서 청년 의제 이야기하지 못해서 아쉽다.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특히 청년당원들의 경우 자기만 옳다는 태도는 정말 좋지 않다고 본다. 상대방과 나랑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에 배워야 한다. ‘새누리는 악이야, 타파해야 할 대상이야’하면서 배척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윗세대가 그러지 못한다면 청년들이라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무슨 말을 할 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어? 미친 거 아니야?’ 이런 태도는 안했으면 한다. 오히려 한 번 더 생각하고 대화를 자주 했으면 한다. 신뢰나 통합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겠나. 정의당은 현재 잘하고 있다. (웃음)

    김성우: 정의당이 노동당원들에게 시달린 것 만큼 노동당 입장에서도 정의당이 우리를 보고 ‘꼴통 운동권’ 이미지화 시키는 거, 우리도 싫어한다. (웃음)

    어쨌든 정치를 할 것이냐, 운동할 것이냐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없었던 진보정당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운동도 필요한 거다. 데모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나 노동당이 해왔던 길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하다보니 자기성찰을 안했던 것 같다.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가 고교평준화를 옹호하면서 ‘박정희가 했던 평등주의적인 것, 우리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진보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통합해나가야 한다.

    남궁정: 녹색당이 진보냐, 정체가 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긍정적 변화를 목표로 운동이건 정치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선거 끝나고 평가도 하고 선거공학적으로 전략과 전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하는데, 중요한 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논의가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되받이치는 질문이긴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계급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전망이 있는 것인지, 울산과 창원에서 지난 3~4년동안 진보정당 후보들이 패배하면서 그곳이 노동자의 도시냐, 아니냐, 변했냐고 하는데 중요한 건 거기서 전망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가 아니냐. 구로의 김희서 후보는 어떻게 당선됐는지를 봐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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