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을 넘은 좌파의 공동성명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의 좌파의 '반전 선언'
        2014년 06월 16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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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내에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저라도 간단히 적어봅니다. 6월 7~8일 백러시아 민스크 근방에서 구쏘련 여러 구성 공화국들의 좌파조직 대표자들이 만나 ‘반전선언’을 공동으로 채택했습니다.

    그 전문을 밑에다 게재합니다(본문 아래 게재, 원문 링크). 선언문에서 사실상 미-러 대리전으로서의 우크라이나 내전을 멈추게 하는 게 양쪽 좌파의 과제로서 제시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디어들의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 등 심리전에 대한 비판과 특히 우크라이나 군대가 벌이는 돈바스 지역에서의 토벌 작전을 중지하라는 요구가 담겨져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좌파가 이렇게 반전운동에 합류하는 건 아주 뜻깊은 일인데, 가장 큰 사민주의 정당 (러시아 연방공산당 등)이 빠져 있어 문제입니다.

    한데 우크라이나 동지들이 일각에서 이 선언문에 대한 단서를 달았습니다 (관련 글 링크) 반전 운동 방침은 맞는데, 무엇보다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민중들의 자결권, 즉 우크라이나라는-이제 서방진영의 괴뢰국이 되어가는-국가를 이탈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키예프 정권의 유사 파쇼적 성격을 보다 잘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런 의견도 당연 존중 받아야 하는데, 키예프 정권이 파쇼적이라면 이게 주변부 종속국가의 유사 파시즘의 일부 요소에 불과합니다.

    대미 종속성이 절대적이고,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동원은 매우 제한적인데, 전형적 독일/이탈리아식 파시즘과 다르며, 차라리 비교하자면 이승만 정권과 많이 통하는 듯합니다. 이범석/안호상 류 (거의 정신병적) 극우 민족주의자와 이승만 등 매판분자들의 조합 같은 것입니다.

     민스크

    <공동성명>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중단하라! – 민스크에서 개최된 반전회의

    회의에 참가한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좌파 운동가들과 맑스주의 단체와 조직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 임무가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와 키예프의 민족주의자들 “evromaydane”(친유럽 우크라이아 시위대)의 승리로 이어진 현재의 군사적 충돌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국수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의 발흥에 기여했다.

    전쟁은 지배계급이 우크라이나 사회를 자신들의 정치체제 중심으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동부와 서부의 노동자들을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에서 관심을 돌리도록 만들고, 그들 모두가 거대 부르주아들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도록 만들어버린다.

    러시아, 유럽연합(EU)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내전을 같은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데, 돈바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그들간 경쟁의 볼모들이다.

    우리는 전쟁과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좌파 운동의 모든 참가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표하며, 그들 모두에게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치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살, 고문, 납치 등에 반대하며 충돌의 모든 당사자들에 의한 보복과 압력에 반대한다. 희생자들은 우크라이나 좌파들, 반파시스트들 그리고 정치적 입장과 관계 없이 우크라아니의 시민들이 희생자들이다. 우리는 또한 크림반도에 대한 정치적 박해에도 반대한다.

    ‘전쟁을 중단하라!’ 이것이 다양한 이슈와 정치적 의제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있더라도 모든 민주적 좌파 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강력하고 대중적이고 영향력있는 반전 운동을 형성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반대파들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즉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반테러 작전을 중단하고 민병대 DNR 및 LC와 휴전 협정을 마무리지을 것을 요구한다.

    – 우리는 분쟁 당사자들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 모든 정치범과 전쟁 포로를 석방하고 무장 단체를 해산할 것을 촉구한다.

    –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기 의사에 관계없이 징집된 병사로 구성된 정규군을 해산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병사들의 가족은 현재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시위와 저항을 조직하고 있다.

    – 우리는 러시아와 유럽연합 미국이 우크라이나 갈등에 개입하고 분쟁 참여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 우리는 증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전쟁의 주요 선동자 역할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디어들이 국수주의적 캠페인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헌법을 요구하며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의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요구한다. 돈바스와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에서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정부를 세울 진정한 권리가 있다.

    – 우리는 반전운동의 형성에서 중요한 조건이 이전 소비에트 영역에서 좌파 조직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조직적으로 결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군사적 충돌의 희생자들인 좌파 활동가들과 양심적 반대파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공동의 적십자 캠페인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맑스주의 그룹과 좌파들의 정보 네트워크를 건설할 것이다.

    – 이 공동성명은 동의하는 모든 이들이 서명하도록 공개되어 있다.

    필자소개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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