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가지' 없는 야권,
    새누리당 읍소 전략에 밀려
    [좌담회 1부] 진보정당 청년당원들의 6.4 지방선거 평가
        2014년 06월 16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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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에 대한 진보진영의 평가와 토론이 다른 이전의 선거 때와는 달리 유난히 적다. 결과에 대한 암담함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깔린 탓이라고 본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롭고 다양한 고민의 결을 엿볼 수 있는 각 진보정당들의 청년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1부는 선거 평가를 중심으로 2부는 진보정당들의 전망을 중심으로 대화는 나눴다. 1, 2부로 나누어 게재한다.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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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지방선거가 끝나고 참담한 성적표를 확인한 진보정당의 평가 테이블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정의당이 한국선거학회 등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한 것 이외에는 다른 정당의 공식적인 평가는 전무하다.

    7.30 재보선이 곧 다가오기 때문에 평가 보다는 바로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진보정당 통합과 재편’을 제기하면서 예민해진 탓도 있다.

    그래서 비교적 덜 신경질(?)적인데다가 상대 정당에 대한 증오(?)가 덜한 청년당원들과 함께 지방선거 평가 좌담회를 열었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과거 진보정당원이었지만 탈당한 청년, 당적을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잘 읽어보면 어느 당적인지 알 수 있는 청년까지 5명이 모였다.

    1부는 야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2부는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와 진보정치의 재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좌담회는 6월 13일 종로의 모 커피숍에서 4시간에 걸쳐 진행했고, 뒷풀이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질 정도로 할 말이 많았다.

    장여진: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아이유(가명):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서른살 아이유라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적이 어딘지 밝혀지겠지만, 굳이 밝히지 않겠다.

    심재석: 22살이고 정의당 청년학생위원장이다. 경북 상주에서 올라왔고 정당 최초로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청년학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냥 고졸 노동자 출신이다.

    김성우: 노동당원이고 25살 대학생이다.

    남궁정: 28살이고 녹색당원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5월 22일에 제대해서 바로 동네에 출마한 녹색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고, 현재 취업준비 중이다.

    수지(가명): 26살 대학생이고 다음주에 군대 간다. 노동당 당원이었지만 이런 저런 고민이 있어 안철수 신당에 갔다가,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현재는 무당적으로 있다.

    새누리 선방, 야권 패배, 진보정당은 위기 아닌 소멸 직전
    심재석 “정의당의 조승수, 무소속으로 나갔으면 당선됐을지도…

    장여진: 야권이 비겼다는 평가, 야권이 참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진보정당이 참패한 것은 명확한 것 같고. 각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간단히 평가해달라.

    김성우: 최종 스코어를 보면, 수도권에서도 새누리당이 선방한 것 같다. 2010년과 비교했을 때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여당이 기세를 확보했고 야권이 패배한 것 같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월호라는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보이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박원순이 당선된 것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인물이기보다는 자체의 인물력이었던 것이지, 정당은 오히려 지지를 받지 못한 것 같다.

    진보정당은 2010년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를 펼치면서 정책선거의 흐름을 잡아나갔는데 이번 선거에는 그런 게 없었다. 진보정당으로 출마했던 사람들 대부분 낙선했다. 진보정당은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라 소멸 직전인 것 같다.

    심재석: 언론에서는 비겼다, 무승부라고 하는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만 그런 것 같고, 교육감을 보수-진보라고 나눌 때에도 야권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지만,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으로 넘어가면 야권의 패배다. 정의당 역시 인천에서 재선에 실패했고.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더욱 소멸되고 있는 것 같다.

    박원순이나 안희정은 개인의 네임밸류였던 거고 정당은 자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진보정당의 나경채, 오진아 등 재선이 확실시 됐던 후보들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역량을 당이 뒷받침하지 못해 낙선했다. 진보정치의 효과가 전혀 없던 것이다.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도 무소속을 출마했다면 지지율이 높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진보정당의 역할이 없었다.

    수지: 세월호라는 참사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감당해낼 만한 정체세력이 전혀 없다. 다행인 건 야권이 차기 대선후보나 차차기 대선후보를 만든 반면, 새누리당은 총리 문제도 있지만 차기 대선의 적절한 후보군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권 전체가 너무 무능력한 상황에서 일본의 자민당처럼 보수여당의 장기집권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양당체제는 더욱 강화됐다. 길게 보면 야권의 엄청난 재편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동안 무기력해질 것 같다. 동력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남궁정: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이나 보편복지 담론을 확산시켰고,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조차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이번 지방선거도 국민들의 열망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고 보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관련한 이슈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 지역구에서 활동한 녹색당 후보가 낙선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보정당이 거대 정당이 이슈화하지 않았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확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활정치라는 부분이나 복지 담론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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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모습(사진=장여진)

    새누리당의 읍소전략에 야권은 ‘싸가지’ 모드…”이게 선거냐”
    선거 때만 되면 ‘인질극’ 벌이는 민주계, “테러리스트 같아”

    아이유: 정책 선거를 하자고 했던 시민사회단체들조차도 이번 선거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담론들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발판인데도 이번에는 그게 전혀 없었다.

    어떤 분들은 광화문에서 ‘박근혜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1인 시위 하는 분 바로 옆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피켓 들고 있던데, 이게 선거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장여진: 야권이 무능력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런 의문이 든다. 야권이 무능력한 건지, 새누리당의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

    심재석: 야당도 무능력했지만 새누리당이 정말 잘 했다. 내가 영남 출신이라서 주변에서 새누리당 많이 찍었는데, 내가 봐도 정말 잘하더라. ‘도와달라’고 할 때 진짜 가서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웃음)

    수지: 반면 ‘박근혜를 도와달라’고 피켓팅 하는 사람 옆에서 진보라는 사람이 옆에 서서 조롱만 하는데 참 싸가지 없어보였다. 나는 오히려 손수조가 멍석 깔고 절하는데 ‘야 이거 정말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재석: 내가 보기에는 새누리당의 능력이라는 건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잘 다가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권은 중도층에게 잘 어필하지 못한 채 ‘싸가지 없는 진보’의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왜 저렇게 까지 하지’라고 생각할 정도의 행보가 있었다. 새누리당 지지자 옆에서 조롱하거나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하는 것도 그렇고. 진보진영 안에서는 통쾌하다는 반응이지만 중간층이나 보수층에서는 싸가지 없게 보여진 것 같다. 반면 새누리당은 감성을 자극해서 보수층을 투표소로 향하게 하는게 있는 것 같다.

    아이유: 동의한다. 새누리당은 정 안되면 이름을 바꾼다든가 읍소 전략을 한다든지 상황에 따라 생동감있게 전술을 바꾸는데 민주당 전술은 딱 하나인 것 같다. 바로 인질극. ‘얘네 싫지? 그러면 날 뽑아’ 이거다. 칼 들이대고 인질극하는데 그런 방식이 통하냐는 것이다.

    이회창 나올때는 이회창 심판해야 한다고 하고, 이명박 심판, 박근혜 심판, 어쩌라는 건지. 유권자들 입장에서 질릴만하다. 그저 새누리당이 이름바꾸니 민주당도 바꾸고, 뭔가 능동적으로 뭘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선거판을 짜는 사람들이 굉장히 무능력하고 오히려 그냥 테러리스트같다. 할 줄 아는게 인질극 밖에 없는.

    수지: 적대적 공존 같다. 의외로 자기 표들은 결집하니깐.

    아이유: 그런 것 같다. 민주당은 선거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깐 그냥 제1야당의 위치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에 지분 내주기는 싫고. 이러니 정세가 이런데도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는데 민주당이 과실을 다 따가는 것 아니냐. 우리 선거방식 자체가 1등한테 몰아주는 방식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2010년 무상급식 의제, 야권에게 유리한 프레임 아니였어
    “이건희 손자도 공짜 밥 먹일테냐”는 프레임, 야권에서 깨지 못해

    장여진: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준 사람들도 있지만, 투표하지 않는 절반이 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확고한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중도층이나 무당파층, 오랫동안 투표소로 나오지 않은 국민들에 대해서는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정책선거가 안 된 것인가, 야권의 전략이 잘 못 된 것인가?

    심재석: 얼마 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지지난 대선에때 노무현을 찍었다면서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과하고 울기까지 했으면 됐지 뭘 더 해야 하냐’라고 야권의 집요한 ‘책임져라’는 구호를 비판하더라. 야권이 너무 물고 늘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야당이 ‘사과’ 부분 이외에 다른 걸 공격했어야 하는데, 선거 내내 세월호 이야기만 하고, 안전 이야기만 했던 게 바람직했던건지 잘 모르겠다.

    김성우: 2010년은 정책선거로 무상급식 의제를 들고 나오면서 찬반 토론을 할 때에는 야권이 좀 더 유리했던 싸움이었다. 무상급식 반대한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 굶길 것이냐’고 새누리당을 머뭇거리게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실 찬반 논쟁이 가능한 의제가 아니라 사고였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새정치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왔을 때 비판적이긴 했지만, 그때 무상교통을 들고나오면서 교통의제가 재조명됐었기에 그걸 잘 활용했어야 됐다고 본다. 그런데 새정치민연합이 무공천으로 오래도록 소모적인 논쟁을 이끌면서 부각이 안됐다.

    장여진: 사실 김상곤의 무상교통 공약은 정책선거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010년에는 복지담론을 전면화하기 위해 이슈파이팅으로 무상급식을 내걸었던 건데, 그 이후 제대로 된 복지공약을 설계하기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포퓰리즘적으로 막 던지면서 유권자들의 외면도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경기도민 80%가 무상교통 공약을 반대하기도 했었고. 유권자들도 제대로 된 복지와 그렇지 않은 복지 정책을 구분하는 것 같다.

    심재석: 나는 무상급식 때에도 야권이 유리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건희 손자도 공짜로 밥 줄꺼냐라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나. 그런 논리가 나올 때는 사실 뒤집을 논리가 없었다. 무상교통 역시 버스공영제로 차근차근 밟아가야 할 것을 무조건 ‘무상’으로 던져버리니깐 반발만 커진 것이다.

    수지: 사실 2010년 선거 끝나고 분석한 결과 투표의 결정적 요인은 무상급식도 하나의 요인이긴 했지만 정권 심판론이 더 컸었다.

    장여진: 실제로 저소득층의 다수는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하는데, 무상급식 때 ‘이건희 손자 공짜 밥’ 논리는 정말로 저소득층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논리였다. 이러한 프레임을 야권이 깨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이유: 이를테면 그것이 세뇌효과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환상을 깨지 못하면서 계급 투표를 안한다고 뭐라하는 것도 문제다. 그건 정몽준 아들이 국민들에게 ‘미개하다’고 말하는 것의 다른 버젼이다.

    세월호 참사로 정책선거 실종?…”새빨간 거짓말”
    “선거운동기간에 청와대 행진해서 연행되는 전술, 이해 안돼”

    장여진: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정책선거가 안 된 것인가?

    수지: 세월호 때문에 정책선거 안됐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세월호 중심으로 치룬 선거가 아니라 정권심판 선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투표율이 낮았던 것이다. ‘박근혜가 책임져라’라는 말은 정말 웃긴 이야기이다. 책임질 건 져야 하겠지만, 정말 사람들이 바란 게 그게 아니지 않나. 박근혜가 퇴진하면 사람들이 치유받는 것도 아닌데.

    세월호 참사 이후로 반신자유주의를 외치는 것 역시 웃긴 일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참사 안 일어난다. 군대를 보내서라도 다 구한다. 신자유주의가 이 참사의 한 요소이지만 환원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안전문제 역시 너무 현상적으로만 보는 것 같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KBS 앞으로 항의갔다가 청와대 갔을 때, 당시 만민공동회 카톡방에 나도 초대되어 있었는데, 당시 청와대에서 이제 해산하려 하니깐 ‘왜 해산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정말 화가 났던 게, 나쁘게 이야기하면 기존의 운동권들이 보여준 열사투쟁의 관행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서이다.

    김성우: 내가 노동당 당원이긴 하지만 노동당의 후보들이 선거운동기간에 만민공동회에 참석해 연행 당하는 거 보고 많이 답답했다. 물론 그 분들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그게 맞는지 의문이었다.

    지금 좌담회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생각 나는 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여당과 박근혜 정권을 싫어하는 반대파간의 감정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정치를 통해서 삶의 개선을 원하던 국민들의 열망도 회의적이게 되고, 중도층도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진보언론에서는 박근혜 반대파들의 입장에서 광고 수익을 내고 있고, 이모 기자 같은 사람들은 다이빙벨이니 뭐니 하면서 더 자극적으로 선동하고…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왔던 것 같다.

    얌전히 박근혜 정권 심판을 내건 새정치연합이나, 청와대로 행진한 진보정당이나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노동당은 박근혜 퇴진운동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내걸었는데, 당원인 나도 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 역시 데모 많이 다녀봤지만, 청와대 가는 게 더 급진적인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점점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회의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다.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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