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세대가 본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
    [책소개] 『상우일기』(권상우/ 북인더갭)
        2014년 06월 14일 10: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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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문학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진솔하고 아름다운 문체, 독특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빛나는 일기가 출간되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인 블로거 권상우가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이 일기들은 일기도 하나의 문학이자 인문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른바 세월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대 후반생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고 느낀 일상의 아름다움과 폭력, 희망과 절망을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세월호 세대가 전하는 대한민국의 일상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가장 비참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간 여러 끔찍한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망·실종자의 상당수가 아직 꿈도 펼쳐보지 못한 10대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이 참사가 있기 전까지는 그저 꽃다운 나이의 청춘이었던 이들 10대들은 단번에 하나의 불행한 세대가 되었다.

    이른바 ‘세월호 세대’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 가족은, 친구는, 학교는,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우일기>는 세월호 세대가 펴내는 슬프고 아름다운 문학작품이자 소중한 증언이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라면 이 일기조차 하나의 잘 쓴 글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호 때문에 우리는 이 일기를 그저 평범한 일기로 볼 수 없다. 이 일기는 IMF 구제금융 시대에 태어났고 멋모르고 ‘대한민국~’을 외쳤으며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고통당한 세대의 증언이며 또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다.

    상우일기

    저자 권상우는 1998년에 태어났습니다. 이맘때 태어난 누구와 마찬가지로 상우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갔고, 어려운 수학 문제도 배웠으며, 집에 와선 동생과 싸웠고, 엄마에게 야단도 맞았다.

    또한 책을 좋아했고 맛난 음식을 먹어치우는데도 선수였으며 피아노 연주도 즐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꼬박꼬박 써온 일기를 <상우일기>라는 블로그에 올렸으며 이 일에 자신의 존재를 걸 만큼 몰두해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일기가 하기 싫은 숙제에 불과하다면, 상우에게는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을 맘껏 표현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펼치는 넓은 운동장 같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만한 내용은 상우는 늘 친구를 원했고, 또 좋은 친구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는 점이다. 상우가 친구들에게 그리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반면 오른손이 어느 손인지 모를 정도로 엉뚱한 아이였으니까.

    이런 상우를 보고 어떤 친구는 ‘외계인’이라며 손가락질했고 그리하여 상우는 신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다. 상우는 친구들끼리 몰려가는 뒷모습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외로움에 치를 떤다.

    하지만 이런 상우에게도 단짝이 생긴다. 우석이라는 용기있는 친구는 자기도 왕따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우에게 손을 내밀고 기꺼이 친구가 되어줬다. 상우는 우석이가 어른스럽게 끓여내는 라면을 같이 먹으며 어느 전쟁통에 자기가 우석이 동생이 되어 함께 피난을 가는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신도시에서 양주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상우에게 또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 학교 아이들은 굴렁쇠를 가지고 논다. PC게임과 공부에만 몰두하던 상우의 손을 잡아 기꺼이 놀이에 끼워준다. 상우는 눈을 맞으며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눈부신 자연 속에서 지칠 때까지 뛰어논다. 더이상 자기를 미친 놈이나 재수 없는 놈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없는 학교가 좋아서 상우는 서울로 이사를 온 후에도 6개월 동안이나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한다.

    세상의 폭력에 맞서는 가족과 사회의 힘

    친구와 함께 상우를 세계에 묶어준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가족이었다. 상우는 가족의 따듯한 품을 누구보다 사랑한 아이였다. 때로는 엄마의 심한 꾸지람을 듣고 가출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이내 자기를 꼭 끌어안아주는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한여름 열대야 속에서는 마루에 얇은 이불을 깔고 네 가족이 함께 더위를 이기며, 공원에 가서는 황금빛 나뭇잎을 햇살 속으로 던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때론 머리를 짧게 깎기 싫어하는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가족은 자기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을 준다는 사실을 차츰 깨달아갔다.

    비록 가난하지만 다정한 가족의 품에서 꿈을 키워가던 상우에게 뜻밖의 재앙이 닥쳐온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부모님께서 어렵게 창업한 커피전문점이 재건축 때문에 그만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상우 가족은 마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장이 가족처럼 모든 것을 잃고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인다. 상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이 기구한 폭력의 그림자에 절망 직전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상우의 부모님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움을 구했다. 많은 시민단체 및 주변 상인들이 모여듭니다. 그들은 상우네 가게를 강제 철거에서 지켜냈다. 비록 이 사회의 제도와 폭력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이 사건은 상우에게 사회의 힘을 깨닫게 했다.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사회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다.

    이 일로 아버지는 세입자의 권익을 위한 시민단체의 대표로 일하게 되었고, 만신창이가 되었던 가족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렇게 일기는 끝났다. 그런데 4월 16일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다. 상우의 분노가 다시 폭발한다. 바다에 가라앉는 수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도 건져내지 못하는 국가에, 또한 이를 덮으려고만 하는 언론에, 아직도 실종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이 사회의 비정함에 상우는 손에 피멍이 맺힐 정도로 벽을 내리친다. 그리고 이 기성사회에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토로한다.

    희망은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어기는 자들에게, 곧 이 일을 통해 뼛속 깊이 각성하게 될 자신과 같은 세월호 세대에게 있음을 자각하며 앞으로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마지막 일기에 남긴다.

    <상우일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아프게 깨닫는 바는 이번 참사로 희생당한 학생들을 포함해 우리 주변의 아이들은 상우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걱정하며, 또한 친구를 배려하고 약한 사람 편에 서서 같이 울어주고 도와주는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못하다는 강박증에 아이들을 윽박지른다.

    상우의 일기를 읽다보면 티슈 한통이 비워질 만큼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어린아이다운 순진함에 웃음이 터져나올 때도 있다. 그런 위로의 과정에서 폭력적일 만큼 경쟁적인 논리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길 기대한다.

    또한 진솔하게 일기 한 줄 쓰는 습관이 바로 인문학의 시작임을 통감하길 바라며 어른들과 함께 힘겨운 삶을 살아온 세월호 세대의 눈물과 고통에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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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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