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든 사람의 도시를 상상한다
    [책소개] 『무상교통』(김상철/ 이매진)
        2014년 06월 14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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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면 돼, 무상교통 ― 공짜 버스가 아니라 공공 버스를

    6·4 지방선거의 하나뿐인 정책 이슈로 떠오르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사라진 무상교통 문제.. 출퇴근 시간대 최대 200원까지 할인하겠다는 서울시장 후보의 ‘얼리버드 서민’ 교통요금 할인 공약.

    오늘도 시루 속 콩나물처럼 ‘총알 버스’와 ‘심야 버스’에 몸을 싣거나, 거대한 주차장이 된 도로로 자가용을 끌고 나온 우리. 무상교통은 ‘포퓰리즘 복지’라는 술수일까? 아니면 진짜 ‘사회 개혁’의 기회일까?

    서울시 정책과 문화 정책을 다루는 정책 활동가이자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인 김상철은 《무상교통》에서 대중교통이 공익성을 추구하는 사회 의제가 되는 까닭을 철학적, 이론적, 실천적 논의로 풀어낸다.

    무상교통은 단순한 ‘공짜 버스’나 ‘공짜 지하철’이 아니다. 토착 버스 권력과 자본 권력한테서 시민의 권리인 이동권을 보호하는 사회적 이익, 통행 시간과 교통카드 수수료를 절약하는 경제적 이익, 자가용 이용자를 흡수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환경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종합 사회 정책이다.

    김상철은 통계 수치와 사업 계획서 등을 분석해 버스 준공영제와 민자 도시 철도를 떠받치는 요금 보조 제도와 최소 운임 보장 제도 등이 사업자의 이익만 보장하는 구조적 비리를 양산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버스업체 대표들은 적자 운영으로 매년 3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1~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지하철 민간 투자자는 전체 사업비의 16퍼센트만 부담하고도 지하철 전체 운영권과 부대사업 수익권을 챙긴다.

    또한 벨기에 헤셀과 에스토니아 탈린 등 무상교통을 시행하는 외국 사례를 살펴보며 무상교통을 실현할 방법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날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무상교통》은 대중교통 체계를 좌지우지하는 자본과 기업을 가장 분명하게 막을 수 있는 대안과 자가용 중심의 토건 발전주의를 넘어 사람 중심의 녹색 대중교통을 일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한다.

    무상교통

    자유로운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를 만든다

    《무상교통》은 토착 버스 권력, 준공영제, 민영화 등 한국 대중교통 체계의 문제점을 짚고 무상교통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말한다.

    1부 ‘오라이, 무상 버스’는 2013년 서울시 관악구 한남운수에서 벌어진 부당 해고와 보조금 전용 사건을 고발하면서 현행 버스 준공영제 체제가 비리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한다.

    사업자만 운송 원가를 알 수 있고 사업자의 이익만 보장하는 버스 보조금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정책은 공익성을 추구할 수 없다. 이어서 대중교통이 한 사람의 복합적인 생활권을 묶어주는 필수재, 공공재, 복지재인 이유를 알아보고, 벨기에의 헤셀을 비롯해 무상교통이 시행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무상교통이 시행된 곳에서 대중교통 이용자는 최소 200~300퍼센트 증가했다. 요금 단말기를 없애면서 18퍼센트 정도의 통행 시간이 단축되고 교통카드 수수료도 절약됐다. 많은 간접 이익을 낳는 무상교통의 핵심은 자가용 이용자와 대중교통 이용자 사이의 사회적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이고, 공익성의 관점에서 어떤 ‘이동’이 사회적으로 보장돼야 하느냐를 둘러싼 가치의 문제다.

    2부 ‘힘차게 달려라, 공영 철도’는 지하철 9호선과 경전철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의 민영화가 ‘행정의 기업화’와 ‘시민의 고객화’를 낳는 과정을 분석한다.

    최초 민간 투자 사업으로 만들어진 지하철 9호선은 지하철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고, 협약서의 최소 운임보장과 해지 시 지급금 규정 등은 민간 사업자 쪽에 유리하게 돼 있어 시민들이 져야 할 부담이 크다.

    그런데 지하철을 실제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의견도 낼 수 없는 처지다.

    또한 경전철은 재개발 사업 등 부동산 투기용으로 이용되고 있어 문제다. 서울시의 도시철도기본계획이 도시철도기본계획수립지침을 참고하지 않고 변하는 서울시의 인구 구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오류를 짚고, 미국의 종합육상교통효율화법, 뉴욕의 뉴욕지하철 시민모임, 프랑스의 대안 교통 단체 달리 등 외국 사례를 살펴보며 대중교통에 공공성을 더할 대안을 찾는다.

    이동권과 재정과 환경을 아우르는 녹색 사회 정책

    1004개의 섬으로 된 전남 신안군은 10년 정도의 시간과 8억 6300만 원의 재정을 들여 2013년 버스공영제를 전면 실시했다.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국가기초생활수급자, 6세 미만 아동은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러자 유료 승객은 이전보다 늘고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 신안군의 사례는 무상교통이 단순한 서민 지원 정책이나 선거철 한때 이슈가 되고 사라지는 뻔한 복지 시리즈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무상교통은 효과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갖춰 지역의 토착 버스 권력을 해체하고, 시민의 기본 권리인 이동권을 보장하며, 개인 승용차에서 나오는 오염원을 줄이는 종합 사회 정책이자 녹색 정책이다.

    나아가 ‘재래시장 순환버스, 보건소 순환버스, 도서관 순환버스’ 등 지은이가 제안한 지역 순환형 무상교통은 지역 안의 소규모 생산 거점과 소비 거점을 키우고 지역의 공공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무상교통》은 무상교통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무너뜨리고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경사면을 오르는 일상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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