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아닌 현재의 이야기
    [책소개] 『인천상륙작전3』(윤태호/ 한겨레출판)
        2014년 06월 14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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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본 4~50년대의 대한민국,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 3권이 출간되었다. 해방 직후의 정치적 혼란을 담아낸 1권, 미군정 아래에서도 계속되는 빈곤과 폭력을 다룬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전 대대적인 좌익 숙청을 벌이는 남한 사회의 풍경을 그린다.

    1947년 가을, 38선이 봉쇄되면서 분단은 시작되었다. 남과 북에는 각자의 정부가 들어서고 남한 곳곳에선 ‘빨갱이 때려잡기’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었다.

    4.3사건과 여순사건이 일어나고 제정된 국가보안법.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든 반민특위가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누구든 빨갱이로 만들 수 있다는 국보법이 힘을 발휘하고, 반일보다는 반공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형성된다.

    전국적인 ‘빨갱이사냥’ 가운데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그 와중에도 이승만은 허무맹랑한 북진통일론을 부르짖는다. 남한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은 조용히 실전 병력을 확보해갔다. 38선 근방에서 남북의 충돌이 빈발하는 가운데 전쟁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내외 정치 상황이 극에 달하던 1940년대 말,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철구네 가족의 삶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한청년단을 나온 상배는 유곽을 열어 새로운 돈벌이를 시작하고 상근은 적산관리 일을 그만두고 총선을 준비하는 김상호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친일 행각이 발각되어 반민특위에 체포되었던 김상호는 독립군 자금을 지원했던 전력이 밝혀져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지만 정치권의 문턱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천상륙

    야만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세태에 편승하지도 신념을 지키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는 유약한 가장 상근, 가족과 먹고살기 위해 일제 앞잡이부터 청년단 테러활동에 사창가 포주까지 하며 스스로 피의 사슬 속으로 걸어 들어간 동생 상배, 우유부단한 남편을 채근하며 자식을 먹이기 위해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가는 철구 엄마, 친일과 독립군 지원을 동시에 해내던 처세의 달인이지만 정치에 발을 들이며 권력욕에 사로잡혀 서서히 파멸해가는 김상호. 암흑과 혼란의 시대에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보통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한국 현대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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